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구제 기구는 가까이에 있어야 합니다”
“권리구제 기구는 가까이에 있어야 합니다”
  • 지유석 기자
  • 승인 2021.02.2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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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충남인권교육활동가 모임 ‘부뜰’ 이진숙 대표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이진숙 대표는 국내 최장기 분쟁사업장 유성기업 노사갈등·천안 C 중학교 배구부 감독 선수폭행 물의·청소년 인권확대 등 인권 문제가 걸린 현장에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낸다. 

게다가 2년 임기의 충남인권위원장 직을 맡아 수행하는 한편, 가장 최근엔 천안시장애인체육회에서 불거진 장애인 인권침해·성희롱 사태를 조사한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가장 강조하는 대목은 ‘인권 감수성’, 그리고 ‘인권의 제도화’다. 사례를 들어보자.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이진숙 대표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이진숙 대표

이 대표가 위원장을 맡았던 장애인체육회 인권침해 사태 조사위는 최종 조사보고서에서 가해자 A 팀장에 대해 권한남용·부당지시·장애인 차별·모욕·성희롱 등 총 20개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적시했다. 

그리고 가해자 A 팀장의 거취와 관련, 조사위는 사법기관 수사의뢰와 직권면직을 권고했다. 이 같은 결론에 이르는 게 순탄치만은 않았다. 이 대표는 가해자가 끝내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조사과정에서 가해자 A 팀장을 면담했다. A 팀장의 행위와 관련해선 이미 국가인권위원회가 징계를 권고했고, 고용노동부도 과태료를 부과했었다. 그런데도 A 팀장은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사태의 궁극적인 목적은 회복이다. 그러려면 가해자가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피해 지도사에게 사과와 용서를 구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A 팀장이 국가기관의 결정 사항마저 부인하니 사법적 판단을 구해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조사위는 A 팀장을 수사의뢰하면서 기관과 시 당국에 뼈 있는 조언을 남겼다. 장애인체육회엔 "기관 구성원들의 장애인권감수성 증진, 그리고 반인권적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올바른 판단과 대응을 가능케 하는 실효적인 인권감수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천안시를 향해선 "이 사건은 성희롱과 장애인차별 등 인권침해에 대한 내용이고, 최초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권리구제가 이루어졌다면 다른 피해자들의 양산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올해 1월 제정된 '천안시 체육인 스포츠인권 조례'가 명시하고 있는 ‘천안시 스포츠인권상담센터’의 운영을 통한 체육인 인권침해와 피해자 법률지원의 토대가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이진숙 대표는 인권 문제가 걸린 현장에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낸다.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이진숙 대표는 인권 문제가 걸린 현장에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낸다.

인권조례는 있는데, 운영은 ‘유명무실’ 

조사위 권고에 대해 이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장애인체육회 인권침해 사태는 A 팀장의 인성에 국한되는 것도 아니고, 경질이나 징계 문제에 그치는 문제도 아니라고 본다. 무엇보다 조직 운영에 공공성을 담보해야 했는데, 가해자 A 팀장은 사실상 기관을 사유화했다는 판단이다. A 팀장이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는 데 이사회나 운영위 등 어느 기구도 제동을 걸지 못했다. 

더 이상 이런 행태를 방치해선 안 된다. 공공기관에 몸담은 구성원 누구에게나 제대로 된 인권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무엇보다 사태를 공정하고 신속하게 처리할 권리구제 기구가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 이번 장애인체육회 사태의 경우, 피해 지도사들이 신뢰할 만한 권리구제 기구로부터 조력을 받았다면 이 문제가 오래 누적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박상돈 천안시장에게도 이 점을 권고했다."

앞서 적었듯 이 대표는 충남인권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충남인권위원장 임기는 오는 8월까지다. 이 대표는 자신의 임기 동안 꼭 이뤘으면 하는 일이 있다고 했다. 이 대표의 말이다. 

"충남은 한 번 인권조례가 폐지됐다가 재제정한 경험을 지닌 곳이다. 뿐만 아니라 도내 15개 기초 지자체마다 인권조례가 있다. 서울·경기를 제외하고 관내 모든 기초 자치단체가 인권조례를 갖춘 곳은 충남이 유일하다고 본다. 

그런데 인권조례 재제정 후 3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한 번도 조례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 즉, 조례에 따라 기본적 인권행정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미비점은 없는지에 대한 점검이 없었다는 말이다. 

지금 전국을 다니며 사례를 수집하고 있는데, 서울·경기·전북은 독립된 '과'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구성인원도 전북 11명, 경기 19명, 서울 20명 등이다. 하지만 충남은 자치행정과 산하 인권증진팀 3명이 전부다. 게다가 인원도 자주 바뀌어서 업무 지속성도 보장되지 않는다. 이래서 무슨 인권행정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임기가 끝날 때까지 안정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이다." 

한편 ‘부뜰’ 소속 인권활동가들은 충남 전역에 흩어져 활동한다. 이 대표는 올해 시민들과 접점을 확대하는 한편, 홈페이지 운영과 상담을 전담할 반상근 인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선 후원회원이 많아져야 한다”며 참여를 호소했다. 

지유석 기자 
iron_heel@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