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로 불편 개선, 초등학교 아이들이 해냈습니다”
"통학로 불편 개선, 초등학교 아이들이 해냈습니다”
  • 노준희 기자
  • 승인 2020.11.05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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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들초등학교 주변 위험한 통학로 4년째 방치…참다못한 아이들 스스로 문제 해결 과정 도출

천안 한들초등학교가 지난달 15일(목) ‘안전한 통학길 만들기’ 공청회를 열었다. 한들초등학교 주변 통학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지자체와 교육청 관계자들을 모아 개최한 공청회이다. 

공청회에는 김영주 교장과 이수희 교감, 김윤희 교사, 학생들 모임인 ‘다모임’ 학생 5명과 김우수 천안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김길자·정병인 천안시의원과 이인복 천안시 교통정책팀장, 김태종 천안시 교통시설팀장, 김영란·신은정 학부모대표, 김현정 한들초 운영위원장 등이 배석했다. 

그런데 이날 한들초 통학로의 현실을 짚은 주 발제자는 어린 학생들이었고 참석한 어른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생인 줄로만 알았던 아이들의 조사와 준비의 꼼꼼함에 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영란 학부모대표는 “한들초 개교이래 학교문제로 4년째 지자체와 싸워왔다. 천안시에 악성 민원인으로 치부될 정도로 지속해서 학교 현실과 주변 개선을 요구했지만 별 진척이 없었는데 아이들이 준비한 내용을 보고 매우 놀랐다”며 “실제로 아이들은 주변 환경을 조금씩 개선해 나가고 있어 어른으로서 많은 반성을 하게 했다”고 밝혔다.

아이들이 이날 어떤 내용으로 공청회를 이끌었기에 이 같은 반응이 나왔을까. 

담당인 김윤희 교사는 “아이들 입에서 ‘학교 주변 통학로가 안전하지 않다’는 말이 먼저 나왔다. 이 사실로 문제를 자각한 아이들이 몇 개월 동안 머리를 맞대며 통학로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고민했고 하나하나 조사하며 확인한 사실을 사진과 영상, 보드판 설명으로 이날 관계자 어른들에게 주지시켰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더 조리 있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짚고 사례를 들어 대안까지 제시하며 개선책을 요구하는 모습에 적잖이 놀란 모습이었다”고 밝혔다. 

공청회 모습
공청회 모습

아이들은 무엇을 짚었나 

한들초등학교는 백석5지구 도시개발사업에 포함돼 있다. 그렇지만 전 백석5지구 도시개발사업 조합장이 횡령·배임·사기로 징역 6년을 선고받는 등 최근까지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아 한들초 학부모들의 민원이 4년째 이어져 왔던 곳이다. 

주요 민원은 학생들 통학로 안전 확보와 한들초 임시사용 승인으로 증축 불가한 상황을 개선해 학생들 피해를 줄여 달라는 것이다. 학부모들 4년간의 외침은 지자체에 오히려 악성 민원인으로 오해받으며 개선의 여지는 요원한 상황이었다. 학부모들은 애가 끓었다. 

아이들 시각에서 본 통학로 문제도 간단치가 않았다. 실제로 한들초를 중심으로 한 5곳의 통학로는 모두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다. 

한들초 정문 앞 2017년 개교 후 4년이 지났지만 공사 중인 듯한 상태로 현재도 이 모습이다
한들초 정문 앞 2017년 개교 후 4년이 지났지만 공사 중인 듯한 상태로 현재도 이 모습이다

지난 7월 16일부터 19일까지 아이들이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이들은 파손된 보도블록, 안전울타리 부재, 불법 주·정자, 시야를 가리는 풀과 가로수, 넓은 차도, 과속차량, 짧은 신호등 점멸시간 등을 안전하지 않다고 골랐고 그중 좁은 보행도로를 가장 안전하지 않다고 꼽았다. 왜 안전하지 않은지 개인 관점의 답변도 모두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8월 5일부터 9월 3일까지는 오픈채팅방에서 실시간 토의를 진행하며 의견을 수렴해 공청회 자료로 내놓았다. 

공청회에서 전교생을 대표해 발제한 아이들은 이지아 이찬승 배설윤 유주명 이지효 학생이다. 아이들 5명은 증거 사진 자료와 동영상까지 제작해 공청회 참가자들에게 보여주며 설명했다. 외국 사례도 발표하고 어떻게 통학로 주변이 바뀌면 좋을지 대안도 마련해 사진 자료로 제시했다. 

불법 주·정차로 인해 안 그래도 좁은 보행도로를 지나기 어려웠던 점, 도로가 여기저기 깨져있어 지나가기 불편했던 점, 신호등 앞 보행로가 너무 좁아 사고 위험이 크다는 점, 보도 중간에 음식점 차량 출입 때문에 위험한 점, 특히 아이들은 인도 복판에 불룩 솟은 턱과 경계석이 정상적인 보행을 방해하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직접 휠체어를 타보고 문제를 절감한 사실을 사진으로 보여주었다. 또한 오토바이가 신호를 위반하며 질주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재생해 통학로 위험성을 강조했다. 


실무 담당자들과 의원들 대답은 

어른들은 아이들의 철저한 준비성과 자료 제시 능력, 조리 있는 설명에 혀를 내둘렀다. 아이들은 통학로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원하고 있었고 어른들은 알고도 남았다. 하지만 해결은 어떻게 진행할까. 

김태종 교통시설팀장은 “백석5지구 도시개발 사업지구 문제가 해결돼야 학교문제 해결도 원활해진다. 아이들 측면에서 보면 개선해줘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바로 해줄 수 있다기보단 점차 개선할 방법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협의가 필요한 것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말한 내용을 검토해서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천안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위원장인 정병인 시의원은 “통학로 개선 요구에 따라 소방도로를 조성할 계획이며 X자 횡단보도 요청 등은 실제 사고 위험 등의 이유와 경찰과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내년에는 시범 도입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천안시의회 안전한 어린이통학로 개선을 위한 연구모임’ 대표인 김길자 의원은 “10월 28일(목) ‘어린이통학로 161개소 현장조사 개선계획’ 용역 착수보고회를 열었으며 12월 말 나오는 보고서에 따라 경찰 협의 등 필요한 사항을 논의하고 개선해 가겠다. 내년 상반기에 노란 신호등을 어린이보호구역 안 25개소에 설치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이들이 바꿔놓은 것은 

아이들은 자신들이 학교 주변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과 문제 해결을 위한 유의미한 자리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뿌듯해했다. 아이들이 이 공청회를 준비하기 전에 학교가 해준 것은 통학로 문제점은 무엇인지, 어떻게 불편한 점을 분석해야 하는지 대안 모색 등 필요한 내용을 제대로 들을 기회였다. 

김우수 천안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은 사전에 아이들에게 이러한 교육을 진행했고 아이들은 숙지했다. 아이들은 김우수 사무국장의 정보 제공에 도움을 받아 통학로를 개선하겠다는 의욕에 불을 붙였다. 김우수 국장은 아이들에게 ‘생활불편신고’ 앱을 알려주었고 아이들은 즉시 불편사항을 신고해 해결됐다는 연락 또는 개선 중이라는 회신을 받고 기뻐했다. 

6학년 배설윤군은 공청회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조곤조곤 설명하며 “신호등이 제 위치에서 벗어난 거 보고 신고했더니 바로 개선해주었다. 공청회에서도 다양한 의견을 말했더니 천안시에서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답변을 주셨다”고 말했다. 

6학년 유주명군은 “도로 볼라드(길말뚝) 파손을 신고했더니 고치는 중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도로파손이나 음식물쓰레기 방치 등의 불편을 신고한 학생도 개선했다는 답변을 들었다. 앱을 통해 신고하니 개선이 빨랐다”며 “보도에 휠체어를 타고 다녀보니까 정말 지나가기 힘든 곳이 많아 장애인은 얼마나 불편할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유군은 “나의 작은 관심과 말 한마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느꼈다”며 “이런 게 바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주시민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들초등학교
한들초등학교

혁신학교 교육법 통했나 

한들초는 개교 다음 해인 2018년부터 혁신학교로 출발했다. 타 학교와 달리 반장 부반장이라는 제도가 없고 전교생이 소통하는 다모임이 있다. 더구나 학교 운영에 아이들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아이들 몫으로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 운영위원을 둘이나 배정했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아쉽게도 진행하지 못했다. 

김영주 교장은 “우리 학교는 ‘함께’가 가장 중요한 핵심이며 경쟁 없는 프로젝트 수업으로 협력하면서 공부한다. 삶과 연결된 공부를 하는 게 혁신학교”라고 설명했다. 

김윤희 교사는 “민주시민의식은 삶과 연결된 부분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몸소 체험했더니 안전문제를 보는 시각이 생겼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아이들이 말한다. 프로젝트 수업 등 혁신학교 수업을 해와서 그런지 아이들은 판만 깔아주면 잘 해내곤 한다”며 아이들의 역량을 올려주었다. 

김영란 대표는 “공청회에서 가슴에 닿는 말이 있었다”고 말했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주명이의 말에 감동 받았어요. 관계자들도 부끄럽다고 말할 정도였지요.” 

아이들은 정말 많이 배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스스로 학교 환경개선을 위해 노력한 점이 결실을 본 듯해서 뿌듯했다. 아이들이 설명하는 모습은 진지했고 진지한 만큼 충실했다. 공청회에서 어른들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하면 얼마나 하겠어’라는 생각, 그 자리에 온 누구나 다 했을 법한 추정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보기 좋게 어른들의 선입견을 무너트렸다. 충분한 관련 자료, 상호협조적인 준비 자세, 조리 있는 분석과 설명. 그중에 가장 큰 것은 아이들이 삶에서 직접 느끼고 개선하겠다는 민주시민의식을 몸소 체험했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은 ‘자기 삶의 주인은 자기’라는 사실을 확실히 인식했다. 문제 해결의 도출과정을 통해. 교육은 이렇게 바뀌어 가야 하는 게 아닐지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함께 생각해볼 논점을 던졌다.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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