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아파하지 마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랍니다!
혼자 아파하지 마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랍니다!
  • 박희영 기자
  • 승인 2020.11.05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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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유가족이 들려주는 마음 치유 이야기 들어보세요”

2013년 5월 자살로 아들을 잃은 엄마 유미경(가명)씨는 아들을 잃고 아무런 일 없다는 듯, 아들이 잠시 여행을 떠나 곁에 없다는 마음으로 일상생활을 이어갔다. 겉으로는 평범한 모습의 엄마였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지내는 모습을 본 지인들은 “엄마 아빠가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아들이 자살했겠냐?”라는 식의 편견과 힐난을 퍼부었다. 

아들이 떠나간 후 남겨진 그녀는 아들 자살의 가해자 취급을 받자 아들을 따라가고 싶을 정도였다. 이런 이유로 아들의 죽음을 제대로 추모하거나 기억할 수도 없을 만큼 힘겨운 시간을 보내며 “나는 괜찮아. 나는 굳건해”라고 다짐하며 버텨왔다. 아픈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속으로 속으로 삭였기 때문일까. 유씨는 40대 중반에 갑상선 질환, 스트레스 난청, 허리디스크, 순간적으로 눈이 안 보이는 등 원일 모를 온갖 질병에 시달리며 끼니마다 한 주먹씩의 약을 먹지 않고서는 걸어 다니기조차 어려웠다. 

20.06.16. 자살고위험군 NVC 프로그램 2회기 

서로의 아픔 이해하고 공감하며, 치유

유씨가 자조 모임에 참석한 건 지난해 가을이었다. “우연찮은 기회에 서울에만 있는 줄 알았던 자살 유가족들의 모임이 천안에도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천안자살예방센터에서 진행하는 유가족들의 상황에 맞는 상감과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답니다.”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야기하는 게 두려워 선뜻 마음을 열지 못하던 그녀에게 선배 회원들이 “아들 이름이 뭐예요?” “몇 살이었어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마음속으로 수천수만 번 되뇌었을 아들의 이름을 소리 내어 말하자 그동안 꾹꾹 참아왔던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이내 그녀는 “아들이 너무 보고 싶다고, 우리 아들 엄청 착했어요”라면서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아들의 이야기를 하자 회원들은 기꺼이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울어야 아들도 마음이 편해져요. 여기에서는 아무도 비난하지 않으니 마음껏 우세요”라고 위로했다. 

“아마 자조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세상이 무서웠을 거예요. 얼마 전부터 제가 먹던 약도 줄여 가고 있어요. 평생을 그리워하고 평생 아픈 손가락인 아들이지만, 아들의 이야길 편하게 하기 시작하면서 제 건강이 약을 먹지 않아도 될 만큼 회복되어 가는 힘이 생긴 것 같아요.”

20.06.23. 자살고위험군 NVC 프로그램 3회기 
자살고위험군자기치유프로그램(건강의달인)

자살에 대한 편견 없는 세상 오길 바라 

지난 7월 엄마를 떠난 보낸 김연경(가명)씨는 엄마를 잃었다는 상실감에 정말이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인의 끈질긴 설득 끝에 자조 모임에 참여하게 됐다. “사실 처음엔 억지로 오게 된 거였어요. 그런데 비슷한 경험을 한 분들이 모여 있는 자리라 설명하거나 변명을 할 필요가 없으니 왠지 모를 안도감이 느껴지더라고요. 모임에 나이 드신 분들도 있어 아직 어린 저와는 세대 차이나 가치관의 차이가 있지만, 모임에 있는 동안만큼은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었어요. 주기적으로 무언가 할 일이 생긴 것 역시 큰 도움이 되었고요. 또, 참석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어 기뻤어요.”

자살 유가족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다름 아닌 남겨진 자의 슬픔과 그 아픔을 치료하지 못해 생기는 상처다. 
유씨는 “자살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이 없는 세상이 오길 바라요”라면서 “언젠가 길 가다 웃으며 수다 떠는 저를 본 지인이 ‘아들이 자살했는데 어미는 웃으며 수다 떨고 싶냐?’라고 야단을 치더라고요. 저는 아들을 죽인 가해자가 아닌 아들을 잃은 아픔과 슬픔을 지닌 어미인데 말이에요”라고 말했다.

20.06.23. 자살고위험군 NVC 프로그램 3회기 
2019년 6월 유족힐링캠프

우울증, 혼자 아닌 함께라면 극복할 수 있어! 

우울증의 원인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다양한 생화학적,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끼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확한 진단과 처방에 대해서는 병원을 내원해 정신건강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하나 자살 시도 후 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10명 중 3명이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살이나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의 사회적 낙인은 사회로 복귀하고자 하는 정신질환자의 기회를 박탈시키고 소외현상을 불러올 뿐 아니라 현재 우울감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병원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줌으로써 자살 고위험군 발굴을 늦추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천안시자살예방센터 안영미 센터장은 “우울증은 당뇨병과 같이 조절하고 관리하면 일상생활이 가능한 질병입니다. 그렇기에 혼자가 아닌 함께할 때 가능합니다. 혼자 아파하지 마시고, 반드시 센터로 연락 주세요”라고 당부하며 “자살 충동이 든다면 혼자 내버려 두지 말고, 얼마나 고통스럽고 서러웠는지 속마음을 마음껏 털어놓아 주세요. 자살예방센터는 언제나 여러분 곁에 있습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나 기타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www.0415790199.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위치 : 천안시 서북구 검은들3길 60, 6층
문의 : 041-571-0199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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