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허점’ 드러낸 병천 외국인 식자재 마트 집단감염
고용허가제 ‘허점’ 드러낸 병천 외국인 식자재 마트 집단감염
  • 지유석 기자
  • 승인 2021.01.05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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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사각지대 놓인 외국인 노동자, 제도개선 필요성 제기 

 

성탄절이 임박한 지난해 12월 23일(수)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주상복합 건물에서 외국인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이번 집단감염을 계기로 방역 사각지대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 취업제도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먼저 천안시 코로나19 상황부터 살펴보자. 지난해 11월과 12일 천안시 코로나19 확진자는 가파르게 늘었다. 9월 35명, 10월 40명이던 천안시 코로나19 확진자는 11월 193명, 12월 234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병천면에 있는 주상복합 건물에서 확진자가 속출했다. 성탄절 전날인 지난해 12월 24일 하루에만 이곳에서 32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올해 5일 오후 3시 기준 관련 확진자만 99명에 이른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주상복합 건물 1층엔 외국인 식자재 상점이, 2층엔 식당이 각각 입주해 있다.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이곳은 현재 폐쇄 상태다. 

성탄전야 코로나19 집단확진자가 나온 천안시 병천면 외국인 식자재 마트. 현재 이곳은 폐쇄 상태다.
성탄전야 코로나19 집단확진자가 나온 천안시 병천면 외국인 식자재 마트. 현재 이곳은 폐쇄 상태다.

방역당국이 주목한 곳은 바로 2층 식당이다. 천안시청 감염병대응센터 감염병총괄팀 정기문 팀장은 "확진자가 대량으로 나온 주상복합 건물 2층 식당에서 태국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임을 가졌다. 그런데 이 식당은 코로나19가 좋아하는 3밀(밀폐·밀집·밀접) 공간이었고 이로 인해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병천면 주상복합 건물 집단감염자 중 상당수는 불법 체류 태국인 노동자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외국인 식자재 마트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는 A씨는 "외국인 식자재 마트 2층엔 태국, 라오스, 베트남 등 등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주 모인다. 확진자가 처음 나왔던 23일엔 태국인 노동자들이 모임을 가졌는데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된 노동자가 이 모임에 참석한 것으로 안다. 이게 집단감염으로 이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복지 사각지대 조장하는 고용허가제 

불법 체류 태국인 노동자가 잇달아 확진판정을 받자 천안시는 119구급대 등을 통해 확진자 수송에 나서는 한편 병천면 행정복지센터에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운영에 들어갔다. 천안시는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이 신분 노출을 꺼린다는 점을 고려해 비자 확인 없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성탄절을 앞두고 천안에선 코로나19 집단확진자가 속출했다. 특히 천안시 병천면에서 무더기 집단확진 사례가 발생했다. 119구급대가 25일 집단확진 현장으로 출동해 확진자 수송에 나서는 등 천안시는 확산방지 대응에 나섰다.
성탄절을 앞두고 천안에선 코로나19 집단확진자가 속출했다. 특히 천안시 병천면에서 무더기 집단확진 사례가 발생했다. 119구급대가 25일 집단확진 현장으로 출동해 확진자 수송에 나서는 등 천안시는 확산방지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주민들 사이에선 외국인 고용 관련 제도를 완화해 외국인 취업을 활성화하고 복지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목에서 관련 규정을 살펴보자. 현행 고용허가제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는 기존 회사와 근로계약이 끝나면 사업주의 허가를 받아 계약종료일부터 1개월 안에 사업장 변경신청을 해야 하고, 변경신청한 날로부터 3개월 안에 새 회사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 

만약 기존 사업주가 허가를 해주지 않거나, 사업주가 고용허가서 발급 등 행정절차를 밟지 않으면 외국인 노동자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불법체류자로 전락한다. 

적법하게 취업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제조업·건설업·서비스업은 직장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사업자등록증을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 

반면, 농·축산업의 경우 사업자등록증 없이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장이 발급하는 농업경영체등록 확인서만으로 고용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농·어촌에 취업한 외국인 노동자는 자비로 건강보험료를 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의 현재 임금 수준으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주민 B씨는 "병천면 일대엔 과수·원예 농가나 공장이 많은데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농가나 공장은 운영이 어렵다. 그런데 이들 상당수가 불법 체류 신분이다 보니 비닐하우스나 원룸에서 지내 잘 눈에 띄지 않는다"며 "무엇보다 천안시가 비자 확인 없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한 점은 칭찬받을 만하다. 여기에 더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일할 수 있도록 제도를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유석 기자
iron_hee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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