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놀면 뭐하니? 같이 영화 보자! 
추석에 놀면 뭐하니? 같이 영화 보자! 
  • 박희영 기자
  • 승인 2020.09.27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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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연휴를 더욱 알차게 해줄 영화 5선

세 번째 테마 : 영화 

이번 추석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무색할 예정이다. 보건 당국에서 이동제한 명령은 아니지만, 코로나19 감염 예방과 확산방지를 위해 고향 방문이나 다수가 밀집하는 모임은 삼갈 것을 권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려 5일이나 되는 금쪽같은 연휴를 빈둥빈둥 무의미하게 보낼 순 없지 않은가? 해서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또는 혼자 봐도 좋을 영화 5편 준비했다. 부디 코로나 시국을 슬기롭게 이겨내는 독자들이 되길 바라며….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

 

요즘 들어 부쩍 ‘나 때는 말이야’를 남발하며 꼰대력이 상승하고 있다면 

꽃미남 이종석(중길)과 귀엽고 앳된 얼굴의 박보영(영숙)이 출연하는 ‘피 끓는 청춘’을 추천한다. 1982년 충남 홍성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허당미 넘치는 카사노바 중길과 충청도를 접수한 여자 일진 영숙, 두 남녀가 진실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본격 농촌 로맨스다. 힘이 남아도는 18세 피 끓는 청춘의 사랑은 다소 서툴지만,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며 가슴앓이하는 것은 어른의 연애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어른들은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연애질이나 한다”라며 핀잔을 주기 일쑤지만, 정작 본인들에게 지금 당장 그 연애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어 보이기 마련이다. 눈에 콩깍지가 씐 그 당시에는. 

누구나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는다. 이것이 순리이자 거스를 수 없는 이치다. 세대 간에 갈등이나 차이 또한 자연의 섭리와도 같은 것이다. 요즘 들어 자꾸 ‘라떼’가 생각난다면 ‘피 끓는 청춘’이었던 소싯적을 추억해보는 건 어떨까.

 

이 꼴 저 꼴 다 보기 싫고, 그냥 실컷 웃고 싶은 날엔 

엄청 웃긴 코미디 영화 한 편 보면서 스트레스 따위는 잊는 게 최고다. ‘역사상 이런 스파이는 없었다’라는 카피 문구처럼 스파이가 주인공인 영화 중에서 ‘스파이’는 단연코 가장 재미있는 첩보물이라고 할만하다. 영화를 보며 근심 걱정이 사라질 정도였다면 대충 짐작이 될까? 2015년 영화 개봉 당시에 킹스맨, 미션임파서블, 007스펙터 등 첩보원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았다. 이처럼 쟁쟁한 작품들의 뒤를 이어 ‘스파이’가 230만 관객을 동원하며 선전한 건 다름 아닌 정통성과 전형성을 탈피한 스파이 코믹 액션물을 표방했기 때문이다. 

현장 요원들의 임무 수행을 돕는 CIA의 내근 요원 수잔(멜리사 멕카시)은 어느 날 핵무기 밀거래를 막기 위해 현장에 투입된다. 사랑을 책으로만 배우면 실전에서 티가 나기 마련인데, 내근만 하던 수잔은 이제야 적성을 찾은 듯하다. 그동안 우리가 알던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한 스파이는 잊어라. 주드로, 제이슨 스타뎀, 멜리사 멕카시가 선사하는 웃음을 즐기다 보면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갈 것이니. 

 

오늘따라 나의 존재가 하찮게 느껴지는 그런 슬픈 날이라면 

배우 공효진이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지는 안면 홍조증에 걸린 비호감 양미숙으로 분한 ‘미쓰 홍당무’를 보며 위로받아 보자. 미숙은 툭하면 삽질을 일삼는 고등학교 러시아어 교사이다. 촌스러운 외모에 자존감이 바닥인지라 주변인들로부터 사랑은 고사하고 관심조차 받지 못한다. 

영화는 적절한 대화와 감정의 공유를 통해 다른 사람과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서툴고, 또 방법을 몰라 타인과 어울리지 못하는 -자발적이건 그렇지 않던 이른바 왕따라 불리는- 소외된 이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 하고 특별한 사람이길 원한다. 하지만,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누군가와 행복을 나누고 싶다면 반드시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건 바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혼자 있을 때도 행복할 줄 아는 것이다. 미숙 역시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하지만, 비로소 자신을 사랑하게 되면서 어두웠던 세상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한다. 방탄소년단이 말하지 않았던가. “Love your self!”

 

아이를 마음대로 조정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에게 

1등만 기억하는 잔인한 세상에 일침을 날린 영화 ‘4등’을 아이와 함께 보길 강력히 추천한다. 준호(유재상) 수영에 소질이 있고, 수영을 좋아한다. 아이의 엄마 정애(이항나)는 당연히 그 꿈을 응원한다. 그러나 그 응원은 어느 순간 지지를 넘어 엄마의 욕심이 되어버린다. 엄마는 경기에 나가 4등을 하고 돌아온 아이에게 “잘했다. 수고했다”라는 말 대신 실망하는 표정을 보이고, 2등을 했을 땐 “거의 1등”이라면서 다음번엔 반드시 1등을 해야 한다고 다그치는가 하면, 수영을 그만둔다는 아이에게는 “무슨 권리로 네가 수영을 그만두냐?”라며 윽박지르기까지 한다. 

사랑과 희생이라는 명목으로 아이를 소유하려는 부모들이 있는데, 아이는 절대 소유물이 아니다. 아이가 원해서 했건 아니건 간에 선택할 권리는 아이에게 있고,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원하는 것을 지원해주는 것에서 멈춰야 한다. 말을 끌고 물이 있는 곳까지 갈 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는 건 말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므로. 

 

찬 바람이 싸늘하게 옷깃을 스쳐 가을 타는 기분이라면 

눈물 콧물 쏙 빼는 정통 멜로 영화로 그 감정을 극대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슬플 때 슬픈 노래를 들어 눈물로 슬픈 감정을 씻어 버리듯. 한석규와 심은하가 출연하는 ‘8월의 크리스마스’는 1998년 첫 개봉에 이어 2013년에 재개봉까지 할 정도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는 작품으로 개봉 당시 잔잔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불치병을 앓는 정원(한석규)는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다. 어느 날 정원은 주차 단속원인 다림(심은하)를 알게 된다. 정원은 다림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그녀를 피한다. 영화를 봤다면 알겠지만, 두 주인공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한 건 결론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이 가을에 영화를 다시 보니 감회가 남다르다. 다림과 정원이 끝내 재회하지 못한 채 막이 내릴 때 유달리 가슴이 아리고 먹먹한 건 아마도 계절 탓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