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어머니회의 교통안전지도, 권한과 책임은?  
녹색어머니회의 교통안전지도, 권한과 책임은?  
  • 심우근 교사
  • 승인 2020.09.2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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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근 천안제일고 교사
심우근 천안제일고 교사

전국 도시 초등학교가 거의 다 녹색어머니회를 조직하고 있다. 해마다 학기 초에 담임들은 학급 어머니들께 녹색어머니회에 가입해 달라고 애원한다. 학급마다 미리 정한 인원을 채워야 하기에. 가까스로 채워 놓아도 정한 날에 어머니가 나와 주지 않으면 담임은 불안하고 심지어 추궁당하기도 한다. 그런 사정을 아는 직장맘은 알바를 구한다. 녹색어머니회 알바를 주선하는 업체까지 생겼다. 왜들 이러는 걸까?
녹색어머니회 이름이 나온 김에 문제를 따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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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어머니회는 경찰청 소속 사단법인으로 1969년 6월 초등학교 단위별로 ‘자모교통 지도반’이라는 명칭으로 처음 출범하여 우리 소중한 자녀들의 등·하굣길 안전을 위해 통학로에서 교통안전 봉사활동을 시작하였고 1971년에 ‘녹색어머니회’라는 공식명칭으로 서울 등 6개 도시를 위주로 결성하였습니다. 그리고 녹색어머니중앙회는 2018년 전국 17개 시·도 4,000개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전국조직으로 결성되어 현재 약 86만 명의 회원으로 구성되어 봉사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습니다.

주요 활동
초등학교 앞 어린이 등·하굣길 교통안전지도 활동과 일반 보행자 교통안전계도 활동
경찰서 관할구역 내 초등학교 녹색어머니회 활동 지원과 교육, 지도 활동
교통안전 및 안전문화 의식을 고취하는 계몽운동 전개
초등학교 주변 통학로 위험요소를 찾아 제보하여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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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통안전지도 활동, 어머니들이 권한은 있고, 해야만 할까?

위는 (사)녹색어머니중앙회 홈페이지 소개 글이다. 초등학생들의 등하교 교통지도를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학교 밖 도로는 학교 관할구역이 아니다. 일반 도로의 교통지도 안전 업무는 경찰 소관이다. 
도로교통법상 교통지도 자격과 권한, 책임, 모두 어머니들에겐 없다. 생각해보자. 학교 앞은 등하교 시간 대개 4~500명, 어떤 학교는 1000여 명 이상 특정한 시간에 몰리는 곳이다. 일반 시민들이 이 정도 모이는 장소라면 해당 경찰서장은 시민들 교통안전을 위해 경찰을 배치한다. 매일이라서 배치하지 않는 걸까? 어른이 아니라서일까? 성인과 견줘 학생들, 특히 저학년 학생들은 더욱 위험한데. 교통안전을 위한 충분한 시설(속도 낮춤턱, 차도 분리벽, 학생안전구역 표지, 신호등 등)과 인력을 경찰과 지자체가 설치, 배치 운영해야 한다. 


2. 태생이 자연스러운 자율 조직인가?

학기 초면 초등학교장들은 담임선생님들에게 과업을 부과한다. 녹색어머니회 회원을 몇 명 이상 정해 명단을 올리라는 것. 전화기를 붙들고 간청과 애원, 통사정을 한다. 선뜻 응하는 분도 계시지만 맘 약한 어머니 몫이다. 대개가 직장맘인 어머니들, 분초를 다투는 그 바쁜 아침 시간, 더구나 직장에 지참을 통보해야 하는데. 어이할꼬? 궁즉통이라, 알바를 구한다. 한국형 일자리다. 녹색어머니 아침 교통지도 일을 대신할 알바를 알선하는 업체까지 생겼다. 
이처럼 사정이 녹록치 않아 가입을 꺼려도 억지로 가입해야 하는 강제 조직이 21세기 민주 국가 대한민국에서 굳건한 까닭은 뭘까?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시절, 반독재 집회와 민주인사들 감시, 검거에 동원하느라 경찰 인력이 부족하자 어머니들을 강제 가입시켜 ‘내 자녀 교통안전지도’란 명목을 내세워 쉽게 동원한 관행을 아직도 답습하고 있지 않나 한다. 또 지금은 정치권과 거리를 두려 정관에 정당 활동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과거 자생 시민단체들 사례 보면 특정 정당에 치우친 인사들이 지도부를 구성할 경우, 경찰청 외곽 우호단체로 활용하든가 정치 집회나 선거에 조직을 활용하기도 쉬웠으니까. 

3. 성차별 의식을 고착화 - 아버지는 안돼요, 어머니만 가입할 수 있어요.

녹색어머니회는 사단법인이다. 회원을 규정한 정관을 보면 이렇다. 
  “1. 정회원 : 본 회의 목적에 찬동하고 각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어머니로 자의(自意)에 의하여 자녀가 재학 중인 학교에서 교통안전 봉사활동을 실시하는 자로, 가입신청서를 제출하여 녹색어머니 지회장으로부터 회원의 자격을 받은 자.
   2. 명예회원 : 정회원으로 녹색어머니회 봉사활동을 4년 이상 활동한 자로, 자녀가 초등학교를 졸업하여 녹색어머니 회원의 자격이 없으나 중앙회장 및 연합회장이 회원으로 임명한자.
  
보다시피 정회원이고 명예회원이고 어머니만 가입할 수 있다. 학교에 자녀를 보낸 사람을 예전엔 ‘학부형’이라 했다. 아버지와 형을 이르는 말이다. 성차별 용어라서 요즘엔 ‘학부모’라 하는데 아버지들은 왜 교통안전지도를 하지 않는가? 성차별 용어라는 문제도 있고 아버지도 가입하게 하자는 민원을 제기한 사례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녹색어머니회 지도부에서 반대했다 한다. 그 까닭이 궁금하다. 

4. 학생들 교통안전은 중요한데 녹색어머니회를 폐지한다면 대안은 뭘까?

전국교육감들이 경찰청장과 협의하여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인권 의식, 시민 의식이 드높은 요즘 담임 얼굴 생각해 마지못해 강제가입 당하는 녹색어머니회를 언제까지 유지해야 할까? 
경찰서장과 시장, 군수들은 각급 학교 등하굣길을 점검해 마땅한 교통안전 시설을 설치하고 적절한 경찰 인력을 등하교 시간만이라도 상주해 무자격에 권한과 책임도 없는 어머니들 대신 학생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어르신들 일자리 마련 차원 사례도 있긴 하나 무자격에 권한, 책임 면에서 불안정하다. 학교장과 교사들도 녹색어머니회 강제가입 시도를 말아야 한다. 교통안전지도를 진심으로 원하는 어머니들이라도 무자격이기에 적절치 않다. 일반인 누군가가 나서서 ‘내가 저 네거리에 가서 차량 교통지도를 하겠다.’고 나선다면 경찰서장은 허용할 텐가? 
어머니들도 정작 자녀들 교통안전을 걱정한다면 시장 군수 경찰서장에게 위와 같은 대책을 요구해야지 직접 나설 일이 아니다. 교통사고는 누군가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고 피해를 보상해야 하는 법의 영역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