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서하는 일! 그래서 행복하고, 염색할 때면 아직도 설레요”
“내가 좋아서하는 일! 그래서 행복하고, 염색할 때면 아직도 설레요”
  • 박희영 기자
  • 승인 2020.11.12 1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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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 전통명인에 선정된 ‘이은자 명인’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의 색 담아내고파

지난 10월 29일(목) ‘천안시 전통명인’에 선정된 이은자씨는 1989년도부터 공예를 시작해 1994년에 공방 문을 연 후 25년 넘게 한 가지 일에 묵묵히 전념하고 있다. 명인이 운영하는 공방에서 만나 일문일답 나눴다. 이은자 명인의 자연의 색을 담은 천연염색과 전통규방공예 이야기 지금 시작한다. 

호두 외피를 이용해 염색한 천에 바느질하고 있는 이은자씨
호두 외피를 이용해 염색한 천에 바느질하고 있는 이은자씨

Q. 명인으로 선정된 거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마디.

A. 고맙습니다. 사실 명인 선정이 한 번에 된 게 아니라 이번이 세 번째였어요. 이번에도 떨어지면 신청하지 말아야지 했는데(웃음). 그래서 그런지 설레는 마음보다는 어리둥절한 마음이 더 커요. 그리고 명인으로 선정되니 사명감이 커졌다고 할까요? 차분한 마음으로 명인이라는 타이틀에 누가 되지 않도록 전통 계승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공방 내부에 진열돼있는 공예품들
공방 내부에 진열돼있는 공예품들

Q. 천연염색과 전통규방공예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천에 염색하기 시작한 건 1999년도부터였어요. 하다 보니 우리나라 전통 색이 궁금해지더라고요. 분명 우리나라 색이 있을 텐데 일본 물감을 사용해 염색하는 게 못마땅했던 거죠. 그래서 한국의 전통 색채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하면서 천연 염색을 시작하게 됐고, 그렇게 염색한 천이 많아지니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 궁리하다 그 천을 이용해 바느질까지 하게 됐어요. 

Q. 25년 넘게 한 가지 일에 매진하게 된 이유가 뭘까요? 

A. 그냥 좋아서 하는 거죠. 시간이 이렇게 오래 지났어도 천에 염색할 때마다 색이 얼마나 잘 나올까 설레고 흥분돼요. 재료에 따라 다른 색이 나오고 염색이 잘 나오기도 하고, 뜻대로 잘되지 않을 때도 있어요. 그러니까 늘 기대하게 되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니까 행복하고 좋아요. 노력 끝에 원하는 결과물을 얻었을 때 그 만족감은 말로 표현 못 할 정도라니까요. 

호두를 이용해 만든 호두 브로치와 키링
호두를 이용해 만든 호두 브로치와 키링

Q. 천연염색으로 특별히 표현하고 싶은 색깔이 있다면?

A. 하늘이 언제나 푸른 하늘색이 아니고, 바다 역시 늘 바다색이 아니듯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의 색을 담아내고 싶어요. 같은 재료로 염색을 해도 날씨와 환경에 따라 색이 다르게 나오거든요. 

Q. 염색 재료는 어떻게 구하시는지?

A. 산에 가면 염료 천지예요. 자연이 제게는 놀이터와 같은 곳이죠. 독립기념관 옆엔 쥐똥나무가 많은데, 요즘은 그걸 언제 따러 갈까 생각하고 있어요. 쪽·메리 골드는 직접 재배하고 있고, 또 가족들이 제가 어떤 염료를 좋아하는지 어떤 게 필요한지 알고 재료를 구해서 갖다 주기도 해요. 

천연염색의 매력을 이야기하며 웃음 짓는 이은자씨
천연염색의 매력을 이야기하며 웃음 짓는 이은자씨

Q. 일하면서 힘든 적은 없었나요?

A. 작업하면서 힘든 점은 글쎄요. 그런데 “언제까지 그거 할 거야?”라든지 돈벌이도 안 되는 일을 왜 하냐는 식으로 “그게 팔려?”라고 말하면 속상해요. 전통공예가 비인기업종이라 그런가 보다 하면서도 우리나라 전통을 무시할 때면 정말 자존심 상하죠. 
과거가 없이 미래가 있을 수 없듯이, 전통은 우리가 지켜야 할 우리의 문화유산이잖아요. 이런 소중한 전통을 ‘돈’하고만 결부하는 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고, 이러다 전통이 끊기는 건 아닐까 걱정되기도 하고요.
 
Q. 그럼 가장 뿌듯할 때는 언제인지요?

바느질하고 염색이야 나 스스로 만족인데, 뿌듯했을 때는 학교에서 만나 같이 바느질했던 아이들이 “선생님이 해준 얘기가 맞고 지금도 잘하고 있다”라고 말할 때예요.

Q. 청소년 진로수업 시간에 만난 친구들 말씀하시는 거죠?

A. 네, 맞아요. 이 일은 공방 운영 시작한 94년부터 해왔던 일이에요. 수공예 동아리 학생들을 가르치던 게 인연이 돼 창업동아리 수업을 하게 됐고, 그걸 하면서 자연스럽게 진로수업으로 이어지게 됐어요. 요즘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 못 만나는데 그게 참 아쉬워요.

천안시 전통명인 지정패
천안시 전통명인 지정패

Q. 예비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며 취약계층 자립을 위한 교육지원 사업도 하고 있는데?

A. 아, 제가 오지랖이 넓어요(큰 웃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더라고요. 미혼모 센터에 가서 매듭공예 가르쳐주고, 소일거리 제공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는 거지 뭐 대단한 건 아니에요. 

Q. 천안 특산물 호두 이용과 관련된 논문을 집필하신 것으로 들었는데, 어떤 내용인지?

A. 우리나라 전통 색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마흔에 대학엘 들어갔어요. 대학원 석사 과정까지 마쳤는데, 호두의 탄닌 성분을 먼저 입힌 후 염색을 하면 물이 덜 빠진다는 내용의 논문을 썼어요. 혼자 학교에 남아 테스트하는 과정은 무서웠지만, 결과가 좋아 다행이었죠. 

Q. 앞으로의 계획은?
A. 어깨가 무겁습니다. 제가 호두를 이용해 브로치, 키링, 컵 받침, 눈 찜질 팩, 넥타이, 스카프 등 다양한 관광 상품을 개발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하면 전통공예와 천안시의 문화상품을 연결할 것인가에 대해 더욱 깊이 고민하며 이 둘이 상생하는 길을 찾아보려고요. 
또, 전통이 사라지지 않게 그 전통을 지켜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지금처럼 꾸준히 묵묵히 제 할 일을 해내겠습니다. 

위치 : 천안시 서북구 서부2길 41
문의 : (주)이은아구슬땀공방 041-579-80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