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의 노력으로 산골 오지 마을에서 꽃향마을로
주민들의 노력으로 산골 오지 마을에서 꽃향마을로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0.10.26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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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마다 새로운 자연의 색이 펼쳐지는 산촌마을

우리나라 면적의 약 46%, 산림면적의 59%를 차지하는 산촌지역은 풍부한 산림과 아름다운 숲, 훼손되지 않은 청정한 자연환경과 휴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심신이 지친 사람들은 거리 두기가 가능하고, 한적하면서 청정한 산촌마을에서 즐기는 휴양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산촌은 접근이 어렵고 개발이 열악해 다른 농촌에 비해 소외되어온 지역으로 낮은 소득과 열악한 생활환경으로 인해 인구 감소와 주민들의 노령화로 산림자원 관리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남 서천군 장태봉 자락에 위치한 심동리 산촌마을 역시 마을로 들어가는 길조차 없는 오지 마을이다. 마을 이름에 깊을 심 자를 쓸 만큼 깊은 산골짜기에 형성된 마을이다. 고향인 심동리 산촌마을을 떠난 적이 없다는 백찬기 이사는 학교에 가기 위해 6km가 넘는 산길을 걸어 다녔다고 한다. 마을이 가장 번성했을 때는 120호까지 살았는데 일자리 부족과 아이들 교육으로 사람들이 떠난 후 지금은 60호 정도가 마을에 살고 있다. 모두 나이가 많은 노인들뿐이고 심동리 산촌마을에 아이가 태어나지 않은 지는 30년이 넘었다.

​주민들의 노력으로 산골 오지 마을에서 꽃향마을이 되다

​다시 사람들이 찾아오는 마을을 만들고 싶었던 백찬기 이사는 지속해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2000년 당시 이장을 맡고 있었던 백찬기 이사는 묘지로 인해 국토가 사라지고 자연 경관이 훼손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던 장례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구멍가게 하나 없는 오지 마을인 심동리는 자연경관이 수려한 청정지역에 선진장묘문화 정착을 위한 공설납골당 '영명각'을 위탁관리하게 되었다.​

또, 산촌이라는 특성상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자연 생태가 마을 자원이 되면서 2001년부터 서천군에서는 심동리의 자연환경에 주목하고 보존하기 위해 '심동리 산촌종합개발사업'을 시작하였다. 도로와 마을 안 길을 포장해 생활환경을 개선하면서 2004년부터 심동리에서는 '산벚꽃 축제'를 개최하였다. 전국의 벚꽃축제가 모두 끝나갈 무렵 심동리 산벚꽃은 절정을 이루며, 2014년과 2015년 산림청에서 선정한 '아름다운 임도 100선'으로 이름을 알렸다. 아름다운 산벚꽃을 배경으로 벚꽃 십리길 걷기 등 지역민과 관광객이 함께 힐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해 아름다운 봄을 맘껏 즐기고 있다.

​그리고 지역주민의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농작물 역시 마을 자원으로 중요한 한 가지이다. 논과 밭이 부족한 산촌마을 특성을 살려 2001년 서천군에서는 생산기반사업으로 85평 규모 표고 시설 하우스 19동을 짓고, 오수 정화시설, 매실 단지, 심동계곡 휴게시설을 조성하여 살기 좋은 산촌마을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청정 자연에서 키워내는 표고버섯은 향과 맛이 뛰어나다고 소문이 나면서 찾는 사람들이 많아 생표고와 마른 표고 등으로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또한 산촌문화 체험관을 지어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숙식을 해결하고, 표고버섯, 매실, 감 등 수확체험을 진행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심동리산촌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고, 마을기업을 만들어

​영명각을 위탁관리하면서 초기에는 안치된 유골이 적어 관리비가 많이 들지 않았다. 군에서 지원해주는 지원금 중 남은 돈을 마을 발전 기금으로 써왔으나 유골 수가 늘면서 방문객이 증가하고 유지 비용은 늘어났다. 안치비용은 10년 치 15만 원을 받는 것 외에 따로 이용 금액이 없다 보니 수익이 줄게 되었다. 2013년 심동리 마을 주민들이 뜻을 모아 27명의 조합원이 출자를 해서 심동리산촌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였다. 마을기업은 영명각에서 제수용품과 마을 특산물인 표고버섯, 고춧가루, 된장, 매실액을 판매했다.

​또, 2014년도부터 2017년도까지 진행된 '판교권역 단위종합정비사업'에 선정되었다. 판교면 심동리와 저산리, 수성리에 다목적센터, 공동생활 홈, 마을회관 리모델링, 자전거 도로 및 산책로, 다목적 광장, 만사소통터가 조성되면서 '꽃향마을'이라는 새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판교면 심동리, 저산리, 수성리 세 개의 마을이 판교권역 다목적센터를 중심으로 주민들과 방문객이 함께 교류하는 공간으로 성장해나가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활동을 하지 못했지만 내년에는 주민사업인 꽃 가꾸기 사업을 통해 마을 입구부터 영명각까지 꽃향마을이라는 이름에 맞게 예쁘게 가꿀 예정이다. 봄에는 산벚꽃 축제를 열고, 가을에는 농산물 수확체험을 통해 산촌마을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나고 싶다고 한다.

심동리산촌영농조합법인 백찬기 이사

마을 주민들이 함께 기거할 수 있는 복지타운을 꿈꾸며

​아직도 마을 일에 열정적인 백찬기 이사의 마지막 목표는 마을 주민들이 함께 기거할 수 있는 복지타운을 만드는 것이다.

"고향을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는데 늙어서 몸이 아파 연고도 없는 곳에 가기 싫고, 죽을 때까지 고향에 남아있다가 영명각에 잠들고 싶다."라고 말하며 "그러면 고향을 떠난 가족들이 꽃향마을 영명각을 찾았을 때 내 아버지도 보고, 친구의 아버지도 보고 마을 주민 모두를 보고 갈 수 있지."라고 말하고 잠시 생각에 잠기는 눈빛을 보였다.

​영명각까지 올라갔다가 꽃향마을 임도에 서 있는 벚나무와 코스모스를 지나오면서 백찬기 이사가 설명해 주었던 사계절의 모습이 생생하게 눈 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서천하면 바다를 끼고 있어 춘장대해수욕장이 가장 먼저 떠올랐는데, 꽃향마을에 와보니 계절마다 새로운 자연의 색이 펼쳐지는 산촌마을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

꽃향마을다목적센터

주소 충남 서천군 판교면 심동길 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