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장애인체육회, 장애인비하 물의 간부에 ‘물타기’ 징계?
천안시장애인체육회, 장애인비하 물의 간부에 ‘물타기’ 징계?
  • 지유석 기자
  • 승인 2020.12.02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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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3개월 처분 내리면서 기간 차감, 지도사들 ‘면피성’이라며 반발 

천안시장애인체육회 A 팀장이 체육회 소속 지도사에게 장애인 비하·성희롱 발언을 해 논란이 이는 가운데 체육회 측은 해당 팀장에 대해 징계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체육지도사들은 이번 조치가 면피성 조치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문제의 A 팀장은 체육회 소속 복수의 체육지도사를 상대로 장애인 비하와 성희롱 발언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8명의 지도사가 대한장애인체육회에 진정을 내는 일이 벌어졌다. 

천안시장애인체육회는 1일 A 팀장을 ▲ 성희롱 관련 발언 ▲ 장애인 비하 발언 ▲ 근무태만 ▲ 장애인차별행위 ▲ 직장 내 괴롭힘 등 다섯 가지 이유를 들어 3개월 정직 처분했다. 

문제는 정직 기간이다. 체육회 측은 징계 조치를 공지하면서 A 팀장의 정직 기간은 2022년 1월 31일까지 2개월이라고 못 박았다. 지난 4월 A 팀장에게 이미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다는 게 이유다. 즉, 이미 1개월을 보냈으니 정직 잔여기간은 2개월이란 의미다. 

체육회 조치에 대해 당사자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저간의 상황을 살펴보면 이 같은 반응은 설득력을 갖는다. 

A 팀장은 2019년 3월 6일 ㄱ 지도사를 따로 불러 "너는 장애인을 왜 만나냐, 나는 장애인 밥 먹는 모습만 봐도 토가 나와서 같이 밥을 못 먹는다"고 말했다. 

A 팀장은 이틀 뒤인 2019년 3월 8일엔 ㄱ 지도사 외 여러 직원이 있는 사무실 앞에서 노래 '썸'의 가사를 개사해 "유부녀인 듯 유부녀 아닌 유부녀 같은 너"라고 노래하는가 하면 회의실에선 "얘는 유부녀인데 유부녀가 아니다, 너희들도 나중에 알게 될 거야"란 말을 했다. 

A 팀장은 또 2019년 3월 25일 운영팀 회의를 진행하면서 농인인 ㄴ 지도사에게 수어를 사용하지 말고 음성언어로 말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A 팀장은 2019년 4월 1일에도 직원 월례회의에서 ㄴ 지도사에게 마이크를 들고 음성언어로 월간계획에 대해 이야기하라고 지시했다. 

뿐만 아니라 A 팀장은 2019년 10월 ㄴ 지도사가 임신 사실을 알리자 올해 1월까지 4개월간 지속적으로 대체인력을 구해오지 않으면 비장애인이 채용되고 복귀가 어렵다는 식으로 압박했다. 

ㄱ 지도사와 ㄴ 지도사는 A 팀장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고, 인권위는 올해 5월과 11월 잇달아 A 팀장의 행위가 장애인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며 징계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특히 A 팀장이 농인인 ㄴ 지도사에게 음성언어로 말하라는 지시를 내린 데 대해 "진정인(ㄴ 지도사)의 입장에서 강요로도 볼 수 있으며 농인과 농문화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행위"라고 적시했다. 

천안시장애인체육회가 장애인 비하,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A 팀장을 징계조치했다. 하지만 체육회 안팎에선 면피성 징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천안시장애인체육회가 장애인 비하,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A 팀장을 징계조치했다. 하지만 체육회 안팎에선 면피성 징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기자회견 뒤이은 인사위원회, 그저 우연일까?

고용노동부도 4월 ㄱ 지도사에 대한 성희롱 혐의를 인정해 체육회 앞으로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 법적의무인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또 7월엔 ㄴ 지도사에게 대체인력을 구해오라는 압박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이 같은 조치에도 논란은 잦아들지 않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A 팀장에게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하는 이들은 ㄱ, ㄴ 지도사 말고 더 있다. 

체육회는 앞서 4월 A 팀장에게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다. 그러다 7개월가량 지난 시점에서 A 팀장에 대해 다시금 3개월 정직 조치를 취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언급했듯 1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는 이유로 기간을 차감했다. 

징계 처분이 내려진 시점은 무척 미묘하다.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이진숙 대표)은 11월 24일 체육회에서 불거진 인권침해를 바로잡지 않는다며 천안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공교롭게도 A 팀장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가 소집된 시점은 기자회견 이틀 뒤인 26일이었다. 체육회가 여론을 의식해 서둘러 인사위원회를 소집해 징계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만한 대목이다. 

김형규 천안시장애인체육회 사무국장은 "4월 징계 조치는 고용노동부 과태료 부과와 인권위 권고가 나오기 전 나온 조치였다. 이번 인사위 결정은 노동부와 인권위 권고를 반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직 기간을 차감한 이유에 대해선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는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도사는 "체육회 측의 조치는 상식적이지 않다. 끝까지 책임을 지려 하는 것 같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A 팀장에 대한 징계는 ㄱ, ㄴ 지도사와 관련된 것이다. 다른 지도사가 당한 피해 사례는 반영되지 않았고, 체육회 당국은 제대로 조사하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사무국 측에선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태도로 일관했다"는 게 이 지도사의 주장이다. 

김형규 사무국장도 이 점을 일부 인정했다. 김 사무국장은 "다른 지도사가 피해 사례를 호소했지만 노동부와 경찰은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 인권위도 각하 처분했다. 그래서 논의에 올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 역시 장애인이기에 보다 강력한 징계조치를 제안했다"며 "앞으로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 일벌백계할 것"이란 입장을 전했다. 

지유석 기자
iron_hee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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