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은 좋았지만, 이야기는 따분했다 
비주얼은 좋았지만, 이야기는 따분했다 
  • 지유석 기자
  • 승인 2021.02.23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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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뜨거운 화제성에도 아쉬움 남긴 ‘승리호’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는 SF 영화 ‘승리호’ ⓒ 넷플릭스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는 SF 영화 ‘승리호’ ⓒ 넷플릭스

우리 SF 영화 <승리호>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영화는 2092년, 우주 쓰레기 수거 우주선인 '승리호'가 지구를 구한다는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한다. 이 영화는 원래 극장에서 개봉하려다가 코로나19로 개봉이 미뤄졌다. 그러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것이다. 

넷플릭스 개봉은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넷플릭스는 “<승리호>가 공개 2일 만에 해외 28개국에서 1위, 80개국 이상에서 TOP 10에 올랐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영·미권은 물론 덴마크, 핀란드, 이집트, 나이지리아 등 모든 대륙 시청자들에게 골고루 인기를 끌었다는 점이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승리호>는 한국 관객뿐 아니라 전 세계 관객에게 다가가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니까. 특히 '꽃님이' 역의 배우 박예린의 귀여운 이미지는 단연 돋보인다. 게다가 화면을 가득 채우는 비주얼은 <블레이드 러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스타워즈> 같은 헐리웃 SF 영화와 견주어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김태리, 송중기, 진선규의 연기도 좋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칭찬은 딱 여기까지다. 영화의 이야기 구조는 할리우드 SF 영화를 짜깁기한 흔적이 역력하다. 

<승리호>는 2092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구는 쓰레기 더미로 전락하고, 거대 기업 UTS는 우주공간에 지상낙원을 건설한다. 그러나 그곳엔 아무나 갈 수 없다. 그곳은 철저히 가진 자들만을 위한 낙원이다. 낙원을 설계한 설리번(리처드 아미티지)은 낙원을 철저히 통제해 절대 권력자로 군림하려 한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 구조는 닐 블롬캠프가 연출하고 맷 데이먼, 조디 포스터가 출연한 2013년 작 <엘리시움>을 기본 뼈대로 한 다음,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의 갈등구조를 뒤섞은 듯하다. 

영화도 스토리텔링이야!

이야기 전개는 더더욱 어색하다. 이야기는 조종사 김태호(송중기)를 중심으로 흘러나간다. 김태호는 UTS 기동대 장교 출신으로 한때 잘나가던 ‘귀한 몸’이었다. 태호는 작전 중 구조한 한 아이를 자신의 딸처럼 키운다. 이로 인해 태호는 한순간 직업을 잃고 길거리를 전전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이를 잃어버리게 되고, 태호는 아이를 찾을 돈을 마련하기 위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또 자신의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인해 꽃님이를 구하는 데 온몸을 바친다. 

김태호의 서사는 얼핏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이야기 흐름을 보면 억지로 끼워 맞췄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개인적인 시선임을 전제로 하면, 차라리 선장 장현숙(김태리)에게 더 무게중심을 싣는 편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본다. 영화 속 장 선장은 UTS 설리번 회장에게 맞섰던 적이 있다. 하지만 왜 그녀가 설리번에 맞서 무기를 집어 들었는지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장 선장과 설리번의 갈등에 집중했다면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설리번의 캐릭터 역시 아쉬움을 남긴다. 설리번은 <승리호>를 위협하는 악당이다. 그러나 갈등이 최고조에 오른 순간에도 설리번은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설리번 역을 맡은 배우 리처드 아미티지는 피터 잭슨 감독의 <호빗> 3부작에서 소린 역을 맡았던 대배우다. 이런 대배우를 한국 영화에서 만나니 반가웠지만, 존재감이 없어 아쉽기 그지없다. 

영화는 시각예술이다. 그러나 시각적인 부분만 강조한다고 해서 저절로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건 아니다. SF의 고전 <블레이드 러너>나 <스타워즈>가 그저 혁신적인 비주얼만으로 고전 반열에 오른 게 아니다. 이들 작품은 음울한 인류의 미래상(블레이드 러너)이나 판타지 문학의 서사구도를 영화적 상상력으로 삼았다(스타워즈)는 점에서 이제껏 찬사를 받고 있다. 

우리라고 이런 고전을 못 만들까? 이미 한국 영화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을 거머쥔 적이 있다. 이제 비주얼은 성취했으니, 이제 이야기로 승부를 걸어야 할 때다. 

지유석 기자
iron_hee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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