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노조 위원장 됐다고 파면? 이건 명백한 인사보복!”
“교수노조 위원장 됐다고 파면? 이건 명백한 인사보복!”
  • 지유석 기자
  • 승인 2021.02.09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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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1] 천안 나사렛대 내홍 - 노조 위원장 류재연 교수 파면 논란 

충남 천안에 위치한 나사렛대학교(총장 김경수)는 1954년 도널드 D. 오웬(한국명 오은수) 선교사가 세운 학교로, 보수 개신교 교단인 나사렛성결교단이 운영하는 학교다. 

특히 이 학교는 재활복지특성화 우수대학으로 정평이 나 있고, 이런 이유로 장애 자녀를 둔 학부모의 선호도가 높다. 그런데 최근 이 학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세 차례에 걸쳐 다루기로 한다. [편집자 주] 

 

충남 천안 나사렛대에서 최근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충남 천안 나사렛대에서 최근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나사렛대학교 교원징계위원회는 2021년 1월 15일자로 특수교육과 류재연 교수를 파면했다. 징계위가 든 사유는 17개 항인데, 류 교수가 SNS, 학교 공용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현 김경수 총장과 교직원의 명예를 훼손하고 조직질서를 파괴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류 교수는 자신의 행위가 공익적 목적이라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조사위는 "징계혐의자(류재연 교수)가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해 총장 등 학교 관계자들을 인격적으로 비방·조롱했고, 징계혐의자가 작성한 글 중엔 상대방에 대한 저주, 강요, 협박 수준에 이르는 것도 존재한다. 또한 징계혐의자의 행위는 약 1년간 계속되었고 회수는 300회를 초과한다"며 "이 같은 점을 볼 때 징계혐의자의 행위는 공익적 목적으로 정당화되는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류 교수는 인사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저간의 상황을 따져보면 파면 조치가 이뤄진 시점은 무척 미묘하다. 지난 1월 8일 교수노동조합은 직접 선거를 통해 류 교수와 임상병리학과 김아무개 교수를 각각 위원장과 부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지난해 교수노조가 출범했고, 이어 처음 직선으로 지도부를 꾸린 것이다. 

그런데 바로 1주일 뒤 학교 징계위는 류 교수를 파면했다. 특히 류 교수는 노조위원장에 선출되기 전부터 학내 문제에 목소리를 내왔다. 

이중 주목할 만한 대목은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교과과정인 브릿지학부(재활자립학과) 소속 A, B 교수의 장애인 학생 비하 의혹과 김경수 총장이 관사 이전 명목으로 교비를 유용했다는 의혹이다. 

장애인 특성화 학교가 장애인 비하 교수 감쌌나? 

나사렛대 캠퍼스 곳곳엔 교수노조 출범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하지만 위원장으로 선출된 류재연 교수는 선출 1주일 만에 학교로부터 파면 조치당했다.
나사렛대 캠퍼스 곳곳엔 교수노조 출범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하지만 위원장으로 선출된 류재연 교수는 선출 1주일 만에 학교로부터 파면 조치당했다.

먼저 장애인 학생 비하 의혹부터 살펴보자. 류 교수는 브릿지학부 학과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3월 A, B 교수를 학교에 정식 고발했다. 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를 알리기도 했다. 

고발장 내용은 사뭇 충격적이다. 고발장에 따르면 A 교수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걸어 다니는 복지카드'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전원 장애인임을 고려해 볼 때 장애인 비하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발언이다. 복수의 학생들은 A 교수의 발언이 상습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B 교수는 수업시간에 학생들 개개인을 대상으로 '자폐 학생 너 손들고 있어', 'ADHD 너 손들고 있어' 등으로 호명했다. 지적장애 학생들을 향해선 "너희들은 결혼하면 장애아를 가질 확률이 높다"는 발언을 했다. 여기에 B 교수가 조교들에게 외모 비하와 성적 수치를 유발하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했다는 정황도 고발장에 적시돼 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사실조사위를 꾸리고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결과 A 교수의 경우 장애인 비하 등 가해행위를 인정해 이사회에 징계를 요청하는 한편 지난해 9월엔 천안서북경찰서에 수사의뢰했다. 반면 B 교수에 대해선 "진술이 상반되고 사실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며, 이 사건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됐으므로 학교에선 그 조사결과에 따라 재심의하기로 했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학교 측은 두 교수를 강의에서 배제하지 않았다. 더욱 황당한 건 가해 교수 중 한 명인 B 교수가 장애인 인권을 주제로 한 강의를 맡았다는 점이다. 여기에 B 교수가 수업 도중 덴마크 영화 <더 헌트>를 학생들에게 소개하며, 자신이 마녀사냥을 당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더 헌트>는 덴마크 출신 명배우 매즈 미켈슨이 주연한 영화로 한 소녀의 무고로 유치원 교사에게 성범죄자 낙인이 찍힌다는 내용이다. 수강 학생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몇몇 학생들은 익명으로 단체대화방(단톡방)에 이 사실을 알리며 B 교수의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한 학생은 단톡방에 "영화 봤다면 알겠지만 B 교수가 마녀사냥당하고 있다는 걸 이 영화를 통해서 알리려고 한 것 같다. 스토리가 너무 일치해 말이 안 나온다"고 적었다. 다른 학생도 "이번에 보내준 영화 방금 다 봤는데 뭔가 지금 B 교수가 논란이 일고 있는 내용이랑 너무 똑같아 소름 돋는다.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건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학교 측은 고발자인 류 교수에게도 A, B 교수의 처분결과에 대해 알리지 않은 듯하다. 류 교수는 “학교 측이 두 가해 교수에 취한 처분결과를 나를 파면한 징계의결서를 보고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요약하면, 류 교수 파면을 둘러싼 전후 상황은 학교 측 조치가 형평에 어긋나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가해 A, B 교수가 경징계에 그친 반면 류 교수가 파면처분을 받은 점이 특히 그렇다. 

※ 2부로 이어집니다. 

지유석 기자 
iron_heel@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