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은 폭력인가, 아닌가?
차별은 폭력인가, 아닌가?
  • 박희영 기자
  • 승인 2020.09.1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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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이해의 부족으로 인한 차별, 멈추어야 할 때!

지난 6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2020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80.2%는 ‘우리 사회의 차별이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고, ‘차별 현상이 고착화되 사회적 갈등이 더욱 심해질 것’인지에 대한 물음엔 응답자 중 70% 이상이 그렇다고 답변했다.

‘차별’이란 둘 또는 여러 대상에 차등을 두어 구별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 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우리 사회엔 무수히 많은 차별이 존재하고, 차별의 정도 또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서로 의견을 달리하는 세대 계층 집단 간의 ‘갈등’은 서로에게 ‘다름’이 아닌 ‘틀림’이라는 비난을 퍼부으며 ‘차별’하고, 그 차별은 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로까지 번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차별과 그 심각성에 대해 함께 알아보자. 

우리 사회 내 차별, 10명 중 8명이 심각하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자료출처:국가인간위원회>

성차별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글쎄… 

인권위 발표에 따르면 차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성차별’이었다. 그중에서 여성의 비율이 71.0%로 높게 나타났으며, 남성에 대한 차별은 16.4%로 큰 차이를 보였다. 

시대가 변해 남녀차별이 어느 정도 개선됐다고 하나 여전히 우리 사회에 성차별은 존재하고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모르게 성차별이 행해지고 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던 김민희(가명)씨는 “남자한테는 안 하는 행동을 여자에게 하는 손님들이 있다. 계산하면서 신체접촉을 시도한다든지, 외모를 평가하는 손님들이 있는데 그럴 때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라고 밝혔다.
여성이 예쁘게 꾸미고 애교를 장착해야 하는 코르셋을 강요당한다면, 남성은 남자라는 이유로 힘써야 할 일이 있다면 응당 나서는 것이야말로 남자다움이라며 칭송받고, 그렇지 못하면 야유를 감수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눈물을 보이는 남성에겐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만 우는 것’이라든지 ‘남자답지 못하게’라는 식의 조롱 또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것이 대한민국 성차별의 현주소다. 

차별 사유는 성차별이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이어 나이, 경제력, 학력 등 순으로 나타났다. <자료출처:국가인권위원회>

시각장애인용 투표용지가 없다는 거 아시나요? 

이번 조사에 응한 장애인 중 54% 이상이 ‘상업시설 이용 시 차별을 느낀다’라고 답했고, 공공기관이나 직장에서도 차별이 존재한다고 응답했다. 

시각장애인 박민주(가명)씨는 “시각장애인용 투표용지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겨우 투표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선거의 4대 원칙 중 하나인 비밀 유지가 어렵다”라며 고충을 토로했고, 신체장애인 최장훈(가명)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데 화장실이 급할 땐 정말 고역이다. 생리현상 해결이 어려워 스트레스를 받기까지 한다. 또 대중교통 이용은 정말이지 생각 이상으로 힘들다”라는 어려움을 전했다.

성 소수자 역시 차별의 무법천지에 놓여있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이현수(가명)씨는 “트랜스젠더라는 걸 밝히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법적으로는 남자라고 말하면 사람들 눈초리가 이상해진다. 가족들한테 밝혔더니 정신이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하더라”라고 밝혔다. 

차별 후 대처 방법에는 전체 응답자 중 71.7%가 ‘무대응’이라 답했는데, 그 이유로는 ‘신고해도 차별이 시정되거나 가해자가 처벌받을 것 같지 않아서’가 1위를 차지했다. 

충남차별금지제정연대 장규진 활동가는 “성별, 장애, 나이, 거주지, 신체, 이주민 등에 행해지는 대한민국 사회에 만연한 차별을 멈추기 위해선 개인의 의식 개선과 더불어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하다”라고 밝혔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소통과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장규진 활동가

차별은 명백한 폭력, 차별 없애려면 공감하고 연대해야! 

차별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장 활동가는 “12세 미만 또는 연령대를 정해놓고 아동의 입장을 제한하는 곳이 있다. 이건 엄연히 아동의 이동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겪는 차별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차별금지법은 대한민국의 법률안 및 조례안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부 내용을 정하고 있으나,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2007년 제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이래 일부 기독교 보수성향 단체들이 동성애를 문제 삼으며 반대해 왔다. 지난 6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을 비롯한 10인이 차별금지법을 발의했고, 같은 달 30일 국가인권위원회는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입법을 국회에 권고했다.

장규진 활동가는 “차별은 그동안 우리가 인식을 못 하거나 불편한 것을 참고 넘어갔을 뿐이지 그렇다고 괜찮은 건 절대 아니다. 이해의 부족으로 생긴 차별은 명백한 폭력이다”라고 성토하며 “이를 해소할만한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서로 힘을 합쳐 공감하고 연대하며 세상을 바꿔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차별 사례를 모아 알리고, 더 이상의 차별을 멈추기 위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해 학교 기관 단체에서부터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