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복수노조 이용한 노조파괴 행위에 ‘경종’ 
대법원, 복수노조 이용한 노조파괴 행위에 ‘경종’ 
  • 지유석 기자
  • 승인 2021.03.0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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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제2노조 설립 무효” 원심 유지, 노동3권 신장 기대 

충남 아산에 있는 유성기업 노사갈등이 지난해 말 타결된 가운데, 노조는 또 한 번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들였다. 노사갈등 당시 사측이 세운 제2 노조 설립이 무효임을 대법원판결로 확인한 것이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달 25일(목) 제2노조 설립이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을 유지했다. 

지난해 12월 말 유성기업 노사갈등이 극적 해결된 가운데,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회는 대법원으로부터 의미 있는 판결을 받아냈다. 대법원이 ‘제2노조 설립은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을 유지한 것이다. 

앞서 1·2심은 "원고 노조(제1노조)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새로운 노조를 설립하여 교섭 대표노동조합의 지위를 확보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참가인 회사(유성기업)의 치밀한 기획 하에 설립·운영된 피고 노조(제2 노조)는 노동조합으로서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제2노조 설립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제2 노조는 유성기업 노사갈등의 핵심 쟁점이었다. 노사갈등은 사측이 기존 제 1노조인 유성기업 지회를 무력화시키고자 사측에 우호적인 제2 노조를 설립하면서 증폭됐다. 

당시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은 제1 노조 무력화 전략을 자문했고, 사측은 회사 자금을 사용해 이를 실행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불법임을 인정해 유성기업 유시영 전 대표와 창조컨설팅 심종두 대표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번 대법원판결은 당연한 귀결이라는 지적이다. 또 사측이 복수 노동조합 설립을 허용하는 현행법을 이용해 기존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대법원도 이번 판결에 대해 "사용자 측의 부당노동행위로 인해 설립되는 이른바 ‘어용노조’의 경우 그 설립이 노동조합법상 무효이거나 노동조합으로서 법적 지위를 갖지 아니함을 명확히 선언함으로써, 향후 노동조합의 노동3권을 신장시키는 데에 기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유성기업 지회는 대법원판결을 환영하면서도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유성기업 지회는 대법원판결 직후 낸 성명에서 "어용노조는 임금인상·단체협약 체결 등에서 가이드라인 역할을 했고 기존 노조에 대한 10년간 임금동결·단협해지 등 회사의 불법 노조파괴를 용인하는 역할을 했다. 판결은 무효로 났지만 원상회복을 할 수 없는 건 더 큰 문제"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이 수많은 복수노조 사업장의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 사용자가 만든 노조는 반드시 무너지고 현장에서 만든 노동조합만이 자본과 대등한 관계 속에서 노사관계가 형성되길 간절히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지유석 기자 
iron_heel@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