전국 최초 유기농 구기자 인증받은 청양의 ‘나눔영농조합법인’ 
전국 최초 유기농 구기자 인증받은 청양의 ‘나눔영농조합법인’ 
  • 노준희 기자
  • 승인 2021.08.1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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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구기자 100% 가공품 & 농산물꾸러미 ‘시골맛보따리’ 여전히 사랑받아 

청양군은 인구 3만여 명에 불과한 작은 군이지만 이곳에서 나는 농산물은 전국 으뜸인 것이 많다. 특히 청양고추와 구기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구기자 중에서 유기농 구기자를 전국 최초로 인증받은 곳도 바로 청양인데 ‘나눔영농조합법인(이하 나눔법인)’은 그 유기농 구기자만을 엄선 가공해서 판매하는 마을기업이다. 
또한 나눔법인은 10여 년 전부터 중간 유통과정 없이 농산물꾸러미를 직배송해 도시민의 건강을 향상하는 역할을 꾸준히 해온 마을기업이었다. 

농촌과 땅, 건강에 대한 소신과 사명으로 농산물 배송과 가공판매사업을 지속해온 나눔법인의 박영숙(65) 대표를 만났다. 

 

시골맛보따리
시골맛보따리

농산물꾸러미 ‘시골맛보따리’, 10여 년째 회원 꾸준 

얼마 전 TV에서 애호박이 풍년이 들어 가격이 급락하자 인건비도 건지지 못해 굴착기로 애호박 수십 톤을 갈아엎는 장면을 봤다. 거의 해마다 풍년이면 가격 폭락 때문에 밭을 갈아엎질 않나, 흉년이면 농사를 망쳐 탄식하는 농부들이 생기질 않나, 보기만 해도 농부들의 시름이 보통이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산지에서는 한 상자에 500원 하는 애호박이 마트에서 사려면 개당 1500원을 호가한다. 중간 유통과정엔 무엇이 있길래 산지 가격과 소비자 가격의 괴리가 이토록 엄청난 걸까. 농부들이 암만 정성스럽게 키워도 제값 받고 팔기 힘든 상황이 매년 속출한다. 눈물을 훔치며 농사를 포기하는 일이 생길 수밖에.

나눔법인은 이러한 문제를 진즉부터 고민했다. 이미 2010년부터, 농부들이 헐값에 판매하지 않아도 되고 소비자들은 중간 거품 없이 산지에서 싱싱한 농산물을 직배송 받을 수 있게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른바 농산물꾸러미를 보내는 사업인데 ‘시골맛보따리’라는 구수한 이름으로 제철 농산물 8~10가지를 도시민에게 월 2~4회 보내고 있다. 10년이 지나는 동안 아이들이 자라 독립하면서 꾸러미가 불필요해져서 종료한 회원도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시골맛보따리를 배송받는 회원이 많다. 

박영숙 대표는 “참 고마운 분들이다. 우리는 유기농과 무농약으로 농산물을 키워 철철이 땅에서 나오는 대로 보내므로 마트처럼 품목이 일정하거나 크기가 균일하지도 않다. 예를 들어 호박잎을 보내기로 했는데 갑자기 비가 많이 와 수확할 양이 안 돼서 못 보내면 회원들은 넉넉히 이해하며 우리 땅과 농산물의 소중함을 알고 농사 노동의 가치를 아는 분들이기에 즐겁게 받으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우리 회원들은 CSA를 지향하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서로 응원하며 같이 지내는 소비자이다. 소비자가 내는 월회비는 생산자가 시골에 살면서 농사지어 주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는 뜻으로 전하는 지원의 의미가 크다. 생산자가 소비자의 안전한 식탁을 지원하는 의미도 들어있다. 이른바 양쪽이 혜택을 주고받는 호혜농업이다. 우리 회원들은, 이런 소비자가 없다 싶을 만큼 시골에 깊은 애정을 갖고 계신다”라고 덧붙였다. 

* CSA : Community-Supported Agriculture 공동체지원사업. 로컬푸드 운동의 대표적 방법으로 기존의 생산자나 소매자 중심의 농산물 유통이 아닌 소비자가 함께 참여하는 쌍방향 유통을 뜻한다. 

칠갑산 구기자 분말(좌) 칠갑산 구기자차(우)

전국 최초 유기농 인증받은 청양 구기자 

이후 나눔법인은 청양의 대표 작물인 구기자를 유기농법으로 재배해 함께 생산 유통하기 시작했다. 
구기자는 자양강장 성분이 탁월해 인삼 하수오와 함께 3대 생약으로 꼽히며 예로부터 몸이 허한 사람을 위한 약재로 많이 쓰였다. 지방과 염증을 줄이고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눈과 간 기능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치매 유발 성분인 베타아밀로이드가 뇌세포에 축적되는 것을 막아주고 집중력과 기억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이밖에도 구기자가 좋은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 

박영숙 대표는 “2003년부터 구기자 농사를 하고는 있었는데 농약을 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남편이 몇 해 고생 끝에 유기농 구기자 안정 생산에 성공했고 그 덕분에 청양이 전국 최초로 유기농 구기자를 인증받게 된 거”라고 설명했다.

전국에 유기농 구기자 농가는 약 20가구. 이중 나눔법인이 있는 청양군 대치면 상갑리 가파마을에만 6가구가 유기농 구기자를 생산한다. 가파마을은 60여 가구, 100여 명의 주민이 사는 작은 마을이다. 

특히 나눔법인의 구기자차는 과육과 씨, 잎과 뿌리까지 모두 갈아 구기자의 영양과 몸에 좋은 성분을 온전히 담았다. 몸에 해로운 농약과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아 더 믿을 수 있다. 구기자 분말은 물에 타 먹는 타입인데 음식 맛을 저해하지 않아서 밀가루 반죽에 넣어 요리하거나 샐러드 등에 넣어도 좋다. 밥 지을 때 한 숟갈씩 넣으면 간편하게 건강을 챙길 수 있다. 

나눔영농조합법인 박영숙 대표

여성 농민들의 노동문화 개선 위해 뛴 사람 

알고 보니 박영숙 대표는 서울에서 1989년부터 생활협동조합에서 활동한 구성원이었으며 여성민우회 등의 활동을 통해 여성농민운동을 펼친 1세대 여성농민 운동가였다. 여성민우회는 성 평등한 노동권과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한 활동 등을 지향하는 단체이다. 

1996년 그는 남편과 귀농해 청양의 조그만 폐교를 터전으로 삼아 ‘새로운 관계 맺기의 농업’을 강조하며 ‘떠나지 않는 농촌을 만들고 싶다’는 소신으로 20년이 넘도록 시골에서 떠나지 않고 살고 있다. 

시골에 온 보람은 컸다. 땅을 살리는 농법의 작물 생산 유통을 한 것도 그렇고 마을 내 일자리 창출을 통해 안정적 소득이 발생했으며 건강한 먹거리 유통으로 많은 사람의 식생활 개선에도 기여했다. 또 농민의 수고를 알아주는 소비자들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교류를 이어나가 새로운 관계 맺기의 농업을 확산하고 있다. 또한 박 대표의 아이들은 시골에 와서 오히려 공부를 더 열심히 했고 성적이 올라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다. 

박 대표는 2015년부터 청양로컬푸드협동조합 창립 구성원으로도 활동하며 청양의 농산물을 전국에 알리는 일도 하고 있다. 

 

전통주 만들기 과정

구기자발효청과 구기자발효초 개발 중…연말쯤 시판 예정 

나눔법인이 자리한 폐교는 아담하지만 체험에 필요한 건 다 있다. 이곳에서 시골맛보따리 회원들은 물론 일반 신청자들을 위한 다양한 힐링체험이 이루어져 왔다. 로컬푸드 향토음식 만들기, 구기자 활용요리, 와인 체험, 만다라 그리기, 전통주 시음과 술 빚기, 증류주 체험 등과 청양 힐링투어까지 나눔법인에서 다 가능하다. 

2017년 구기자가공품 생산 시작 후 꾸준히 매출이 증가했는데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급감했다. 경제가 위축되자 건강식품류 구매가 줄어든 듯했다. 올해는 다시 매출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상황이 어려울수록 자신의 건강을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듯하다. 

박영숙 대표는 나눔법인이 생산하는 구기자가공품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몸에 좋은 건강식품의 대표 격인 구기자를 유기농으로 재배 생산하니 자부심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나눔법인의 구기자가공품은 쿠팡 위메프 네이버 지에스 롯데몰 따숨몰 등에 입점해 있으며 나눔영농조합법인 홈페이지(www.yesnanum.com)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시골맛보따리에 관심이 있다면 직접 문의하면 충분한 답변을 들을 수 있다. 

왼쪽부터 구기자 열매, 구기자발효초를 이용한 샐러드, 구기자발효청을 이용한 에이드

요즘 나눔법인은 구기자발효청과 구기자발효초를 개발 중이다. 기존에 나와 있는 청과 식초랑 뭐가 다를까 싶지만 구기자로 만든 청과 식초는 구기자 생과를 이용해 건강 기능성 면에서 탁월해 보인다. 

“지난 7월 말 청양 관내 프리마켓에서 구기자발효청 에이드 시음과 구기자발효초로 샐러드를 만들어 시식한 결과 반응이 매우 좋았어요. 구기자 특유의 아린 맛을 줄여 더 맛있고 몸에 좋은 청과 식초를 생산할 거예요. 연말쯤 시중에 판매할 수 있을 겁니다.”

마을 최고의 생산물이 전국 최고의 생산물인 마을, 가파마을의 나눔영농조합법인은 더 많은 사람이 더 건강한 식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직하고 자부심 가득한 농산물 생산과 유통을 지속할 것이다. 박영숙 대표와 수고하는 농민들이 있으며 또 그들을 신뢰하는 조합원들이자 소비자들이 든든히 응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의 : 070-7716-0350 / 010-4740-4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