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에게 신뢰 잃으면 시민구단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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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유석 기자
  • 승인 2021.03.12 09: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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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아산FC 료헤이 선수 영입 논란 유감 

 

데이트 폭력 논란이 일고 있는 아산FC 미치부치 료헤이 선수는 4년 전인 2017년에도 역시 데이트 폭력을 저질렀다. 당시 료헤이 선수는 체포되기까지 했다. 사건은 불기소로 종결됐지만 소속팀으로부터 17경기 출장 정지, 3개월간 연봉 20% 삭감, 12월까지 사회 봉사활동 등의 조치를 취했다.(아사히 신문 화면 갈무리)
데이트 폭력 논란이 일고 있는 아산FC 미치부치 료헤이 선수는 4년 전인 2017년에도 역시 데이트 폭력을 저질렀다. 당시 료헤이 선수는 체포되기까지 했다. 사건은 불기소로 종결됐지만 소속팀으로부터 17경기 출장 정지, 3개월간 연봉 20% 삭감, 12월까지 사회 봉사활동 등의 조치를 취했다.(아사히 신문 화면 갈무리)

지난 2월 충남 아산FC에 입단한 일본 출신 미드필더 미치부치 료헤이(道諒平) 선수를 두고 지역사회에서 비판여론이 들끓는 중이다. 이와 관련, 기자는 3월 8일(월)자 기사에서 료헤이 선수가 가한 데이트 폭력 사례를 보도한 바 있다. 

다시금 일본 언론 보도를 살펴보자. 2020년 10월 료헤이 선수의 데이트 폭력을 폭로한 일본 주간지 <플래쉬>지는 "데이트 폭력에 정통한 아오바 법률사무소의 하시모토 토모코 변호사는 데이트 폭력 유형이 ⓵ 신체적 폭력  정신적 폭력  무시와 괴롭힘 등 심리적 폭력  외출 제한 등으로 인간관계를 단절시키는 사회적 폭력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경제적 폭력 성관계를 강요하는 등의 성폭력 등 크게 6가지인데, 료헤이 선수처럼  6가지 유형을 모두 구사하는 사례는 드물다. 무척 수위 높은 데이트 폭력 가해자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료헤이 선수의 데이트 폭력은 일본 축구계는 물론 일본 사회에까지 파장을 미쳤다. 결국 소속팀 센다이는 료헤이 선수와 계약을 해지했다. 

그런데, 일본 언론을 통해 료헤이 선수가 이전에도 데이트 폭력을 저지른 사실을 확인했다. 

<닛칸 스포츠>, <아사히> 등 일본 주요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료헤이 선수는 J1리그 방포레 고후 소속으로 활동하던 2017년 7월 여성에게 폭행을 가해 경찰에 체포됐다. 료헤이 선수는 다음 달인 8월 풀려났고, 경찰은 불기소 처분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하지만 소속팀 징계는 피하지 못했다. 소속팀인 방포레 고후는 료헤이 선수에 대해 17경기 출장 정지, 3개월간 연봉 20% 삭감, 12월까지 사회 봉사활동 등의 조치를 취했다. 방포레 고후는 구단주까지 나서서 "클럽은 이런 일이 없도록 선수 교육을 철저히 해나갈 것이다. 팬에게 심려를 끼쳤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도 료헤이 선수는 3년이 지나 또다시 대형사고(?)를 쳤고, 결국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이어나가기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 

두 번째 기회를 주기에 앞서 

료헤이 선수의 활약을 직접 목격하진 못했지만, 훌륭한 기량을 갖춘 선수 같다. 또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그래서 재기의 기회를 열어두어야 한다. 

그러나 료헤이 선수는 선수활동 재개에 앞서 어떤 식으로든 피해 여성에게 사과입장을 밝혔어야 하지 않았을까? 

기자가 검색한 바, 일본 언론 어디에서도 료헤이 선수가 공식 석상에서 사과입장을 밝혔다는 보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지난해 12월 "정말 미안하다는 말 외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보도는 료헤이 선수의 데이트 폭력을 처음 보도한 <플래쉬>지가 보도 2개월 뒤인 지난해 12월 잠복 취재를 통해 료헤이 선수에게 얻어낸(?) 발언일 뿐 공식 사과입장으로 보기는 어렵다. 

아산FC의 처사도 이해하기 어렵다. 아산FC는 료헤이 선수의 영입을 발표하면서 구단 홈페이지에 "전지훈련 기간 동안 태도를 지속적으로 지켜보았다. 면담을 통해 선수의 확실한 변화의 의지를 느꼈고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거나 선수와 구단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확답을 받아 계약을 진행하게 되었다"고만 밝혔다. 

기자가 아산FC 홍보팀에 문의한 바, 구단 측도 료헤이 선수의 과거 행각을 일정 수준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료헤이 선수가 직접 피해 여성에게 사과하도록 하고, 팬들에겐 재발방지를 약속하도록 해야 하지 않았을까?

축구선수에게 엄격한 윤리적 잣대를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없지 않다. 하지만 축구 등 각 종목 운동선수가 윤리의식을 갖출 필요는 분명 있다. 

농구의 마이클 조던, 야구의 류현진, 축구의 박지성·손흥민 등 이른바 ‘레전드’ 반열에 오른 선수들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겐 꿈 그 자체다. 월드컵과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 리그에서 맹활약했던 박지성 선수의 모습을 보고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축구 선수의 꿈을 품었던가? 축구 팬의 시선에서 경기장에서 데이트 폭력을 저지른 선수가 아무렇지 않게 경기하는 모습은 불편하기 그지없다. 

아산FC는 충청권 유일의 시민 프로축구단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료헤이 선수의 영입을 둘러싸고 아산FC는 시민의 지지를 많이 잃은 모습이다. 아산 시민단체는 이미 료헤이 선수의 영입 철회를 촉구하며 연일 아산FC를 압박하고 있다. 

시민구단의 존재 기반은 시민의 관심과 사랑이다. 시민의 지지를 잃으면 팀 존립도 위태롭다. 팀 관계자들이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적절한 후속 조치에 나서주기 바란다. 

지유석 기자
iron_heel@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