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6차산업 디자인, 순수민간자본인력이 창조적으로 결합하면? 
농업, 6차산업 디자인, 순수민간자본인력이 창조적으로 결합하면? 
  • 노준희 기자
  • 승인 2021.05.1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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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된 달래 가공품으로 지역경제 살리는 서산시 ‘운산하우스달래협동조합’ 


달래는 봄철 잃어버린 입맛을 돋워주며 특유의 알싸한 맛으로 한국인이 사랑하는 채소이다. 서산시에는 이렇게 영양 만점인 달래 생산이 많다. 전국의 60% 이상을 이곳에서 생산한다. 

서산의 주생산 농산물인 달래를 시작으로 운산하우스달래협동조합은 2017년 법인을 설립하고 여미오미 로컬푸드센터와 여미오미 농가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운산면 지역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협동조합 결성 5년차인 현재, 그동안 왜 어려움이 없었겠냐만 운산하우스달래협동조합은 흔들리지 않고 뚜벅뚜벅 성장해왔다. 

운산하우스달래협동조합 운영진. 좌로부터 김장유 사무국장, 이진식 조합장, 한기웅 고문.
운산하우스달래협동조합 운영진. 좌로부터 김장유 사무국장, 이진식 조합장, 한기웅 고문.

순수민간자본과 인력으로 출발하다 

운산하우스달래협동조합의 탄생은 한기웅 상임고문(전 강원대 교수)의 고민에서 시작했다. 한기웅 고문의 고향인 서산은 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지만 이를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효과는 크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서산 운산면만이라도 농업이 생산을 넘어서는 차별화된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한기웅 고문은 대학에서 전공 강의한 6차산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6차 산업이란 1차산업인 농림수산업과 2차산업인 제조업, 여기에 3차산업인 서비스업을 융복합한 산업을 의미한다. 1+2+3=6이라는 의미에서 6차 산업이란 명칭을 사용한다. 

“여길 오픈하기 전 한국산업디자이너협회장을 하면서 6차산업 관련 사업에 심사하러 다녔어요. 전국을 다녀보고 많은 걸 느끼고 충격받았지요. 서산은 왜 활성화되지 못했을까 고민하다 6차산업 창업아카데미를 열어 주말마다 강의했어요. 그렇게 1년을 했더니 7명이 로컬푸드 매장을 만들자고 결의하게 된 거예요.”

한 고문은 농촌에서 1·2·3차를 같이할 수 있는 것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는 “디자인이 꼭 자동차나 가구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농업에 접목하면 훨씬 효과가 있을 것”을 설명했다. 

농산물로 고향을 발전시켜 함께 잘 살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는지 점점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 15명이 각 3000만원씩 냈고 이장협의회, 주민자치회는 물론 일반 주민들도 이사로 참여해 총 74명이 5억 이상의 자본금을 만들었다. 

일본의 모꾸모꾸 농장에도 견학 갔다. 연 600억 매출을 올리는 농장이었다. 23명이 2박 3일간 체험하고 강의를 들으며 고향을 발전시킬 꿈을 키웠다. 

한 고문은 “처음 1년 동안 공감대가 형성된 게 매우 중요했다. 지금은 조합원 수가 200명이 넘고 입점 농가 수도 120여 가구가 넘는다”며 “처음에는 잘 될지 의문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이제는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달래로 만든 소금
달래로 만든 소금

달래 가공품은 물론 지역 인기 농산물 판매하는 ‘여미오미 로컬푸드센터’ 

운산면의 꿈을 안은 운산하우스달래협동조합은 2017년 6월 법인을 설립하며 정식 행보에 나섰다. 법인 설립 당시 조합원은 130명이었으며 ‘여미오미 로컬푸드센터’와 ‘여미오미 농가레스토랑’을 건물을 신축해 운영하며 다음 해엔 가공과 체험을 진행할 체험교실도 마련했다. 

이중 여미오미 로컬푸드센터(이하 로컬푸드)는 서산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위주로 인근 지역농산물 중에서도 우수농산물과 가공품이 입점해있는 로컬푸드 매장이다. 이 로컬푸드 매장은 1차산업인 농산물과 2차산업인 가공을 통해 생산한 가공농산물과 이를 판매하는 3차산업인 서비스가 결합한 6차산업 매장이다. 

로컬푸드인 만큼 매일 신선한 농산물 공급은 당연한 얘기. 또한 ‘칼 없는 정육점 1호점’으로 런칭하면서 최근에는 포장정육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서산 특산물인 달래를 가공한 기초화장품 ‘달래미인’ 브랜드를 판매한다. 

김장유 사무국장은 “특히 달래 미스트 반응이 좋다. 달래에는 비타민 A, B, C와 미네랄이 풍부하고 노화 방지와 미백효과가 좋다”며 화장품의 우수성을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달래로 만든 달래소스와 달래소금, 반건조달래, 기능성 달래쥬스 등을 판매한다. 또한 서산에서 유명한 서산6쪽마늘, 어리굴젓, 대봉단감 등 계절별 특산물을 판매하며 방문객들에게 서산 농산물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지역분들이 생산한 양질의 농산물이다. 여기는 가격이 싸므로 많이 팔아도 이익 극대화가 안 된다. 다른 곳보다 수수료도 적게 받는다. 여미오미 매장은 농민을 위한 매장”이라고 강조했다.

여미오미농가레스토랑의 별미. 가운뎃줄 가장 오른쪽 뚝배기가 게국지, 맨 아래 오른쪽 뚝배기가 깻묵된장. 

서산 특산음식 맛보는 로컬푸드농가레스토랑 만족도 높아 

조합이 운영하는 여미오미 로컬푸드 농가레스토랑은 이 주변 맛집으로 이름나 있다. 레스토랑은 서산 지역의 전통음식 특색을 잘 살려서인지 식사 때가 되자 손님들 발길이 이어진다. 

특히 게국지와 깻묵 된장은 별미 중의 별미다. 신 김치와 게를 함께 넣고 끓인 게국지는 묵은지와 게가 시원하게 어우러진 맛이 일품이다. 또한 깻묵 된장은 들깨의 고소함과 진한 풍미가 살아있어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메뉴가 아닐까 싶다. 이곳이 아니면 맛보기 힘든 특산메뉴들이며 당연히 국산 재료로 만든다. 게다가 지역 들깨를 수매해 음식을 만든다. 지역농산물의 안정수매도 여미오미가 해내고 있었다. 

이진식 조합장은 “레스토랑 메뉴 골고루 손님들의 반응이 좋다. 가격도 저렴하며 신선한 로컬푸드로 직접 만든 음식이어서 그런지 자주 오시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로컬푸드 매장에서 판매하고 남은 농산물을 바로 이용할 수 있으니 농산물 손실이 줄어든다. 유통과정도 줄어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으니 로컬푸드 매장과 레스토랑을 동시에 운영하는 것은 협업의 효과가 탁월한 사업이다. 

레스토랑 가까이에 매년 4월이면 흐드러지게 피는 수선화가 압권인 ‘유기방 가옥’이 있다. 이 가옥에 방문하는 이들이라면 이곳 여미오미를 꼭 방문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지역에서 정성스럽게 가꾼 농산물과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 한 곳에 있으니까. 

아이들 체험 프로그램으로 떡 만들기
성인 참여 프로그램인 두부 제조

마을기업으로서도 승부 

조합은 조합원 수도 늘고 입점 농가도 늘어나 마을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으며 레스토랑과 로컬푸드 매장을 운영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었다. 또한 매년 문화행사와 다양한 체험행사 등을 개최하며 농민들에게 다양한 문화 혜택을 선사하고 지역의 아이들에게 농촌과 친해질 기회를 제공했으며 도농교류 활성화에도 기여해왔다. 그래도 코로나19의 난관을 피해갈 순 없었다. 

이진식 조합장은 “2019년 레스토랑 매출은 5억이 넘었는데 지난해 코로나19 때문에 4억5000만원 수준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그러나 4억이 넘는다는 이유로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정직원과 알바를 포함해 10명쯤 일하니 당연히 매출 규모가 클 수밖에 없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여러모로 어려운 가운데 지원조차 받지 못하면 속이 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미오미 식구들은 안주하지 않았다. 조합은 올해 2월 마을기업 지정을 받았다. 떡 두부 기름 제조판매를 통한 또 다른 수익사업을 펼치기 위해서이다. at센터에서 장비 지원금 1억여원 정도를 받아 가공 기계를 들였고 가공품 인터넷 판매도 준비하며 제2의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체험과 농산물 가공 등을 한꺼번에 진행할 수 있는 디자인농장 실내공간
세한대학교와 협업으로 운영하는 디자인농장 야외공간

전국 최초의 디자인농장 운영 

최근 조합이 가장 공들여 운영해보고자 하는 곳이 바로 ‘디자인농장(Design Farm)’이다. 디자인농장은 조합이 근처 세한대학교와 협약해 학생들이 이곳에서 직접 농사를 짓고 다양한 농업 관련 체험을 해보게 하는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역 대학과 연계한 새로운 농장경영은 마을에는 활력을 주고 학생들에게는 제대로 된 농업 체험의 기회를 지속해서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디자인농장 운영은 전국에서도 앞서가는 새로운 농장경영이 되겠다. 

이진식 조합장은 “외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건 맞다. 그러나 인건비 조달을 위해 어려움도 종종 겪었다. 매년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역경 없는 사업은 없다. 운산하우스달래협동조합은 불쑥불쑥 다가온 어려움 앞에서도 주저앉지 않고 돌파하기 위해 애써왔다. 그 덕분에 지금의 외형적 성장과 사업 확장, 일자리 유지, 로컬푸드 판매와 소비를 지속해서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기웅 고문은 “작년에는 농촌재생축제를 했다. 농부가 농사만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 농업을 다양한 방식으로 디자인해야 한다. 혹여 갈등이 생겨도 우리가 살길이 뭔지 서로 소통하면서 갈등을 해소해나가고 있다. 올해도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더 멋진 농촌재생축제를 열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농업디자인 기획도 준비 중이다. 농업과 지역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 운산하우스달래협동조합이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