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 세끼 따스한 밥은 못 차려도 꼭 안아줄게!
삼시 세끼 따스한 밥은 못 차려도 꼭 안아줄게!
  • 시민리포터 서인경
  • 승인 2020.12.03 18:2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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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아들과 함께 코로나19를 추억으로 물들인 가족의 힘

언젠가 공익광고에서 칫솔 통에서만 만나는 가족 이야기를 보고는 칫솔 통에서도 만나지 못하는 우리 가족이 생각나 씁쓸한 미소를 지었던 적이 있다. 올해 고3이 된 아들이 광고기획이라는 꿈을 찾아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시간 서로를 궁금해하던 것도 잠시, 차츰 아들과 연락하는 횟수가 줄어만 갔다. 아들의 방은 쓸모없는 물건들이 점령하기 시작했고, 아들의 빼앗긴 영토가 커질수록 우리의 소통도 소원해져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집으로 돌아왔다. 다들 대학 가면 군대 가고, 졸업하면 자기 인생 찾아 떠날 거라던 아들은 초등학생이었던 과거로 회귀하듯 가족의 소중함과 추억을 선물해줬다.

삼시 세끼 밥이 가져다주는 힘

맞벌이 가정 엄마에게는 삼시 세끼라는 밥이 가져다주는 무게가 엄청나다.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아 아이들은 엄마의 따스한 밥보다 스스로 차려 먹는 밥, 식당에서 포장해 온 밥을 먹기 일쑤였다. 

반강제적으로 일을 멈췄지만, 평일 여유롭게 밥상을 차려 아이들과 먹을 수 있다는 건 그나마 코로나19로 불안한 마음에 큰 위로가 됐다. 식사의 가장 맛있는 반찬은 수다였고, 우리는 켜켜이 묵혀둔 때를 벗겨내듯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이야기했다. 특별함 없는 소소한 일상의 모든 것이 화제가 됐다. 서로 속내를 말하지 않으면 곧 소통의 벽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언제 철들까 늘 미심쩍어하던 나에게 대화는 아이를 믿음으로 기다려주는 여유를 갖게 했으니 말이다. 

“에헤라~ 가다 못 가면 에헤라~ 쉬었다 가세” 

일상의 시계는 멈췄지만 가족의 시계는 오히려 더 빨리 돌았다. 우리는 일상의 무게를 잊고 1000자 퍼즐로 아침을 열었다. 네다섯 살쯤 가르쳐 줬던 요령을 잊지 않고 퍼즐 조각을 맞춰가는 아이들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났다. 퍼즐이 완성되어가는 동안 함께 희열도 느꼈다. 

퍼즐을 맞추느라 굳어진 몸은 산에 오르며 풀었다. 어김없이 찾아온 봄의 벚꽃은 산의 문턱에서 우리를 맞았다. 벚꽃 앞에서 기어코 사진을 찍겠다는 딸과 그냥 가자는 아들, 그리고 올라가야 할 계단 수를 세느라 정신없는 내가 이뤄낸 동상이몽! 

그러나 숨 가쁜 계단을 포기하려는 엄마를 구출하기 위해 묵직한 아들의 손과 등 뒤에서 힘을 보태던 딸의 밀어 올리기 기술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온전하게 하나가 됐다. 장범준 노래를 흥얼거리며 오르는 산에서 우리는 후회 없이 충분히 즐겼다. “에헤라~ 가다 못 가면 에헤라~ 쉬었다 가세. 호박같이 둥근 세상 둥글둥글 삽시다.”라는 노랫말처럼 바쁜 일상이 멈춘 후에야 비로소 가장 둥글둥글하게 가족을 마주하다니 참 미련스럽다. 

현재 나는 수능을 앞둔 아들을 위해 따스한 밥 한 끼 제대로 못 해 주는 엄마로 다시 돌아왔다. 밥은 못 차려줘도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는 아들을 꼭 안아줘야겠다. 코로나19라는 엄청난 바이러스를 가족의 힘으로 이겨낸 것처럼 대학진학도 원하는 대로 꼭 이뤄낼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시민리포터 서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