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에 온 4·16진실버스, “우리는 꼭 알고 싶다. 그날의 진실을”
천안에 온 4·16진실버스, “우리는 꼭 알고 싶다. 그날의 진실을”
  • 시민리포터 우연주
  • 승인 2020.12.29 23: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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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세월호 진상규명 약속 지킬 수 있게 시민들이 함께해달라”

“세월호참사 7주기에는 별이 된 304명, 희생자에게 진실규명 완수를 위해 4·16진실버스 2에 새긴 우리의 요구들을 한 목소리로 외치고 알려달라. 그 외침이 단단할수록 세월호참사 7주기까지 성역 없는 진실규명은 더 철저히 이뤄질 것이다. 꼭 알고 싶다.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 왜 침몰했는지? 왜 그날 세월호만 출항했는지? 우리 엄마 아빠들은 꼭 알아야겠고, 꼭 밝혀내려 한다.”

세월호참사 단원고 고 이소진 학생의 어머니인 이혜경씨가 지난 12일(토) 천안 평화의 공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무수히 반복한 ‘세월호참사 성역 없는 진상규명’이라는 피켓을 꼭 들고 한 말이다.

‘4·16진실버스’가 세월호 유가족을 태우고 천안에 왔다. 이날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두정동 공간사이에서 일정 공유를 시작으로 신부동 평화의 공원에서 기자회견, 신부동 터미널 부근 캠페인, 불당동 ‘가문비나무아래’ 책방에서 가족간담회를 가졌다. 

1_지난 12일 천안 평화의 공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단원고 고 이소진 학생의 어머니인 이혜경씨가 발언하고 있다.
지난 12일 천안 평화의 공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단원고 고 이소진 학생의 어머니인 이혜경씨가 발언하고 있다.

세월호참사가 일어난 지 2433일째, 그동안 정권도 바뀌고 국회도 바뀌었지만, 세월호 진상조사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그들은 4·16진실버스를 타고 국민들을 만나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한다.

기자회견에서 유가족들은 “이제 내 아이들은 살아 돌아오지 못하지만, 다시는 우리와 같은 피해자들이 없는 사회, 단 1명의 생명이라도 반드시 책임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것만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내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믿으며 매일 길을 나서고 있다”며 “우리 엄마 아빠들은 끝까지 밝혀낼 것이다. 진상규명 책임자인 문재인 정부는 약속을 이행하고, 행동으로 응답하라”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천안 시민들을 만나기 위해 터미널 부근에 마련된 부스로 이동해 시민홍보활동을 펼쳤다.

홍보 활동을 준비한 천안416연대 이명재씨는 “시민들은 세월호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이 잘 돼간다고 생각한다. 아직 진상규명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천안 시민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며 “세월호 유가족들이 온다는 소식에 세월호 리본이 새겨진 떡을 시민이 보내주셨다. 잊지 않고 응원하는 시민들의 모습에 유가족분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이 발언 중이다.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이 발언 중이다.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가문비나무아래 책방에서 이어진 가족간담회에는 코로나19 확산에도 방역수칙을 지키며 유가족들과 만남을 향한 천안 시민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간담회에서 세월호 유가족 윤경희(단원고 고 김시연 어머니)씨는 “진실버스 1차까지 합치면 천안이 47번째 지역”이라며 “많은 분들이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된 후 세월호 진실규명이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수없이 약속해줬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어 다시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으로 돌아간 것처럼 앞이 깜깜해,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진실버스를 타고 전국을 달리고 있다”며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과 ‘416 세월호 참사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 기록물 공개 결의’ 등 10만 동의 청원과 국회 통과 과정 등을 설명했다.

지난 9일(수) 사회적참사법(사회적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세월호 특조위가 1년 6개월 연장됐다. 개정안 원안에서 빠진 특별사법경찰권 조사권은 아쉽지만, 개정법에 따라 특조위는 진상규명에 필요한 자료 또는 물건 등을 가진 개인이나 기관 등에서 자료제출을 거부할 때 영장을 청구할 것을 의뢰할 수 있게 됐다.

세월호는 아직까지 정확한 침몰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고, 사건 당일 청와대와 국가안보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의 통제로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으며, 30년간 봉인된 대통령 기록물 열람과 공개가 필요하다. 또한, 국정원과 군은 아직 조사를 시작하지 못한 상태이다.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의 공소시효는 7년이기 때문에 내년 4월인 세월호참사 7주기까지 진상규명은 반드시 해야 한다. 

416가족협의회 유경근(단원고 고 유예은 아버지) 집행위원장은 “이제 대통령과 청와대가 진상규명의 약속을 지키는 일만 남았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에 대통령이 약속을 지킬 수 있게 여러분들이 함께해달라”며 “천안에서 대전에서 각 지역에서 정부가 진상규명 약속을 취하라는 요구와 지역구 국회의원과 각 지자체 단체장에게 정부가 진상규명할 수 있게 요구해 달라”고 호소했다.

참여자들이 문재인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쓰는 중
참여자들이 문재인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쓰는 중

이어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민들에게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도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우리가 함께 모여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질문을 바꾸면 답이 나올 것”이라며 함께 고민하고 의논하고 마음을 모아 달라고 전했다.

어른들이 꽉 찬 간담회에 끝까지 자리를 지킨 어린 학생이 눈에 띄었다. 책방 근처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김지현(13)양은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후 배가 가라앉는 뉴스를 봤다. 아직도 그 장면이 기억난다”며 “유튜브를 통해 아직까지도 제대로 책임자들이 처벌받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으며,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는 어른들의 모습에 실망했다. 오늘 언니 오빠들의 부모님이 하신 말씀들이 슬프다”며 유가족에게 자신이 그린 그림을 전했다.

끝으로 세월호 유가족 윤경희씨는 “진도 팽목항에 마련된 세월호 기억관이 이동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아직도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팽목항이 현재 진도항 개발공사로 어수선하다. 팽목항은 아이들과 가장 가까웠던 곳이라 꼭 지금의 자리에서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리포터 우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