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7주기까지 진상규명할 것, 시민들 힘 모아 달라”
“세월호 7주기까지 진상규명할 것, 시민들 힘 모아 달라”
  • 지유석 기자
  • 승인 2020.12.17 13:0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 천안 찾은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세월호참사 7주기까지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전국을 순회 중인 '세월호 진실버스2'가 지난 12일(토) 충남 천안을 찾았다. 

천안을 찾은 이들은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과 단원고 2학년 10반 학부모 등 다섯 명이다. 이들은 신부동 평화공원에서 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거리선전활동, 간담회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돌아갔다. 

‘세월호 진실버스2’가 천안에 오기 바로 전날인 11일 국회에선 세월호 진상규명에 힘을 실어줄 의미 있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사회적참사 진상규명특별법 개정안'(사회적참사 특별법 개정안)과 '세월호 참사 증거자료의 조작·편집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임명 요청안'(세월호 특검법)이 바로 그것이다. 

사회적참사 특별법 개정안 통과에 따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아래 사참위) 활동 시한이 1년 6개월 연장됐고, 개인이나 기관이 세월호 진상규명에 필요한 자료제출에 응하지 않을 경우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검찰에 의뢰할 수 있게 됐다. 또 세월호 특검법이 통과되면서 특별검사가 세월호 참사 관련 의혹을 수사할 법적 근거가 생겼다.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12일 오후 천안시 불당동 가문비나무아래서점에서 열린 시민과의 간담회에서 진상규명 위한 연대를 호소했다. 

하지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을 따로 만나 그 이유를 들어보았다. 

-. 먼저 사회적 참사 특별법 개정안과 세월호 특검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소감을 말해 달라. 

개정안과 특검법 통과로 상황은 단순해졌다. 다른 쪽은 일단락됐다. 이제 대통령과 청와대가 책임지고 진상규명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해야 할 역할만 남았다. 

분명, 문재인 정부는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다. 전 정권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대한민국이 새로운 공화국이 아니다. 정부의 책임은 이어진다. 이런 맥락에서 문재인 정부는 진상규명 책임자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입장에 불쾌해하는 이들이 없지 않다. 물론 박근혜 정부는 참사를 일으켰고, 진상규명을 방해했으며, 1기 특조위를 강제해산한 범인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가 유가족을 대하는 태도는 판이하다. 하지만 참사 책임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조사에 응하고 협조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이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 개정안과 특검법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낸 개정안이 원안대로 처리되지 못한 게 첫 번째 아쉬움이다. (원안은 박주민 의원이 낸 개정안 원안은 사참위 활동기간을 기존의 2년 활동기간에 대해 1년을 연장하고 필요시 추가로 1년을 더 연장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사참위 활동시한을 1년 6개월 연장하는 데 그쳤다 - 글쓴이)

한 예로 국가정보원이 자체 검색해 찾아낸 세월호 관련 문건은 40만 건에 이른다. 하지만 다른 곳을 조사하면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국정원은 3개월을 끌다 문건 200건 목록만 건넸다. 어떤 일정과 방법으로 문건을 건네줄지 답이 없다. 국정원장이 직접 관련 기록을 아무런 개입 없이 사참위에 넘기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말이다. 

또 침몰원인 조사란 측면에서도 1년 6개월 기간연장은 턱없이 짧다. 검찰, 청와대 등 세월호 침몰원인을 궁금해하는 정부 기관은 없다. 오로지 사참위만 침몰원인에 관심 갖고 조사해 나가고 있는데, 사참위마저 사라지면 공적 영역에서 침몰원인 조사는 멈춰 선다. 그런데 사참위의 조사가 1년이 걸릴지, 2~3년이 걸릴지 예측 불가다. 이런 측면에서 1년 6개월은 짧다고 보는 것이다. 

사회적참사특별법 개정안 통과에도 진상규명 ‘첩첩산중’ 

세월호 유가족 측은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 기록물 공개를 촉구했지만, 이 요구는 국회에서 막혔다.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국회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유가족 측은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 기록물 공개를 촉구했지만, 이 요구는 국회에서 막혔다.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국회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혹시 코로나19 영향은 없었나?

코로나19를 들먹이면 누군가 비웃을 수도 있다. 실제로 사참위가 코로나19로 인해 다수 계획에서 차질이 생겼다. 침몰원인 조사를 위해선 국내 전문가도 찾아다니고, 해외출장도 나가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저 책상 위에서 조사한 게 전부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도 모르고. 국회가 이런 상황을 알기에 조사기간을 줄이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이 점 역시 아쉽다. 

-. 유가족과 시민사회는 줄곧 4.16세월호 관련 대통령 기록물 공개하자고 요구했고, 국민동의청원도 성립했다. 하지만 대통령 기록물 공개 요구는 관철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행적조사는 기초적이고 필수적이다. 이제껏 참사 당시 청와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어떤 역할을 하지 않았는지 밝혀진 적이 없다. 그저 보고 시간을 조작했다 정도만 드러났을 뿐, 이유와 주체는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은 상태다. 

참사가 생기면 콘트롤타워는 청와대다. 청와대가 참사에 어떻게 대응했느냐에 따라 재난이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아니면 끔찍한 사건으로 커갈 수 있다. 세월호 참사 때 청와대가 콘트롤 타워 역할만 제대로 했다면 단순 해상사고로 끝났을 것이다. 

따라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파악하는 일은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대통령 기록물이 봉인돼 있어 방법이 없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벌이긴 했다. 그런데 무슨 수사를 했는지 밝히지도, 내용을 공유하지도 않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대통령 기록물을 공개해서 조사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게 생략된 채 다른 걸 조사해봐야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했다고 하기엔 어렵다고 본다. 

-. 한편으로 대통령 기록물 공개에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봐야 별 것 있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그때마다 역질문을 던진다. 하긴 해봤냐?고. '정말 걸리는 게 있다면 (박근혜 청와대가) 다 없앴을 것 아닌가?' 하는 상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으로 보존해야 할 기록을 파기했다면 이 역시 범죄 아닌가? 그래서 그 범죄를 찾아서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가? ‘파기했을꺼다’가 아니라 왜 파기했냐 이유를 묻는 게 중요하다. 

기록물 공개는 청와대의 행적을 확인하고, 정히 볼 것이 없다면 왜 정부를 이렇게 운영했는지 책임을 물을 또 하나의 길이 열린다. 이런 의미에서 기록물 공개는 중요하다. 

-. 대통령 기록물을 공개하려면 국회의원 200명 이상 동의가 있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200명 동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하는데, 이런 모습은 이전 국회와 다를 게 무엇인가? 무엇보다 대통령 기록물 공개는 국회가 해야 할 의무라고 본다. 

앞선 회기 국회에선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20대 국회가 특별법을 만들기는 했지만 박근혜 정권이 시행령으로 특별법 취지를 다 뒤집었다. 그리고 더 결정적으로 1기 특조위를 강제해산했다. 입법부가 법으로 조사기구를 만들었는데 행정부가 없앤 것이다. 당시엔 국회가 항의라도 할 줄 알았는데, 아무도 저항하지 않았다. 

21대 국회는 이런 무책임한 모습을 반성하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책임 있는 역할을 하겠다는 선언적 의미에서 기록물 공개결의를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 끝으로 천안 지역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2014년 참사 당시 지역마다 시민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하지만 참사 때문에 거리에서 같이 만났다. 지금 유가족들은 이번 문재인 정부 임기가 진상규명을 하기 위한 마지막 시간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그래서 세월호 7주기까지 진상규명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시민들께서도 다시 한 번 마음을 모아주었으면 좋겠다. 

지유석 기자
iron_heel@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