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농사일 힘들어도 수다로 힐링하는 초보 농부들”
 “첫 농사일 힘들어도 수다로 힐링하는 초보 농부들”
  • 시민리포터 신영현
  • 승인 2020.09.0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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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밝고 건강한 ‘숨새’ 엄마들의 신나는 텃밭 도전기

‘숨 쉬는 새싹(이하 숨새)’이라는 상큼발랄한 이름처럼 밝고 건강한 젊은 엄마들이 모여 텃밭 농사에 나섰다.

처음 해보는 농사일이 서툴기도 하고 세상 처음 보는 온갖 벌레들에 놀라 기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몇 달간 무더위와 싸우며 다져진 농사 이력이 배어날 만큼 해박해진 농사 지식에 깜짝 놀라게 된다. 

같은 차암동에 살며 아이들이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 친목을 다져온 덕에 올해 초 누군가 천안엔지오센터에서 모집하는 주민동아리 사업을 소개하며 신청을 제안했을 때도 단박에 일심동체로 뜻을 모았다.

그렇게 4월 정식 모임을 만들고 며칠간 사업 내용을 구상하던 중 누군가 아이들과 함께 무농약으로 직접 먹을 농작물 먹거리를 키워보자고 제안해 ‘숨새’라는 멋진 동아리가 탄생하게 된 것.

여름내 풀, 벌레와 싸워도 수확의 기쁨 누려

숨새 회장을 맡은 강현옥씨는 좌충우돌 초보 농부의 경험담을 전한다. 

“농사가 쉽진 않았어요. 동네 인근에 주말농장이 있는 걸 알게 돼 13평의 땅을 정식으로 임대했어요. 씨를 뿌리기엔 늦어진 계절 탓에 함께 시장에 가서 각자가 키워보고 싶은 모종들을 골라 5월에 심었죠. 이때만 해도 앞으로 농장을 키워 3년 후에는 협동조합까지 만들어보자는 원대한 꿈을 키우기도 했지요. 막상 모종을 심고 나니 더운 날씨에 며칠만 물을 안 주면 말라죽거나 뿌리가 썩기 일쑤였어요. 또, 벌레는 얼마나 많은지…. 처음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소풍처럼 시작한 일이었는데. 나중에는 긴 장마에 눈만 뜨면 자라는 풀을 감당할 수 없어 무더위를 피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전 아침 6~7시 새벽같이 만나 밭일을 하게 되었어요.” 

동아리 살림을 맡은 총무 박지선씨까지 합세해 그간의 힘겨웠던 첫 농사와의 사투를 쉴 새 없이 들려준다. 그래도 내내 이들의 얼굴에서 즐거운 웃음이 끊이지 않아 마냥 즐거운 후일담으로만 들렸다. 

박 총무는 “비실대던 모종들이 점차 튼튼하게 자라 비트, 상추, 고추, 호박에 토마토 같은 과일까지 무럭무럭 자라 7가구가 빠짐없이 서로 좋아하는 농작물을 수확할 때 너무 기쁘고 즐거웠다. 특히, 이 텃밭에서 나온 농작물로 아이들과 모여 직접 요리 실습을 하거나 가족 모두가 함께 바비큐 파티를 할 때 그간의 피로가 싹 사라질 만큼 즐겁다”라고 말했다.

왼쪽 박지선 총무, 오른쪽 강현옥 회장

힘든 밭일에도 모두가 즐거웠던 수다로 힐링
 
처음엔 ‘무슨 농사일이냐’며 무관심했던 남편들까지 이제는 당번을 나눠 새벽이나 주말에 번갈아 하는 물주기에 동참할 만큼 인정받게 됐다고 이들은 함박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텃밭 농사의 가장 큰 수확으로 모두가 함께 밭일하며 즐겁게 풀어내는 수다와 서로의 공감이 안겨준 힐링을 꼽았다. 

남편이나 아이들과 나누지 못했던 가사에 대한 스트레스나 육아에 대한 부담도 이곳 텃밭에선 모두가 함께 웃고 공감해주며 쉽게 떨칠 수 있었다고.

인터뷰를 마치고 며칠 전 엄청난 폭우에 큰 피해를 입었을까 걱정하며 함께 텃밭을 찾아갔다. 뜻밖에 아직도 싱싱한 상추와 커다란 호박들이 주렁주렁 달린 모습은 다시 한번 모두를 활짝 웃게 만들어 이 한마디를 던지게 한다. 

“올해 초보 농사 대풍년일세!”

시민리포터 신영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