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학산자연휴양림 앞에 폐기물처리장을?
태학산자연휴양림 앞에 폐기물처리장을?
  • 지유석 기자
  • 승인 2021.01.1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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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태리 주민들, “폐기물처리장 결사반대” 천안시청앞 시위...천안시, 원론적 입장만 밝혀

13일(수) 오전, 천안시 풍세면 삼태리 주민 약 50여 명은 천안시청 앞에서 폐기물 처리장 건립 반대시위를 했다.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다. 주민들은 지난 4일과 11일 오전에도 시위를 벌였다. 

발단은 삼태리 일대에 자원순환관련시설, 즉 폐기물처리장 건립이 추진되면서부터다. 사업자인 H 업체는 지난해 7월 천안시청에 폐기물 중간처분업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이러자 주민들은 9월 주민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반대에 나섰다. 천안시청은 일단 11월 사업계획서를 반려했다. 그런데 H 업체가 재차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자 주민과 대책위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삼태리 일대에 폐기물 처리장 건립이 추진되면서 삼태리 주민 50여 명은 13일 오전 천안시청 앞에서 반대시위를 벌였다.
삼태리 일대에 폐기물 처리장 건립이 추진되면서 삼태리 주민 50여 명은 13일 오전 천안시청 앞에서 반대시위를 벌였다.

주민대책위는 ‘폐기물 처리장 건립은 수용 불가’라고 못 박았다. 마을 어귀엔 삼태리 주민일동 이름으로 '폐기물 종합재활용 사업장 설치 결사반대'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도 내걸었다. 마을 한가운데 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서는 건 유례가 없으며, 처리장에서 나오는 무기성 오니 분진이 주민들의 건강과 생업을 위협할 것이라는 게 대책위의 반대 이유다. 

주민대책위 홍기삼 부위원장은 "건립이 추진 중인 폐기물 처리장은 정수장에서 나오는 침전물을 주로 처리하게 된다. 이건 화학약품 덩어리"라면서 "처리장이 실제 들어서 가동될 경우 주변의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는 주민들의 건강과 농업을 생업으로 하는 농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는 근거가 없지 않다. H 업체가 작성한 사업계획서엔 "당 사업장(폐기물 처리장)은 허가된 폐수배출업체의 무기성 오니를 수거해 콘크리트와 정량골조(밀폐형) 보관시설에 보관하며, 투입 호퍼를 통해 건조시설을 거쳐 중간처분 처리함"이라고 명시돼 있다. 또 폐기물 처리장은 매일 68톤의 폐기물을 수집하는데, 이 중 50톤이 폐수처리 오니다. 

충남 천안시 풍세면 삼태리 일대에 폐기물 처리장 건립 계획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대책위를 꾸리고 반대에 나섰다.
태학산자연휴양림이 들어선 충남 천안시 풍세면 삼태리 일대에 폐기물 처리장 건립 계획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대책위를 꾸리고 반대에 나섰다.

자연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도 빼놓을 수 없다. 삼태리에서 1km만 더 가면 태학산자연휴양림이 나온다. 2001년 개장한 태학산자연휴양림은 천안시가 시민휴식 공간으로 홍보하는 곳이다. 충청남도는 지난해 3월 산림휴양 수요에 대응하겠다며 태학산 자연휴양림 등에 치유의숲 조성사업도 벌였다. 

주민대책위 홍기삼 부위원장은 “한편으로는 태학산 자연휴양림을 선전하면서, 이곳과 멀지 않는 곳에 폐기물 처리장 건립을 추진하는 건 이율배반”이라고 비판했다. 

대책위와 주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하는 건 사업자인 H 업체와 인허가권을 가진 천안시청의 태도다. 대책위 위원장을 맡은 삼태리 전유영 이장과 홍기삼 부위원장은 “업체나 시청이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H 업체 측은 "무기성 오니류는 대부분 무기물질으로 이루어졌으며 불에 타지 않고, 악취가 나지 않는 폐기물"이라면서 "삼태리 주민을 위해 조금이라도 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문제를 제거하기 위해 비용을 들여 습식세정 스크러버 등의 시설을 설치하고 보관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문제까지 보완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H 산업이 건립 추진 중인 폐기물 처리장 부지. 주민들은 마을 한복판에 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서는 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H 산업이 건립 추진 중인 폐기물 처리장 부지. 주민들은 마을 한복판에 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서는 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추운 겨울에 나와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희 또한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 또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전부터 돈사 문제로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도 파악했다"라며 "주민 여러분의 불편을 덜어 드리고자 하니 대화를 통해 상생 방안을 찾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천안시청 측은 원론적인 입장이다. 천안시청 청소행정과는 지난해 12월 14일자 공문을 통해 홍기삼 부위원장에게 입장을 전했다. 청소행정과는 이 공문에서 "현재 폐기물처리 사업계획서가 접수되어 폐기물관리법과 기타 다른 법령에 저촉되는지 여부 등을 관련기관이나 부서와 협의 중이며, 주변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소행정과 측은 13일 오후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공문에서 밝힌 입장 그대로다. 다만, 결정 시한이 있으니 20일(수) 즈음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유석 기자
iron_heel@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