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 떠난 지 2년 지났지만 처지는 여전히 비정규직”
“고 김용균 떠난 지 2년 지났지만 처지는 여전히 비정규직”
  • 지유석 기자
  • 승인 2020.12.1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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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2주기 현장추모제…참가자들 한목소리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촉구 

10일 태안 서부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 사망사건 2주기를 맞는 가운데 이날 오후 사고 현장인 충남 태안 서부화력발전소에서는 <청년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2주기 현장추모식>(이하 현장추모식)이 열렸다. 

고 김용균 노동자는 화력발전소에서 작업 도중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졌다. 고 김용균씨 사망사건을 계기로 위험의 외주화·발전산업 민영화 등에 심각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고, 지난해 12월 '김용균법'이라 이름 붙은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도 했다. 

당초 이날 추모제엔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한 국회 농성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이날 추모제에 참석한 동료 노동자와 시민들은 “고 김용균 사망사건 이후에도 노동 현실은 여전하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속히 제정하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윤희준 씨는 "용균 선배로 인해 현장은 계속해서 변해 가는데, 우리 신분은 아직 비정규직이라 마음이 씁쓸하다. 고인이 된 고 김용균 선배와 정부가 약속했던 발전 비정규직 정규직화, 그리고 임금과 처우에 대한 약속은 어디 갔는지 찾을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10일 충남 태안 서부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 사망사건 2주기를 맞는 가운데 이날 오후 사고 현장인 충남 태안 서부화력발전소에서는 현장추모식이 열렸다.
10일 충남 태안 서부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 사망사건 2주기를 맞는 가운데 이날 오후 사고 현장인 충남 태안 서부화력발전소에서는 현장추모식이 열렸다.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권오대 수석본부장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은 명백한 살인이다. 해당 기업들은 살인자이며, 그들을 비호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하나 처리 못 하는 정부와 국회는 살인 기업들의 살인을 방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을 죽음의 문턱으로 떠미는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이 없어지기 위해선 그 어떤 것보다 살인자인 기업들에게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면서 우선시되어야 한다"며 "김용균을 죽음으로 몰고 간 한국서부발전을 포함한 원하청이 이 죽음에 대해 책임지고 처벌받게 만드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투쟁"이라고 선언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이진숙 대표도 "자본의 이윤과 탐욕이 생명보다 우선하는 우리 사회 구조가 우리 이웃, 노동자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라면서 "김용균 2주기 추모는 눈물을 흘리는 날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가 안전할 권리를 누리며 일할 수 있는 날을 앞당기기 위해 우리의 연대를 넓혀나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추모라고 생각한다. 그 길에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는 또 "오늘은 세계인권선언 72주년 기념일이다. 72년 전 인류는 모든 인간의 존엄함, 그리고 버릴 수도 빼앗길 수 없는 인간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우리 사회 정의와 평화와 인권의 기초임을 선포했다. 그러나 우리 현실에는 이런 권리들이 부재하다는 걸 확인한다. 우리의 현실에서 세계인권선언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마음을 모으고 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10일 고 김용균씨 사망사건 2주기 현장추모제가 사고 현장인 충남 태안 서부화력발전소에서 열린 가운데 고 김씨의 동료들이 헌화하고 있다.
10일 고 김용균씨 사망사건 2주기 현장추모제가 사고 현장인 충남 태안 서부화력발전소에서 열린 가운데 고 김씨의 동료들이 헌화하고 있다.

국회에서 농성 중인 김미숙 대표는 전화 통화로 자신의 뜻을 전했다. 

김 대표는 "지금도 안전이 방치된 현장에서 생사의 기로에서 일하고 있는 또 다른 용균이들을 생각하면 하루빨리 법 제정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더는 미룰 수 없는 중차대한 사안"이라면서 "정기국회는 이미 물 건너간 상태이고 임시 국회기간 1월 10일 안에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장추모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고 김용균 씨가 사고를 당한 현장까지 행진한 후 헌화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지유석 기자
iron_heel@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