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동면 동네 마실방 ‘뜰’, 한잔 기금으로 지역 경제를 순환하는 공간
홍동면 동네 마실방 ‘뜰’, 한잔 기금으로 지역 경제를 순환하는 공간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0.11.1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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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이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는 농촌 최초 술집

농촌의 인구는 귀농, 귀촌, 다문화가정, 외국인 노동자 등으로 구성이 복잡해지면서 농촌 주민들의 삶의 질에 대한 욕구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복잡다단해진 농촌 마을에는 소득을 올리는 일뿐만 아니라 빵집·꽃집·술집·서점·도서관 등이 필요해졌다. 농촌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주민들은 조직적인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지역사회 문제를 주민 스스로 필요에 의해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두 명의 리더가 아닌 주민 여럿이 함께 그 과정에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조직을 만들 때 주민들의 공동 출자는 실질적인 자원이 되어 투입되기도 한다. 농촌 지역의 조직에는 주로 영농조합법인 형태가 많다. 영농조합법인을 만들려면 조합원이 5인 이상인 동시에 조합원 모두가 농업인이어야 한다. 하지만 농지가 없는 귀촌인들은 영농조합법인을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조합원 전체가 농업인이 아니어도 설립할 수 있는 협동조합이나 주식회사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인구 3500명 남짓한 홍성군 홍동면은 일반적인 농촌이고, 면 단위의 작은 지역이다. 주로 귀농·귀촌을 한 분들이 많은 홍동면에는 시민단체·협동조합·동아리 등 여러 모임이 있다. 홍동면에서 협동조합을 만드는 일은 마을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있을 때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만든다. 그중 올해 신규 마을기업으로 선정된 '동네마실방 뜰'을 찾았다. 마을 소득을 올리기 위한 곳도 아니고 '술집'이라는 정보만 갖고 어떻게 마을기업이 되었을까 무척 궁금했다.

 

뜰 내부

생맥주 한 잔을 마실 때마다 일정 금액을 마을 기금으로 모으는 '한 잔 기금'

동네마실방 뜰에서 매장관리와 회계를 담당하고 있는 매니저 정유경씨와 특별 운영위원 이동근씨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주민들이 모여 술집을 열게 된 계기가 제일 궁금했다. 2010년 마을에 하나뿐이던 술집이 폐업하면서 주민들이 모여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농촌에서 사람들과 모여 술 한잔하자고 홍성 시내까지 나갈 수 없었던 마을 사람들은 100여 명의 조합원들과 함께 1,800만 원의 출자금을 모아 가게를 열게 되었다. 개인이 하는 가게도 아니니 크게 매출을 올릴 이유도 없었다. 적자만 나지 않으면 되겠다 싶어 지역 주민들과 같이 '동네마실방 뜰'을 만들었다.

2010년 협동조합 방식으로 사람들이 공동으로 회비를 모아서 만든 술집이긴 한데, 법적으로는 개인이 운영하는 개인사업장이었다.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동네마실방 뜰을 운영하면서 주로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쓰려고 노력했다. 마을에 행사가 있으면 홍보물 제작을 위해 마을 기금으로 돈을 내기도 하면서 주민들이 필요한 공간으로 운영을 하였다. 그러던 중 2019년도에 협동조합 법인을 설립하고, 2020년 마을기업으로 선정이 되었다.

마을기업이라는 것이 마을의 자원을 이용해서 생산품을 만들고 판매해 소득을 올리는 일인데, ‘주민들을 위해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만으로 마을기업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동네마실방 뜰에서는 2013년 6월부터 생맥주 한 잔을 마실 때마다 일정 금액을 마을 기금으로 모으는 '한 잔 기금'을 만들었다. 밤에 유일하게 주민들과 만나 맥주 한잔하며 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에서 술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마을을 살리는 일이 된다는 게 무척 신선했다.

동네마실방 뜰 정유경 매니저

한 잔 기금 기부를 통해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동네마실방 뜰

운영 초기에는 1층에서 술을 마시는 '밤뜰'뿐만 아니라 지역 어르신과 아이들을 위한 '낮뜰'도 운영했다. 홍동면 소재지 보행로 개선 사업으로 기존 가게가 헐리게 되면서 2016년 6월에 지금의 2층 공간으로 이전하게 되었다. 가게를 이전하면서 기존 임대료보다 두 배로 비싸진 임대료를 줄이기 위해 후원금을 모으고, 그동안 모았던 한 잔 기금 덕을 톡톡히 보았다.

서로 힘을 모아 다시 뜰을 열고 운영하던 중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쉬는 날이 많았고, 운영이 활발하게 되지 않았다. 주민들이 모일 수 없어 문화행사도 주춤해서 정체된 분위기였는데, 올해 신규 마을기업으로 선정이 되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내년 4월이면 계약이 만료되어 공간을 비워줘야 하는데, 마을기업으로 선정되어 푸드트럭을 구입할 예정이다. 이름대로 뜰이 있는 동네마실방을 만들고 싶지만 현재 여건에서는 힘든 일이기에, 푸드트럭을 통해 포장마차 형식의 술집을 운영할 계획이다. 보통 때는 고정된 장소에서 할 계획이지만 마을에 행사가 있으면 함께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좀 더 적극적으로 마을 주민들에게 다가갈 예정이다.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동네마실방 뜰의 생맥주 맛이 기가 막히다’며 자랑을 한다. 거기에 가장 잘나가는 메뉴인 치킨과 먹으면 금상첨화라고 한다. 전문 요리사는 아니지만 재료뿐만 아니라 만드는 과정에 정성을 다해 마을 주민들에게 내놓는다. 내년에 본격적으로 푸드트럭을 운영하게 되면 마을 주민들과 안주 공모전을 열어 새로운 안주도 개발할 계획이다. 조합원뿐만 아니라 비조합원들이 더 편하게 찾아와 노는 곳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한다. 한 잔 기금 기부를 통해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동네마실방 뜰이 개성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길 기대해본다. 

동네마실방 뜰

주소 : 충남 홍성군 홍동면 운월리
문의 : 041-631-3318

※방문시 미리 전화하고 오시면 서로서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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