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히포크라테스 선서 잊지 않았길… 
부디, 히포크라테스 선서 잊지 않았길… 
  • 박희영 기자
  • 승인 2020.09.0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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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있슈(Issue)-협상(2018)

코로나19 장기화와 더불어 의료진 파업으로 나라 안이 어수선하다. 서울대병원과 전북대병원 소속 전공의 다수가 정부 의료 정책에 반대하며 사직서 제출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까지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병원 내 진료와 입원, 수술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며 파업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 되었다. 

파업에 동참한 의료진들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의대 6년을 마친 뒤 1주일에 80시간 이상씩 일하고 있다. 정부는 상의 한마디 없이 의대 정원을 마음대로 늘리고, 공공의료를 빙자해 공공 의대를 설립하겠다는데 이것이 과연 공정한가?”라고 말한다. 또, 누군가는 “밥그릇을 챙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제시한 정책이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라며 열변을 토한다. 

하지만 아무리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고, 본인들의 노력을 치하하는 것에 화가 났다고 해도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불상사를 발생케 하는 작금의 사태는 과연 적절한 행동인지 묻고 싶다. 

의료진 파업이 길어지자 파업에 동참한 병원 명단을 공개하는 홈페이지가 생겨나는가 하면 “동참한 병원은 가지 말자”라며 보이콧을 선언하는 누리꾼들이 늘고 있다. 파업 의료진들은 절박하다며 절규하지만, 어째서 여론은 그들의 파업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 것일까? 쌍용자동차 해직자들의 농성이 장기화했을 땐 많은 이들이 십시일반으로 모금에 참여해 응원과 위로의 말을 전했다. 만약 의료진의 파업에도 그럴듯한 명분과 타당성이 있었다면, 만약 그런 것이었다면 우리 국민은 지금처럼 외면하지 않고 동참했을 것이다, 분명. 

의료진 파업은 이제 멈추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의 외면도 멈출 수 있다. 빈부, 성별, 국적 따위에 상관없이 환자에게 헌신하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더는 부끄럽게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파업에 동참한 의료진들의 말처럼 정부의 처사가 부당하다면, 또 반드시 쟁취해야 할 것이 있다면 영화 ‘협상’에 나오는 협상가 채윤(손예진)처럼 협박이 아닌 협상으로 이 사태를 해결하길.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