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최초 외국영화제 4관왕 오른 이준수 감독(한국영화인총연합회 천안지부장)
충청권 최초 외국영화제 4관왕 오른 이준수 감독(한국영화인총연합회 천안지부장)
  • 노준희 기자
  • 승인 2021.04.03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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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 예산 극복하며 자체 역량 모두 투입한 작품, 세계가 인정해 


연극배우 출신 이준수 감독, 주연 맡아 열연

김미영 부지부장, 대본·음악·영문자막·단역 출연까지 해내

이준수 감독(한국영화인연합회 천안지부장) 이준수 감독 사진 제공
이준수 감독(한국영화인연합회 천안지부장) 이준수 감독 사진 제공

이준수 감독(한국영화인총연합회 천안지부장)이 단편영화 ‘특별한 하루(The Special Day)’로 올 2월에 열린 외국영화제에서 4관왕을 달성했다.

특별한 하루는 ‘2021 베스트 이스탄불 필름 페스티벌(Best Istanbul Film Festival)’에서 베스트 단편 드라마상(Best Short Drama Film Winner)을 수상했으며 ‘2021 이스탄불 필름 어워드 (Istanbul Film Awards)’에서 베스트 단편 컬트 영화상(Best Cult Short Film Winner)을 받았다. 

또 ‘2021 이스턴 유럽 필름 페스티벌(Eastern Europe Film Festival-동유럽영화제)’에서 베스트 단편영화상(Best Short Film Winner)을 수상했고 ‘2021 런던 필름 페스티벌(London Film Festival)’에서 또다시 단편영화상(Short Film Winner)을 받았다. 

국제상을 한꺼번에 4개나 받은 이준수 감독은 쑥스러워하며 “지역 단위 제작 영화가 외국영화제에서 4관왕이 된 건 충청권에서 이번이 처음이고 수상 자체도 최초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수 감독의 외국영화제 수상은 지역사회에 놀라움과 가능성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더욱이 이 감독이 제작한 첫 작품인데 4관왕을 달성했다. 지역 단위에서도 세계영화제 수상이 충분히 가능함을 보여준 ‘특별한’ 수상이다. 

얼마나 세심히 준비한 걸까. 한국의 단편영화 ‘특별한 하루’를 세계에 알린 이준수(44) 감독과 김미영(44) 부지부장을 만나 그들의 숨은 노고가 담긴 특별한 이야기를 들었다. 

-. 천안에서 제작한 영화가 외국영화제 4관왕을 달성했다. 수상한 영화제는 어떤 영화제인가

이준수 : 오래된 영화제는 아니지만 IMDB(인터넷 영화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 영화제다. 우리나라로 치면 공신력을 인정받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인정한 영화제인 셈. 우리 영화가 후보작으로 선정된 영화제만 10곳이 넘는다. 

-. 영화 ‘특별한 하루’를 제작한 동기는 

이준수 : 가슴 따듯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로베르토 베니니(Roberto Benigni)의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를 보고 너무나 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우울하고 힘들 때 가슴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영화 스틸컷
영화 특별한 하루 홍보영상

-. 특별한 하루는 어떤 영화인가

김미영 : 14분짜리 단편영화인데 연극배우인 영준이 어떤 일을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청년사업가 환몽 선배(실존 인물)로부터 공연의뢰를 받아 영준이 환몽의 치매 엄마가 원하는 것을 찾아다니는 해프닝을 그린 로드무비다. 

-. 어떤 점이 수상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나

김미영 : 인트로와 엔딩에서 퓨전 사물놀이 음악이 나간다. 공연이 시작하면서 영화가 끝나는데 이때 전통 서민복장인 민복을 입은 배우들이 등장한다. 한국적 의상과 한국음악이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 제작, 감독, 주연을 동시에 해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

이준수 : 제작은 처음이다. 단편 제작 경력을 늘리기 위해 경험을 쌓는 중이다. 배우가 되고 싶어 연극배우로 먼저 시작했고 15년 이상 단역 또는 영화 스태프로 참여했다. 신연식 감독의 ‘조류인간’에 단역으로도 출연한 적도 있다. 

어려운 환경을 탓하며 자랐는데 연극을 하면서 이거만큼 정당한 대가(평가)를 받는 직업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노력한 만큼 박수를 받았다. 

그런데 출연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어느 영화 GV(관객과의 대화) 타임에서 어떤 감독이 “출연 제의가 오지 않으면 직접 찍어서 출연하라”라는 얘길 하더라. 그런데 영화를 직접 찍고 나니 감독과 배우 중 하나만 집중해야겠단 생각이 더 커졌다. 아직은 돈이 없어서 그러진 못하고 언젠간 배우로 전력할 생각이다.

영화 특별한 하루 홍보 영상
영화 특별한 하루 홍보 영상

-. 대본을 김미영 부지부장이 썼다고 들었다. 어렵지 않았나

김미영 : 어렵지 않았다. 대부분 각본은 자기 소스에서 주변 인물로 시작하는데 이런 게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배고프고 힘든 직업인 연극을 너무 잘 아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다. 나도 배우가 꿈이었고 연극도 했었다. 이번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간호사로서 천안시동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 반장으로도 일했었는데 다리를 다쳐 그만두고 일반병원에서 근무한다. 예전에 정신과 병동에서 근무할 때 연극치료를 해보니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들과 공연한 경험도 있는 데다 자타공인 드라마 덕후여서 그런지 대본을 쉽게 쓴 편이다. 그것도 2019년에 미리 써둔 거였고 영화제 출품을 예상하고 기획했다. 

-. 처음부터 영화제 출품을 생각하고 만들었다는데 영화제작 현실은 쭉 어렵지 않았나. 힘든 점이 많았을 텐데

김미영 : 글을 쓴다는 것보다 물리적인 제작 과정이 어려웠다. 사람들을 만나 토의하고 영화 찍고 정산하고 서류 정리하는 과정이 힘들었다. 예산이 적어서 배우 출연료를 줄여야 하니까 어지간하면 직접 출연했다. 

이준수 : 천안예총이 지부 행사운영비로 지원한 금액이 500만원이다. 영화제작비가 아니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부족해도 직접 해보자는 마음으로 추진한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장편영화를 만들지 못하고 예산에 맞게 단편영화로 작업했다. 

김미영 : 감독님이 직접 주연으로 출연해 배우 출연료를 아꼈다. 그래도 제작비가 턱없이 모자라 한 달 치 월급을 쏟아부었고 비용 절감을 위해 음악, 영상편집, 영문자막도 내가 직접 다 만들었다. 영문자막이 있어야 국제영화제 출품이 가능했다. 현재 특별한 하루는 IMDB, KMDB(한국영화 데이터베이스), 영진위 등 총 5곳에 등재됐다. 

-. 그중에서 가장 힘든 것은

김미영 : 예산이다. 단편영화는 장소 협찬도 어렵다. 돈이 없으니 유료대관을 못 한다. 상업영화가 아니라서 대중에게 많이 알리기도 어렵다. 

이준수 : 충남도에서 단편영화 제작지원금을 공모하는데 1팀당 평균 300만원에 불과하다. 장편영화는 그래도 지원이 좀 되는데 단편영화는 너무너무 적다. 이런 구조가 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충남에도 영상 관련학과가 많은데 이 학생들이 졸업하면 어디로 가겠나. 영화 인프라가 우월한 서울로 너나없이 가지 않겠나. 인재들이 살았던 지역으로, 공부했던 곳으로 와서 작업하면 좋겠는데 그렇지가 못한 현실이다. 매우 안타깝다. 

-. 천안에는 단편 상영관이 없는데 어디서 볼 수 있나 

김미영 : 우리 영화는 네이버와 다음에 등재된 영화인데 이런 단편영화는 주로 영화플랫폼에서 봐야 한다. 

이준수 : 네이버TV에 독립영화 채널이 있고 KBS1 독립영화관 채널에서 일주일에 한 번 금요일 자정에 단편영화를 상영한다. 방송에 나오면 영화제 출품이 안 된다. 국내영화제에도 출품할 예정이므로 아직 개봉하지 않았다. 

오른쪽이 이준수 감독, 왼쪽이 김미영 부지부장
오른쪽이 이준수 감독, 왼쪽이 김미영 부지부장

-. 천안 단위로 기획한 영화 관련 사업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준수 : ‘So Easy So Closed’라는 슬로건의 ‘천안국제초단편영화제’를 올해 4회째 추진 중이다. 국제라는 타이틀을 붙인 건 당장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세계 영화인과 함께할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11월 중순 개최 예정이다. 

2017년에 천안국제초단편영화제 인준을 받은 후 다음 해 가장 먼저 시작한 게 이 사업이다. 현재 서울에만 초단편영화제가 있다. 천안에 영화 문화가 없음을 다들 잘 알고 있다. 누구나 쉽게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음을 알리고 싶다.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드는 건 흥미로운 일이면서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직접 만들 수 있다. 요즘 스마트폰의 혜택인 듯. 앞으로 제작 출품 등 실전 역량을 익힐 아카데미도 구상 중이다. 뭐든 육성이라는 말만 자주 쓰는 것보다 실제로 도움 되는 육성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행동으로 옮겼다. 천안영화지부의 큰 결과물이다. 

-. 감독 입장에서 세계영화의 흐름을 분석한다면

이준수 : 갈수록 영화감독 성향이 실제로 있었던 일을(독립 장편 경우) 많이 소재로 다루더라. 미나리도 그렇고. 예전엔 컬트영화처럼 자극적인 영화가 많았다면 요즘은 드라마 쪽으로 가는 분위기다. 누가 봐도 공감할 인간적인 내용을 다룬 내용이 수상하는 거 같다. 우리나라는 한국인이 공감하는 정서의 영화가 승산 있다고 본다. 

-. 영화를 잘 고르는 안목을 키우려면

이준수 : 감독별 배우별 장르별로 영화를 계속 보다 보면 영화를 보는 안목이 생긴다. 유튜브에 수상작 소개 등을 참고하고 보지 못한 영화는 리뷰를 활용하면 마음에 드는 영화를 찾을 수 있다. 요즘은 단편영화 소개도 대중화된 편이어서 참고하기 좋다. 꼭 보고 싶은 영화가 생겼다면 혼자 조용히 보는 것도 추천한다. 

-. 영화와 관련 있는 인생을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이준수 : 이 일을 직업으로 하려면 대단히 큰 각오를 해야 한다. 본인이 그걸 감수하고도 하는 게 좋다면 제대로 부딪혀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야 도전하고 실패해도 나중에 후회가 없을 거다. 
영화평론을 유튜브에서 짧게 만들어 분위기를 보는 것도 괜찮다. 영화 만들 돈 없어서 본인이 직접 만들어 짧게 다작하고 유튜브에 송출했더니 70만 구독자가 생긴 경우도 봤다. 감각 있는 젊은 영화창작자들은 세상과 색다르게 소통한다.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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