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스포츠 폭력, 시민이 바로잡아야”
“뿌리 깊은 스포츠 폭력, 시민이 바로잡아야”
  • 지유석 시민기자
  • 승인 2020.10.22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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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인권침해 진단·대안 모색을 위한 집담회 열려 

충남 천안 C 중학교 배구부 감독이 선수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과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는 22일(목) 오전 천안시 불당동 창업마루 나비홀에서 '스포츠선수 앞에 멈춘 인권, 진단과 대안 모색을 위한 집담회'(이하 집담회)를 공동 주최했다. 

C 중학교 배구부 감독의 폭행 폭언 사실은 학부모 신고가 천안교육지원청에 접수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신고에 따르면 배구부 감독 A 씨는 1월 전지훈련 중 선수에게 욕설을 하고 뺨을 때리는가 하면, 연습경기 도중 실점하자 선수들에게 달려가 폭행을 가했다. A 씨가 연습경기 도중 선수들을 폭행하는 장면은 한 학부모가 찍은 신고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부뜰과 대전인권사무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포츠 인권의 민낯과 충남 스포츠 인권의 현재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이번 집담회를 주최했다. 

집담회엔 황영란 충남도의회 의원(비례·더불어민주당), 이가원 국가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 조사관, 민솔희 나사렛대 연구교수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천안시 C 중학교 배구부 감독이 선수들을 상습 폭행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이는 가운데 22일 오전 천안시 불당동 창업마루 나비홀에서 '스포츠선수 앞에 멈춘 인권, 진단과 대안 모색을 위한 집담회'가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황영란 충남도의원, 민솔희 연구교수, 이가원 조사관, 진행자 정인식 활동가.
천안시 C 중학교 배구부 감독이 선수들을 상습 폭행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이는 가운데 22일 오전 천안시 불당동 창업마루 나비홀에서 '스포츠선수 앞에 멈춘 인권, 진단과 대안 모색을 위한 집담회'가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황영란 충남도의원, 민솔희 연구교수, 이가원 조사관, 진행자 정인식 활동가.

먼저 이가원 조사관은 2019년 2월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초중고 학생선수 인권상황 전수특별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조사단이 5만7557명의 선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학생은 전체의 14.7%(8,440명)를 차지했다. 그런데 피해 시 미신고 등 소극적으로 대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79.6%로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가원 조사관은 "소수의 동료와 지도자에게 모든 생활을 의존하는 선수생활의 특성상 학생선수가 폭력 성폭력 피해 등 인권침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또한 학생선수 폭력·성폭력 문제는 지도자-선수 관계뿐만 아니라 선후배 선수나 동성 선수 사이에도 발생하는 등 피해 유형이 다양하며 학생선수가 피해 대처방법을 알지 못하는 비율도 일반 학생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보완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솔희 나사렛대 연구교수는 스포츠계의 구조적 요인이 피해자의 침묵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팀 해체나 선수 활동 지속 여부 불투명, 자녀의 미래에 대한 학부모 우려 등이 인권침해에 적극 대처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게 민 연구교수의 지적이다. 

22일 오전 천안시 불당동 창업마루 나비홀에서 '스포츠선수 앞에 멈춘 인권, 진단과 대안 모색을 위한 집담회'에서 민솔희 연구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22일 오전 천안시 불당동 창업마루 나비홀에서 '스포츠선수 앞에 멈춘 인권, 진단과 대안 모색을 위한 집담회'에서 민솔희 연구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관리자와 감독기구의 직무유기는 침묵을 강요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민 연구교수는 "관리자는 기관 이미지 실추를 우선해 해결보다 무마를 시도하고, 관리감독 기구 담당 공무원은 순환 근무를 하다 보니 스포츠 인권 감수성이 떨어져 적극 대처하지 못하고 때론 2차 가해를 가하기도 한다"며 "이 같은 일이 반복되다 보면 일부 선수는 스포츠 현장을 떠나고 또 일부는 극단적 선택을 한다"고 비판했다. 

민 연구교수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 스포츠 패러다임의 변화와 개혁 ▲ '올림픽 금메달 = 국위선양' 프레임 탈피 ▲ 엘리트가 아닌 모두를 위한 체육이란 인식 확산 등을 제시했다. 또 시민이 나서서 스포츠계의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충남 천안 스포츠인권연대'를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스포츠 인권과 관련, 충청남도는 지난 5일(월) 제주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충청남도 스포츠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이하 충남도 스포츠 인권조례)를 제정했다. 

충남도 스포츠인권 조례 8조는 "도지사는 폭행, 협박 또는 부당한 행위 강요 등으로부터 체육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법 제18조 5에 따라 스포츠인권상담센터를 설치 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해당 규정이 명시한 스포츠인권상담센터는 ▲ 스포츠 비리와 체육계 인권침해 신고접수 ▲ 상담 피해자 법률지원과 연계 ▲ 스포츠비리와 체육계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교육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이번 조례를 대표 발의한 황영란 충남도의원은 "스포츠인권 조례가 충남도 내 15개 시군은 물론 전국적으로 제정 필요성이 있다. 관련 조례가 충실히 제정될 수 있도록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잡담회에 앞서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천안지부,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충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충남 청소년 인권단체들은 사건이 벌어진 C 중학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생선수 인권개선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