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의 아이히만, 그리고 여기 우리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그리고 여기 우리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1.07.22 08: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이히만(Eichmann)은 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을 유럽 각지에서 폴란드 수용소에 열차로 이송하는 실무 책임을 맡았던 독일군 장교였습니다. 전범에 대한 재판 중 아이히만은 '자신은 단지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이 재판과정을 관찰한 정치이론가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수많은 학살을 자행했지만 매우 평범한 사람이라는 점을 발견하고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고 평범하게 행하는 일이 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 통찰은 비판적 사고를 수반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우리의 일상이 누군가에게 끔찍한 악행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줍니다.

다양한 형태의 차별과 폭력의 뒤에는 다수의 무관심과 모른척이 있을 것입니다. 학교 폭력을 예를 들어도 ‘특정인이 특정인을 괴롭히는 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특정인이 특정인을 괴롭히는 일을 다수가 방관하는 일’로 관점을 달리 한다면 우리는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민감하면서도 둔감한 안전의 문제에 있어서도 많은 사고가 무관심 내지 안일한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역시 특정인의 책임만을 따질 일은 아닐 것입니다.

모르는게 많은 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정치, 그런거 난 몰라. 경제, 그런거 난 몰라. 사회, 그런거 난 몰라. “이 음식 맛이 어때요?” “난 잘 몰라요.” 이 분들이 진짜 몰라서 모르실까요? 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자기 입맛에 대해서 자기 기준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너무 엄한 나머지 자기 의견을 말하는 것을 무서워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너무 엄한 나머지 늘 자기 자신을 낮추고 감추고 다독여야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라는 말도 이래서 나온거겠지요.

신문에는 늘 바꾸겠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바꿀게 많다는 이야기겠고 문제가 많다는 이야기도 될 것입니다. 이 문제로 넘쳐나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나요? 별 관심 없이 내 할 일이나 잘 하며 사는게 맞는걸까요? 비약일지도 모르겠지만 우리의 일상도 ‘악의 평범성’의 예가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예루살렘에서 아이히만은 결국 사형을 당했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유죄인 이유에 대해 그가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늘날의 우리 사회도 우리에게 독립적 사고와 행위를 허용하지 않는 부분이 여전히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속에서 마주하는 우리 사회의 여러 부조리에 대해서 나는 단지 작은 개인일 뿐이라는 안일하고 소극적인 태도가 온전히 정당화 될 수는 없습니다. 독자들께 여쭙니다. 그리고 도전합니다. 머리 속에 떠오르는 문제들이 있으신가요? 우리 같이 해결 해 볼까요?

충남사회혁신센터 김규희 기획운영본부장
충남사회혁신센터 김규희 기획운영본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