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손맛 그대로 빚은 메주, 사전예약 안 하면 못 사요!”
“어머니의 손맛 그대로 빚은 메주, 사전예약 안 하면 못 사요!”
  • 노준희 기자
  • 승인 2021.04.30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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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업 탐방 - 서산시 고북면 ‘황토사랑영농조합법인’
조합원들이 직접 키운 콩

예부터 음식 맛은 그 집안의 장맛이 좌우했다. 특히 우리나라 음식은 메주로 담근 간장과 된장을 기본으로 하므로 이 장맛이 좋지 않으면 우리나라 전통의 맛을 내는 음식을 만들기 어렵다. 

요즘은 시중에 나와 있는 각종 시판 장들을 이용해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제대로 된 전통장을 먹어본 사람은 안다. 재료의 차이와 만드는 과정의 차이가 음식 맛을 어떻게 바꾸는지, 또 건강엔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간장 된장은 우리 음식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식재료이자 양념이다. 이 두 가지 천연 조미료를 만들려면 메주가 있어야 하는데 메주를 띄워 건조하고 발효하는 과정에 여간 수고가 많이 드는 게 아니다. 

음식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황토사랑영농조합법인 조합원 주부들은 즐겁게 이 수고를 떠안았다. 그랬더니 메주를 만들 때마다 완판 행진이다. 만드는 과정이 번거롭고 제대로 만들어야 맛을 내는 메주, 이 메주 판매로 서산시 고북면 장류의 달인으로 거듭나는 중인 황토사랑영농조합법인(이하 황토사랑) 조합원 주부들을 만났다. 

 

전통방식을 만든 메주 건조 장면

“메주 한 번 제대로 만들어보자!” 

황토사랑 주부들의 메주는 만들기가 무섭게 사전주문이 꽉 찬다. 기십 년 이상 살림에 도가 튼 50~60대 주부들의 손맛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모양이다. 알음알음으로 팔더라도 메주를 완판하긴 쉽지 않은데 황토사랑은 판매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만들기만 하면 주문이 착착 들어오니 말이다. 그만큼 믿고 먹을 수 있는 메주를 담근다는 이야기다.

역시 그들의 메주 제조과정은 남달랐다. 콩 심기부터 시작한다. 6월 콩을 직접 심어 정성스럽게 키우고 10월 탈곡하고 11월에 이 콩으로 메주를 쑤어 건조하고 발효한 후 판매한다. 콩이 부족하면 지역의 콩을 수매해서 사용한다. 주부들이 애정을 가지고 키운 콩, 그 콩으로 긴 시간을 지켜 전통방식 그대로 만든 메주인데 어찌 믿음이 가지 않겠는가. 

차정자 황토사랑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아는 사람들이 많이 주문하는데 열심히 정직하게 만들고 인건비보다 재료비 조달 수준의 가격으로 판매한다.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알아주는지 재주문도 많다”며 “항상 주문량이 많아서 내년엔 양을 2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토사랑영농조합법인 주부 조합원들
황토사랑영농조합법인 주부 조합원들

농협 주부모임으로 시작한 인연, 일도 즐겁게, 소통도 즐겁게 

황토사랑영농조합법인은 2017년 법인을 설립했고 2018년 건물을 지어서 그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농협 주부모임에서 만난 주부들 30여 명이 조합원으로 여성대표와 함께 운영하는 마을기업으로 설립했다. 메주 제조를 시작한 계기는 농협의 조언을 받아 주부들이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와 잡곡센터가 있는 고북면에 도움 되는 사업이 무엇일까를 고민한 결과이다. 

결과는 대성공. 사심 없는 주부들의 노력은 빛을 발했다. 판매 규모는 아직 크지 않지만 농사를 주로 지어온 주부들이 뭔가를 만들어 판매하고 완판하는 일은 매우 신나는 일이다. 황토사랑은 메주 판매에 힘을 얻어 앞으로는 간장 된장 고추장 청국장 등도 제조해 판매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올 하반기 사업비를 받으면 저장고 장독대 건조기 등을 들이고 장류 식품허가를 받아 제조하려고 준비 중이다. 장류까지 만들게 된다면 이 또한 주부들의 자신감과 기대감이 상승하는 건 당연지사. 

그런데 메주 이야기, 장 이야기를 나누는 주부들의 소통이 매우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알고 보니 황토사랑 주부들은 예전부터 지역에 크고 작은 봉사로 다져진 인연들이었다. 서로 어렵고 힘들 때 도와주고 챙겨주며 오래오래 한마을에서 지낸 가족 같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독거노인 만찬 만들어 보내기, 알타리김치 보내기, 불우이웃돕기 성금, 추석엔 송편봉사, 설날엔 떡국봉사 등 주부들은 마을의 대소사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봉사들 도맡아 하고 있었다. 

메주 만들기 과정

고북면 국화축제 때면 알타리김치도 담그고 팔아 수익을 창출해본 경험도 있다. ‘척하면 착’이 되는 인연들이기에 메주 만들기도 힘듦보다 즐거움을 먼저 받아들이고 함께 일하는 시간을 도란도란 서로 소통하는 시간으로 환치했다. 

차정자 대표는 “힘들어도 일을 많이 할수록 단합이 잘 된다. 주부들도 참여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 말에 공감하듯 조합원들이 “같이 봉사하면 재밌고 즐겁다”며 입을 보탰다. 

한 조합원은 “코로나 땜에 야유회를 못 가는 건 아쉽다”고 말했더니 다른 조합원들이 맞장구를 쳤다. 밥도 같이 못 먹고 회의만 겨우 한 번 했다는 거다. 코로나19 시국에 방역수칙을 지키느라 제대로 된 모임 한 번 못하는 조합원들의 아쉬움은 적지 않을 듯. 하지만 조합원들은 황토사랑 일과 봉사만은 놓치지 않고 있다. 올 하반기 장류 제조를 위한 기계가 설치되면 이들은 더욱 신나고 즐겁게 일할 듯하다. 

마을에서 나는 생산물을 이용해 마을 사람들이 마을을 위하고 자신을 위한 일을 하는 기업, 그게 바로 마을기업이다. 황토사랑영농조합법인은 마을의 자매와도 같은 주부들의 봉사정신으로 고북면에 새로운 활력과 부가가치를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그 덕분에 정성과 전통방식이 결합한 고북면 황토사랑영농조합법인의 메주와 장류는 앞으로도 계속 사랑받을 것이다. 

위치 : 서산시 고북면 내포로 2302

문의 : 010-2432-9959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