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천안 물류센터 사망사고’ 보도한 기자에 1억 손배소 
쿠팡, ‘천안 물류센터 사망사고’ 보도한 기자에 1억 손배소 
  • 지유석 기자
  • 승인 2021.02.1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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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해당 기자 보도로 이미지 실추” vs 변호인 측 “공익적 활동” 반박 

 

지난해 6월 쿠팡 천안목천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조리원 고 박현경 씨 사망사건이 해당 사건을 보도한 기자와 쿠팡 간 소송전으로 번졌다. 

쿠팡은 지난해 7월 대전MBC 김 아무개 기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고, 이에 10일(수) 오전 대전지방법원에서 심리가 열렸다. 

이번 심리에서 쿠팡 측은 "대전MBC 소속 김 아무개 기자가 고 박현경 씨 사망사건을 13회에 걸쳐 연속 보도하면서 지속적으로 쿠팡을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책임 있는 당사자로 지목했다"며 김 기자에 대해 1억원의 배상금을 청구했다. 

쿠팡 측은 특히 2020년 7월 8일자 <[단독] 쿠팡서 숨진 조리사…혼합세제에서 '유독물질'> 보도를 문제 삼았다. 

김 기자는 해당 리포트에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분석 결과를 근거로 "독성물질인 '클로로포름'이 29.911 마이크로그램, 국내 허용치의 3배에 달하는 양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의 파장은 컸다. 보도 다음 날인 7월 9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해명자료를 내고 "세 가지 세척제를 혼합·희석해 분석한 결과 클로로폼 29.911마이크로그램이 검출된 것은 사실이나 이는 현장의 공기를 채취해 분석한 게 아니라 실험실 환경에서 만들어낸 결과"라고 설명했다. 

쿠팡 측은 이번 심리에서 "피고(김 기자)가 보도한 내용은 이 사건 사고와 같은 조건에서 현장의 공기를 채취해 분석한 것이 아니라 실험실 환경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결과일 뿐, 실제 작업장의 공기를 통해 노출 가능한 클로로포름의 양과 다르다는 점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가 마치 이 사건 식당에서 국내 허용치의 3배에 달하는 양의 클로로포름이 검출된 것과 같이 단정했고, 고 박 씨가 같은 고농도의 클로로포름을 지속적으로 흡입해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는 인상을 줬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기자 변호인 측은 "피고는 '실체적 진실 추구', '공공이익 우선', '인권 옹호'라는 보도수칙에 입각해 이 사건 사고 취재와 보도를 이어나갔으며, 이는 하청과 재하청 과정에서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의 현실과 락스와 세제 혼합사용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을 알림으로써 또 다른 사고를 예방하는 공익적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맞섰다. 

이어 "피고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실험결과에서 나온 수치를 해석하는 데 있어 다소간 오류를 범한 건 사실이나 이는 해당 보도를 통해 락스와 세제를 혼합해 사용하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알리려는 의도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지난 해 6월 쿠팡 천안목천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조리원 고 박현경 씨 사망사건이 해당 사건을 보도한 기자와 쿠팡 간 소송전으로 번졌다. 쿠팡은 지난해 7월 대전MBC 김 아무개 기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고, 이에 10일 오전 대전지방법원에서 심리가 열렸다.
지난 해 6월 쿠팡 천안목천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조리원 고 박현경 씨 사망사건이 해당 사건을 보도한 기자와 쿠팡 간 소송전으로 번졌다. 쿠팡은 지난해 7월 대전MBC 김 아무개 기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고, 이에 10일 오전 대전지방법원에서 심리가 열렸다.

기자 상대 거액 손배소, 후속보도 막기 위한 ‘입막음’ 소송?

양측의 공방과 별개로 쿠팡이 법인인 기자 개인을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한 점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 기자의 변호인 측은 "분쟁해결기구인 언론중재위원회회를 통해 보도 정정이나 사과방송 등의 정정절차가 있음에도 원고는 이 같은 절차를 모두 생략한 채 기자 개인에게 1억원이라는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건 보도 자유를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담당 재판부인 대전지법 민사13단독 김양규 부장판사도 원고 측에 법인이 아닌, 기자 개인을 상대로 한 소송의 이유를 물었다. 이 같은 지적에 쿠팡 측은 "기자 개인의 일탈적 보도행위를 문제 삼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쿠팡은 또 여전히 사망사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쿠팡은 고 박현경 씨 사망사건과 관련, "고 박 씨가 식당 청소 업무에 사용했던 청소용 세제 등 각종 비품은 위탁운영을 맡은 동원홈푸드가 제공하고 고 박 씨에 대한 청소 업무 지시, 조리, 청소 등 교육 또한 동원홈프드 소속 영양사가 진행해 원고가 구체적 업무 내용에 관여하거나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책임을 동원홈푸드에 떠넘겼다. 

1심 재판을 지켜본 故 박 씨의 남편 최동범 씨는 "쿠팡이 대외 이미지에 영향을 줄 언론 보도엔 민감하면서 정작 사망한 노동자에 대해선 여전히 무책임한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음 심리는 오는 4월 7일 이어진다. 

지유석 기자
iron_hee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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