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혈세로 데이트 폭력 선수 영입? 아산 시민사회 ‘공분’
시민 혈세로 데이트 폭력 선수 영입? 아산 시민사회 ‘공분’
  • 지유석 기자
  • 승인 2021.03.08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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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 시민사회 “료헤이 선수 입단은 사회적 타살” 반발 

데이트 폭력으로 일본 소속팀에서 방출당한 료헤이 선수 영입한 아산FC

113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인 8일(월) 오후 '3.8 세계 여성의 날 충남기획단'은 이날 오후 아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산FC의 미치부치 료헤이 선수 영입을 규탄했다.
113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인 8일(월) 오후 '3.8 세계 여성의 날 충남기획단'은 이날 오후 아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산FC의 미치부치 료헤이 선수 영입을 규탄했다.

아산시 시민사회가 프로축구단 아산FC(구단주 오세현 아산시장)의 선수 영입을 놓고 들끓고 있다. 

8일(월)은 113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이다. 이에 발맞춰 19개 지역 시민사회 단체가 참여한 '3.8 세계 여성의 날 충남기획단'은 이날 오후 아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기자회견은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의미보다 아산FC를 성토하는 성격이 더 강했다. 

'3.8 세계 여성의 날 충남기획단'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충남FC 구단의 료헤이 선수 입단은 충남여성에 대한 사회적 타살이다. 충남FC 구단은 충청남도와 아산시의 재정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결국 도민, 시민 세금으로 여성폭력 가해자를 응원하고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규탄했다. 

사태의 발단은 아산FC가 2월 22일(월) 일본 출신 미드필더 미치부치 료헤이(道諒平) 선수 영입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아산FC 구단은 "다부진 체격조건을 갖춘 료헤이는 주로 오른쪽 미드필더로 출전하여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상대 측면을 허무는 플레이가 장점이다. 상황에 따라 직접 마무리하는 능력도 갖춰 2020시즌 충남아산FC의 날개 한 축을 담당해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료헤이 선수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전지훈련 기간 동안 태도를 지속적으로 지켜보았다. 면담을 통해 선수의 확실한 변화의 의지를 느꼈고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거나 선수와 구단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확답을 받아 계약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적 물의'란 데이트 폭력이다. 료헤이 선수는 지난해 10월 데이트 폭력을 일으켜 소속팀인 일본J 리그 베갈테 센다이에서 방출됐다. 뿐만 아니라 2017년에도 역시 데이트 폭력을 저질러 체포된 전력도 있었다. 

오갈 데 없어진 료헤이 선수는 한국에 눈을 돌렸다. 료헤이 선수는 울산 현대 등 K리그 구단과 접촉했지만 데이트 폭력 때문에 영입에 나선 구단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아산FC가 이 선수를 선발한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아산시 시민사회는 영입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4일(목) 민족문제연구소 아산지회, 민주노총 아산시위원회 등 14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아산시 시민산체협의회는 "여성에 대한 폭력 행위로 자국 축구계에서 퇴출당하자 다른 나라 팀으로 이적하여 경기를 계속하려는 안하무인의 선수를 ‘여성 친화도시 아산’에서 받아들인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더욱이 타 구단에서도 받아들이지 않는 문제의 선수를 '아산FC'가 영입한 건 아산시민의 의식 수준을 무시한 것이며, 구단이 최소한의 인권 의식조차 갖추지 못한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산FC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팬들의 성토가 이어지는 중이다. 팬들은 최근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 소속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폭 논란을 거론하며 구단을 비판했다. 

축구팬 A 씨는 "일본에서도 데이트 폭력문제로 퇴출당하다시피 한 선수를 입단시키다니, 게다가 료헤이 선수만 문제가 아니지 않나? 구단의 도덕적 공감능력이나 감수성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B 씨도 "나라 격을 떨어뜨려도 정도가 있지 아니 상습적으로 데이트 폭력을 한 선수를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영입하는 건가? 구단은 대체 상식이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료헤이 선수의 엽기행각, 그런데도 문제없다?

일본 언론을 검색한 결과 료헤이 선수의 전력은 사뭇 심각한 수준이었다. 료헤이 선수의 폭력 행각을 재구성해보자. 

연예를 주로 다루는 일본 주간지 <플래쉬> 지는 2020년 10월 "J리그가 주목하는 선수, 데이트 폭력 6관왕"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료헤이 선수의 행각을 자세히 보도했다. 이 잡지는 "료헤이 선수가 피해 여성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가했고, 피해 여성의 몸은 멍투성이"라고 적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점은 기사에 실린 사진이었다. 해당 기사엔 료헤이 선수가 자신의 목에 칼을 대고 있는 영상통화 캡쳐 사진이 실렸다. 이 사진을 실은 <플래쉬>지는 료헤이 선수가 3시간 동안 영상통화를 하며 여성에게 폭언을 했다고 전했다. 

미치 부치 료헤이 선수의 데이트 폭력은 일본 주간지 ‘플래쉬’지 보도로 알려졌다. 이 잡지는 료헤이 선수가 자신의 목에 칼을 갖다 대고 피해 여성에게 폭언을 하는 영상통화 캡쳐 사진을 실었다. (사진 출처 = 일본 ‘플래쉬’지)
미치 부치 료헤이 선수의 데이트 폭력은 일본 주간지 ‘플래쉬’지 보도로 알려졌다. 이 잡지는 료헤이 선수가 자신의 목에 칼을 갖다 대고 피해 여성에게 폭언을 하는 영상통화 캡쳐 사진을 실었다. (사진 출처 = 일본 ‘플래쉬’지)

사태의 파장은 컸다. 료헤이 선수는 경찰에 체포됐다 풀려났다. 2달 뒤인 지난해 12월엔 피해여성에게 "정말 미안하다는 말 외엔 할 말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속팀인 센다이는 "클럽의 질서와 풍기를 심각하게 저해했다"며 료헤이 선수와 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아산FC가 이 점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아산FC 측 관계자는 8일(월)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본 언론 보도내용을 인지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일본 현지 에이전트나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한 바 문제의 기사가 실린 잡지는 가십을 주로 다루는 데다 과장된 면도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료헤이 선수의 경기 출전에 대해선 "현장에 있는 감독과 코칭 스텝이 결정할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아산FC의 선수영입에 대해선 일본 안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재일교포 3세로 일본에서 활동하는 김명욱 기자는 "료헤이 선수의 이름을 보고 놀랐다"며 "일본에서 이런 식의 선수 영입은 있을 수 없다. 한국과 문화적 차이인가? K리그는 이런 선수에 관용을 베푸는가?"라며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지유석 기자 
iron_heel@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