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와 공동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비즈니스와 공동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0.11.0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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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는 ‘사자산영농조합법인’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인해 돈이 되는 특정 품목만이 유통되면서 시장 환경 변화에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놓이고 있다. 유통구조가 주도하는 환경에서 실패에 대한 리스크는 지역과 산지에서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현실이다. 농업의 위기는 도농 간 소득 격차와 급속한 탈농으로 인해 농촌 인구 고령화가 되면서 농촌 경제의 침체를 가져오고 있다.

농촌지역 마을기업은 농산물의 생산·가공·판매뿐만 아니라 지역의 고령자·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제공 등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판로 확보가 어려운 영세소농의 농산물 판매를 지원하고, 독거노인 등을 대상으로 무료 반찬 배달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와 공동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마을기업은 사업체로서의 기반이 약한 것이 현실이다. 

청양군 운곡면에 위치한 ‘사자산영농조합’은 지리적으로 마을의 동쪽을 사자산이 감싸 안고 있는 전형적인 산골마을이다. 맑은 물과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길을 따라 올라가면 신대2리 마을을 지키고 있는 큰 나무와 수호신인 산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곳이 나온다. 이곳은 마을 사람들의 쉼터 역할을 하는 곳이다.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마을 농산물 유통 시작

하나의 길로 길게 이어진 산길을 따라 신대2리 마을회관을 지나면 사자산농촌체험휴양마을이 나오고, 천연황토와 나무로 지은 펜션, 흥부네 집과 놀부네 집이 보인다. 깊은 산골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어 각종 곤충, 가재, 민물고기 등을 만날 수 있는 청정지역이다.

그러나 고령의 마을 주민들이 농촌체험휴양마을을 운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고, 당연히 수익 창출도 되지 않던 중 인근 마을에 귀농을 한 이남훈 대표를 신대리 마을에서 스카우트했다. 2012년 이남훈 대표가 신대리에 와서 2년 정도 펜션을 운영했지만 적자는 계속되었다.

그러던 중 영세하고 고령인 주민들의 농산물은 시장에 내다 팔기에는 소량이어서 판로의 문제점이 있음을 알고, 2014년부터 이 대표는 도시에서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농산물 유통을 시작하게 되었다. 다른 시장에 내놓은 것보다 천 원이라도 더 비싸게 수매해 주니 마을 주민들은 더 정성을 들여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이후 온라인 유통이 상승세를 타면서 마을 주민들은 1차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매장에 나와 포장 작업하는 일을 맡아 하면서 마을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

사자산영농조합법인의 역할은 오로지 마을 주민들의 농산물 가져와 선별하고 소포장해 인터넷으로 판매한다. 농산물을 선별하고, 소포장하는 일도 마을 주민들이 함께한다. 일용직으로 마을 주민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1차 농산물이 잘 팔리게 되면서 구기자, 서리태, 참깨, 들깨, 돼지감자, 작두콩 등을 마을에서 계약재배를 하여 판매하고 있다. 1차 농산물을 가공 공장에 OEM으로 의뢰를 해서 가공품까지 만들어 판매를 하고 있다. 제품이 좋다 보니 온라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매장에서 물건을 갖다 놓으라고 먼저 연락이 오기도 한다. 

공동체 활동을 위해 마을 공동 양봉사업으로

이후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함께 도라지를 심어봤지만 각자 농사일이 바쁘다 보니 공동체 활동이 우선시 되지 못하면서 양봉으로 시선을 돌렸다. 양봉은 조합원들에게 벌통을 5개씩 나눠주고 벌을 키우는 기자재는 공동구매했다. 하지만 벌을 키우는 일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벌만 있으면 될 줄 알았던 양봉사업은 벌의 먹이가 되는 꽃이 많아야 하는데 산에 나무는 많지만 밤나무 말고는 벌이 꿀을 딸 수 있는 나무가 많지 않았다.

그러면서 마을에 꽃도 심고, 밀원수를 심는 일을 주민들과 함께하게 되었다. 밀원수로 쓰이는 나무에는 아까시나무, 헛개나무, 밤나무, 쉬나무, 벚나무(산벚), 산초나무 등 총 25종이 있다. 그중 사자산마을에서는 산을 벌목해 헛개나무 2만 주를 심었었고, 마을기업을 통해 밀원수 재배 사업과 양봉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2년이 되었다. 그사이 전문 양봉 기사를 스카우트해서 주민들에게 양봉 기술을 가르치는 등 농촌의 인적자원에 가장 신경 쓰고 있다.

유통을 잘하는 마을로 소문이 나면서 청양군에 있는 다른 마을의 농특산물 판매 의뢰도 들어와 함께 올려놓다 보니 제품이 풍족해지면서 매출이 더 오르는 긍정적인 효과도 생기고 있다. 앞으로 청양군 농산물과 가공품 유통도 계속할 예정이며, 밀원꿀벌마을을 조성해 꿀벌 상품을 제작하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벌써 비비랜드라는 브랜드도 만들어 제품을 만드는 단계까지 진행이 되었다고 하니 조만간 사자산영농조합법인 꿀벌 상품을 시중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사자산 영농조합 이남훈 대표>

인근 마을의 자원도 함께 이용해 협업할 수 있는 일을 진행

이남훈 사자산영농조합 대표

사자산 영농조합 이남훈 대표는 " 처음에는 혼자 포장부터 판매까지 다 했지만 매출이 오르고, 직원을 쓸 수 있게 되면서 2017년도에는 자리를 잡게 되었어요. 지금까지 힘든 4년을 보냈지만 마을기업이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과 희망이 보입니다. 나 혼자 잘해서 된 일도 아니고 법인과 마을공동체 그리고 마을 주민들이 같이 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라며 “앞으로 더 성장해 마을 이름으로 산도 사고, 논도 사서 사람들이 와서 일할 수 있는 마을로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숨겨왔던 이야기를 했다. "한 마을만 잘 사는 곳이 아니라 인근 마을의 자원도 함께 이용해 협업할 수 있는 일을 진행 중입니다. 농촌체험휴양마을이지만 식당 운영이 안 되어 이용이 불편한 점을 인근 마을에서는 해결할 수 있고, 고령인 마을에서는 하지 못하는 숲 체험도 다른 마을에서는 할 수 있음을 깨닫고 함께 진행하기로 했어요"라며 각자 마을마다 갖고 있는 고유의 자원을 잘 활용해 네트워크를 이룬다면 어느 마을이나 잘 사는 곳이 되지 않겠느냐며 농촌에도 얼마든지 희망이 있음을 전해주었다.

사자산영농조합법인/사자산체험마을

충남 청양군 운곡면 배미길 29
문의 041-943-0089
온라인 쇼핑몰 http://smartstore.naver.com/sajas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