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보고 듣고 느끼며 알아가는 즐거움, 너무나 놀라워요!”
“걷고 보고 듣고 느끼며 알아가는 즐거움, 너무나 놀라워요!”
  • 노준희 기자
  • 승인 2021.05.02 16: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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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 둘레길 탐방해설사 5기 참가자 모집

시인 나태주는 그의 시 ‘풀꽃’에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평소 안 보이던 것들이 비로소 보이게 되고 평소 알지 못했던 것들을 비로소 알게 된다. 아산 둘레길 탐방을 다니는 그들은 그렇게 자세히 길을 보았고 새롭고 놀라운 사실들을 하나하나 알아가고 있었다. 

길을 걷다 보면 어떤 길은 같이 걷자고 알려주고 싶고, 어떤 길은 꼭꼭 숨겨두고 나만 알고 싶기도 하다. 이 모든 길을 ‘아산시 둘레길 탐방해설사 양성과정’에 참여하면 송두리째 즐길 수 있다. 1기부터 4기까지 둘레길 탐방해설사가 되어 아산의 곳곳을 알게 된 그들의 흥미로운 길 이야기, 지금 펼쳐본다.

인터뷰에 응한 5명의 탐방해설사. 좌로부터 이종걸 유만근 이은아 김종미 배영복 해설사.

아산시 둘레길 탐방, 계절 만끽과 건강 동시에 챙겨 

‘둘레길 탐방’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뭔가 건강해질 것 같고 아름다운 길을 만끽할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든다. 맞다. 걷는다는 것만으로 이들은 풍요로운 자연의 정서를 갖게 됐고 신체적으로도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만난 탐방해설사들은 하나같이 길을 걷는 즐거움과 유익함을 이야기했다. 이은아 아산시공동체네트워크 이사는 “알아주는 저질 체력이었는데 탐방길을 떠나고 난 후부터 하체가 튼튼해져 요즘은 3시간 연속 걷는 일도 거뜬하다”며 체력이 강화된 사실을 말해주었다. 

길을 걷는다고 무작정 걷기만 하는 게 아니다. 생태해설사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선임 해설사들이 후배 해설사들에게 아낌없이 조언하고 알려준다. 해설사 양성과정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아산의 자연탐구 부자가 될 수 있다. 또 몰랐던, 아름다운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경험한 사람만이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감성이다. 

길을 걸으며 가까이서 보는 시간은 식물에 대한 관찰력을 키워주고 작은 풀꽃의 생명도 소중함을 알게 해준다. 그만큼 자연과 교감하는 기회는 세상을 보는 시각과 자연을 대하는 태도의 선한 순환을 이끌어준다. 

이러한 경험을 지속해서 경험한 이들이 흐뭇한 표정으로 길의 즐거운 이야기를 꺼내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지역의 지리 인문 역사 생태 알아가는 재미 무궁무진  

그들은 두 발로 온전히 경험한 길의 다채로운 매력을 풀어헤쳤다. 

4기째 지속해서 참여하는 유만근 해설사는 “아산은 어릴 때부터 살던 곳인데도 모르는 것이 많았다. 길을 걸으며 직접 가보니까 아산의 생태와 지리, 숨은 이야기 등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이 많아서 정말 좋았다. 취향을 발견한 듯했다”고 말했다. 

역시 4기째 참여하는 이종걸 해설사는 “공무원으로서 정년퇴임 후 택시운전사로 제2의 인생을 살면서 큰길만 다녔었다. 그런데 전혀 알지 못했던 오솔길, 조그만 길을 걸으며 숨은 길의 매력을 알게 되니 마치 외국에 온 기분이 들었고 아산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특히 아산의 역사 지리 등을 아는 게 매우 재밌다”며 걷는 기쁨을 전했다. 

여러 기를 참여한 김종미 해설사도 “몰랐던 길과 나무, 풀, 꽃을 알아가는 재미가 크다. 기존에 알고 있던 것에 접목해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걸을수록 빠져드는 길의 매력을, 아산을 더 알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들이 기쁘게 걷는 길엔 어떤 길이 있을까. 

아산시는 현재까지 크게는 총 20여 개의 둘레길 탐방코스를 개발했다. 이순신의 얼을 되새기는 ‘현충사 둘레길’과 ‘백의종군길’은 물론 백제시대 산성으로 추정하는 ‘물안·꾀꼴산성 둘레길’, 아산의 자랑 천년숲길 4개코스, 도고온천과 용궁산을 누비는 ‘도고권 둘레길’, ‘선장노을길’, 아산 시내를 돌아보는 ‘시내길’ 등이 대표적인 둘레길이다. 뿐만 아니라 둘레길 못지않은 등산길도 15개 정도를 개발해 둘레길과 함께 안내책자로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아산시 둘레길 탐방해설사들은 이 길을 걸으며 4계절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이왕 걸을 거면 걷는 길의 풍광은 물론 그 지역 자연생태와 유적을 만나보며 인문학적 이야기와 역사도 함께 알아간다면 더없이 유익한 걸음이 될 터. 배영복 해설사는 중등 교원으로 퇴임 후 이 둘레길 탐방에 함께하고 있는데 특히 그는 전공을 살려 지리학적 사안에도 지식을 발휘하곤 했다. 

“인주면 해암리 게바위에는 주황색 지의류가 잔뜩 붙어있어요. 게바위 비석에도 쓰여 있지만 이는 과거 이곳이 바닷가나루터였음을 알려주는 확실한 증거예요. 염치읍 도고산 영인산 배방산 등에도 이런 사실이 나타나요. 직접 눈으로 보고 이야기를 듣는 일은 알게 된 것을 더 확실하게 기억하게 해주지요.”

그는 또한 아산의 지명 유래 설화의 잘못을 짚었다. “어금니바위에서 아산 지명이 시작됐다는 건 사실이 아니에요. 백제 아술현에서 시작했으며 영인면 연화봉을 엄지, 엄봉이라 부른 것과 관련한 지명 유래가 더 역사적 사실과 맞아요. 이는 일제강점기 때 잘못 교육한 폐해라고 할 수 있어요.”

“걸어야 마땅한 길, 안전하게 걸을 수 있게 제안할 것” 

해설사들은 둘레길을 걸으며 눈에 띄는 문제점들을 발견하면 개선을 요청하기도 한다. 직접적인 요청이 아니라도 SNS나 모임 단체방 등을 통해 문제점을 이야기하면 자연스럽게 담당부서가 문제점을 개선한 경우들이 있었다고. 

이은아 이사는 “천년물결길에 마을 진입을 위한 작은 다리가 부서져 있었는데 그 후 얼마 안 돼 갔을 때 바로 다리보수가 되어 있는 걸 발견했다. 또 지난 장마에 이리저리 휩쓸린 지형이 많았는데 순차적으로 보수하는 모습을 보았다”며 “아산시가 빠르게 보수작업을 진행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이사는 “아산시가 둘레길 개발에 힘을 쏟고 있지만 해설사들이 더욱 눈여겨보고 안전과 풍광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발견하면 바로 개선할 수 있게 잘 살펴 걷겠다”고 말했다. 

배영복 해설사는 “백의종군길 대체로는 차들이 쌩쌩 달리는 갓길이어서 걷기에 매우 위험했다. 이 부분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즐거운 인생 만들어주는 탐방해설사로 같이 걸어보실래요?”

이번 5기는 야생화 탐방과 아산의 바다, 청정 먹거리 생산지, 온천 둘레길, 천년의 숲길 등 아름다운 계절에 걸으면 더 풍광 좋은 길을 걸을 예정이다. 5기의 좋은 점은 이미 4기째 참여한 선임 해설사들의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기회가 많다는 점이다. 

이종걸 해설사가 “함께 길을 걸으니 아산의 맛집도 많이 알게 되는 점이 참 좋다”고 말했더니 일행은 모두 공감의 폭소를 터트렸다. 

배영복 해설사는 “특히 이번 기는 1년에 딱 한 번 볼 수 있는 야생화 탐방이 기다리고 있다. 현충사 귀룽나무는 지금 계절만 볼 수 있고 변산바람꽃은 아산이 전국 최대 자생지이다. 송악의 반딧불이 집단 서식지도 이 계절이라야 관찰이 용이하다”며 “단 절대적으로 야생화 보호를 위해 자생지는 밝히지 않아야 하고 관찰을 하기 전에 자연을 대하는 태도부터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산시공동체네트워크는 이러한 걷는 즐거움이 가득한 ‘아산시 둘레길 탐방해설사 5기’를 모집한다. 5기 일정은 5월 4일(화)부터 6월 19일(토)까지며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진행한다. 요일별로 20여 명을 선착순 모집하며 총 7회 진행에 참가비는 3만원이다. 

문의 : 010-5068-9401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