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과 리빙랩
사회혁신과 리빙랩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1.07.1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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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만 한국의 공공기관은 오랫동안 관료제적 틀 안에서 시민을 대해왔습니다. 지역사회의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의 개발이나 발전에 대해서 지역의 ’요구‘에 기초한 전통적 방법을 따랐습니다. 지역사회에 ‘부족한 것들’을 찾고, ‘문제’를 찾고, ‘기관’을 통해 시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소위 결핍모형에 근거한 방식입니다.

반면, 지금 우리 시대는 ‘자산’에 기초한 방식으로의 전환을 요구합니다. 지역사회가 ‘이미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강점’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문제의 해결보다 ‘시민의 역량 강화’에 투자하고, 시민사회의 역할에, 그리고 지역사회와 이웃 공동체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는 움직임입니다.

한가지 더 중요하게 살펴볼 내용이 있습니다. 바로 공동체의 개념입니다. 동네 사람들이 서로가 누구인지 잘 알고 화목하게 살아가는 세상은 사실 지난지 오래입니다. 이는 농어촌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져있던 시대가 아닙니다. 한 건물에 살아도 서로 모르는 사람이 태반인 것, 인구의 이동에 의한 지역소멸 위기 등이 그 증거입니다.

현대사회의 공동체는 더 이상 마을이라는 지리적 결사체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관계가 중심이고, 이 관계는 특정 장소에 메이지 않습니다. 학교, 회사, 동호회 등 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다양한 기회가 있습니다. 한 사람이 여러 공동체에 속하기도 하고, 갈아타기도 합니다. 공동체 개념이 현대사회에 와서 옅어진게 아니라, 변했다고 보는게 나을것입니다.

한편, 현대사회에도 아주 진한 공통체가 있습니다. 실천공동체, 혹은 실행공동체(Communities of Practice)입니다. 실천공동체는 공동의 주제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해당 주제 영역의 지식과 기술을 체화하고, 체득된 결과를 공유하고, 함께 실천함으로써 ‘실제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는 실용적 지식’을 창출하는 집단을 말합니다.

실천공동체에서는 지식이나 앎이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구성원들이 함께 공존하면서 의미를 공유하고, 정체성을 형성하며,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기반으로 해서 나오는 부차적 산물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실천공동체는 상호교류, 공동의 의제, 그리고 아이디어, 정보, 지식 등 공동의 자산을 필요로 합니다. 이때, 실천공동체의 공동의 의제가, 지역사회를 향할 때, 그 지역은 그때 주민의 수동성을 전제한, 주민의 필요나 요구에 기반한, 관주도-전문가주도의 지역사회개발의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의 능동성을 존중하는, 주민의 역량과 자산에 기반한, 주민주도-시민주도의 지역사회 개발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주민 주도, 공동체, 시민역량강화, 이런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사실 그 참 뜻을 헤아리기 어려운 단어들은, 이 전환, 즉, 수동적 주민에서 능동적 주민으로의 전환을 향하는 단어이고, 이 전환을 위해 우리는 리빙랩을 하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리빙랩의 진짜 목적은, 특정 지역문제의 해결 보다는, 집, 회사 등 내 일상이 펼쳐지는 여러 장소들에 끊임없이 진지한 관심을 갖고, 능동적으로 변화를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조직하는데 있는습니다.

몇 달간 수행하는 리빙랩을 통해서 특정 문제가 진짜 해결되면, 그것은 우수사례라기보다는 특수사례로 보는게 맞을것입니다. 물론 주민들이 계속해서 지식을 창출해 내고, 자기 삶의 터가 되는 동네 문제에 더 깊은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성과’ 혹은 ‘확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지지부진하더라도, 몇 사람이 모여 지속적으로 무언가 열심히 고민하고 있다는 흔적이 있다면, 우리는 그 모습을 지지해야 합니다. 이 지속적인 노력이 발견되는 사례가 우수사례입니다.

충남사회혁신센터가 운영하는 리빙랩 사업의 지향점은 명확합니다. 어떤 특출난 사람이 나타나 짠 하고 특정 동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우리의 목표가 아닙니다. 다양한 주민이 모일 것. 일상생활에 진지한 관심을 가질 것. 꾸준히 모일 것. 이것이 ‘주민주도’ 혹은 ‘지역밀착’의 참 토대이고, 우리 사회의 전환을 이끌어 낼 풀뿌리 조직으로서의 리빙랩 팀을 조직하고 지원하는 배경입니다.

김규희 (충남사회혁신센터 기획운영본부장)
김규희 (충남사회혁신센터 기획운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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