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국가와 맞선 여성들, 그 기구한 사연
이슬람국가와 맞선 여성들, 그 기구한 사연
  • 지유석 기자
  • 승인 2020.12.0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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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에바 헛슨 감독의

여성들이 총을 들고 ‘이슬람국가’와 싸운다. 프랑스 출신 에바 헛슨 감독의 영화 <태양의 소녀들>은 이 기구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바흐라(골쉬프테 파라하니)는 한때 변호사였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았다. 이슬람국가가 들이닥치기 전까지는. 이슬람국가는 바흐라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한다. 남편과 아버지는 살해당하고 자신과 여동생은 성노예로 전락한다. 

바흐라는 굽히지 않고 극적으로 탈출해 이내 같은 처지의 여성을 모아 부대를 조직해선 이슬람국가와 싸운다. 단지 복수심만은 아니다. 이슬람 국가는 자신의 아들을 납치해 총알받이로 삼으려 했고, 바흐라는 저들의 마수에서 아들을 구하려 총을 집어 든 것이다.

이슬람국가는 수니파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영화가 그리는 이슬람국가의 실체는 그저 광신도일 뿐이고, 이들에게 여성은 그저 성적 욕구를 채워줄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또 한 명의 등장인물을 종군기자 마틸드(엠마누엘 베르코)다. 바흐라의 활약상은 마틸드의 시선으로 전해진다. 

마틸드는 진실을 위해 몸을 내던지기보다는 자신의 일에 회의를 느낀 채 전선에 뛰어든다. 처음에 바흐라는 마틸드를 달갑지 않게 여기지만 진실을 전해줄 메신저로 마틸드를 택한다. 마틸드는 바흐라 일행을 취재하면서 두려움에 떨고 때론 정신을 잃는다. 바흐라는 이런 마틸드에게 새로운 힘을 불어넣는다. 

마틸드는 바흐라의 부대와 함께하면서 기자로서 열정을 되찾는다. 바흐라와 마틸드의 연대는 진하면서 감동적이다.

영화의 백미는 마지막 장면에 흐르는 마틸드의 독백. 그의 독백은 베트남 전쟁을 그린 올리버 스톤 감독의 <플래툰>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실만큼 감동적이다. 무엇보다 마틸드는 바흐라, 그리고 그녀의 동지들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여성들의 위대한 힘을 느끼게 해준 영화. 

지유석 기자 iron_heel@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