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적 논란 조병옥 동상, 상반기 중 철거될 듯
행적 논란 조병옥 동상, 상반기 중 철거될 듯
  • 지유석 기자
  • 승인 2021.03.1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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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철거’ 압박에 천안시 “방식 두고 고민하다 지연” 해명 
천안시 병천면 아우내독립만세 기념공원엔 병천 아우내 4.1만세운동을 기리는 '그날의 함성' 조형물이 안치돼 있다.
천안시 병천면 아우내독립만세 기념공원엔 병천 아우내 4.1만세운동을 기리는 '그날의 함성' 조형물이 안치돼 있다.

행적 논란이 일고 있는 천안시 병천면 아우내 독립만세기념공원 내 조병옥 동상이 상반기 중 철거될 전망이다. 

아우내독립만세 기념공원엔 병천 아우내 4.1만세운동을 기리는 '그날의 함성' 조형물이 안치돼 있다. 

4.1만세 운동은 3.1운동 1개월 후인 1919년 4월 1일 병천시장에서 군중 3000여 명이 독립만세를 외친 사건을 말한다. 당시 조선군 사령관이었던 우츠노 미야타로는 육군 대신 다나카에게 낸 보고서에서 4.1만세 운동에 대해 "약 3000명은 시장에서 한국 태극기를 선두로 5~600 개의 국기를 손에 들고 만세를 고창하며 크게 소요했다"고 적었다. 

그런데 민족문제연구소 천안지회(지회장 최기섭)은 2019년부터 '그날의 함성' 조형물에 턱시도와 나비넥타이를 한 인물이 조병옥(1894~1960)이라며 철거를 촉구해왔다. ▲ 4.1 만세운동 당시 턱시도와 나비넥타이 차림은 보편적이지 않았고 ▲ 조병옥은 미국 유학 중이었으며 ▲ 제주4.3 사건 당시 경무부장으로 학살 책임이 있다는 게 민문연 천안지회의 철거 이유다. 

민문연 천안지회는 2019년부터 행적 논란을 들어 ‘그날의 함성’ 조형물에 있는 조병옥 동상을 철거할 것을 촉구해왔다. 

결국 지난해 12월 천안시의회는 조형물 일부를 철거하기로 하고 2021년도 본예산에 관련 예산 5000만원을 책정했다. 

하지만 철거는 즉각 이뤄지지 않았다. 이러자 민문연 천안지회는 지난 1월 철거 시행 예정 종료일과 조병옥 동상 철거 처리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줄 것을 천안시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천안시 사적관리과는 "시행 종료일과 철거 조형물의 처리기준은 계획 중에 있으며, 자세히 설명해 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 바란다"고 답했다. 또 동상 인물상에 대해선 "유관순 열사를 제외한 다른 인물상은 특정인물에 대한 초상 작품이 아니다"라고 알렸다. 

다소 원론적인 답변에 대해 민문연 천안지회는 지난 2월 25일(목) 성명을 내고 "조병옥은 1919년 4.1 만세운동 당시 미국에서 유학 중이었으며 제주 4.3항쟁 당시 경무부장으로서 제주도민 약 3만 명을 학살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 권력의 폭력으로 무고한 양민을 학살하고 '빨갱이'란 이념의 잣대로 제주도를 피로 억압한 조병옥을 천안을 빛낸 인물을 홍보책자 등에 홍보하고 독립만세 기념공원에 버젓이 동상을 건립한 천안시는 70만 제주도민에게 사과하고 제대로 된 동상을 설치하여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천안시 사적관리과 측은 17일(수) 오후 "철거 진행 방식을 두고 논의를 거듭하다 보니 시간이 지연됐다고 본다. 철거는 상반기 중 이뤄질 것으로 본다"라면서 "문제로 지적된 조병옥 동상만 철거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해명했다. 

지유석 기자
iron_heel@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