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예배가 생명이라고요? 예배는 흩어지기 위해 있습니다”
“대면 예배가 생명이라고요? 예배는 흩어지기 위해 있습니다”
  • 지유석 시민기자
  • 승인 2020.09.0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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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면예배 중단 안내문으로 화제 오른 안서교회 고태진 목사 

"예배드리면 죽인다고 칼이 들어올 때, 목숨을 걸고 예배드리는 것이 신앙입니다. 그러나 예배 모임이 칼이 되어 이웃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면 모이지 않는 것이 신앙입니다." 

지난달 21일 천안시 안서동에 위치한 안서교회 예배당 앞에 붙은 안내문 문구다. 이 교회는 모든 모임을 잠정 연기하고 가정예배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 교회는 신도 150명 규모의 소형 교회로 담임목사인 고태진 목사는 청년부 목회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면 예배 중단을 알린 천안 안서교회 안내문이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 교회 예배당도 방역 지침을 잘 따르고 있었다. 

안서교회가 안내문을 게시한 이 시기, 온 나라는 사랑제일교회 발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불안에 떨었다. 무엇보다 교회와 담임목사가 당국의 방역 지침을 무시하고 대규모 집회를 열어 코로나19를 전국에 퍼지게 한 게 여론의 공분을 샀다. 

급기야 정부는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교회에 대해선 8월 19일 0시를 기해 비대면 예배만을 허용하고 교회가 주관하는 대면 모임과 행사·단체 식사 등을 금지하는 행정조치를 취했다.

그런데도 부산기독교총연합회(부기총), 충남기독교총연합회(충기연) 등 일부 개신교 단체는 예배를 강행했다. 충기연은 8월 22일자 공문에서 "카페와 식당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모든 식당 카페를 문 닫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수의 교회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이유로 전체 교회의 예배를 모이지 말라는 것은 정당성도 없고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며 대면 예배 강행방침을 밝혔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8월 27일 청와대에선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교회총연합 김태영 공동 대표회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홍정 총무,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육순종 총회장, 구세군 대한본영 장만희 사령관, 대한성공회 유낙준 의장주교 등 주요 교단 교단장이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태영 한교총 공동 대표회장은 "어떤 이들에게는 취미일지 모르지만, 신앙을 생명같이 여기는 이들에게는 종교의 자유는 목숨과 바꿀 수 없는 가치", "정부 관계자들께서 교회와 사찰 성당 같은 종교단체를 영업장이나 사업장 취급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종교인"이라며 정부의 대면 예배 금지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교회의 이 같은 태도에 여론은 공분했다. 마침 이때, 안서교회 안내문을 찍은 인증샷이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에 올라와 빠르게 퍼졌다. 교회의 ‘역주행’에 분노한 네티즌들은 안내문 인증샷을 공유하며 이 교회에 찬사를 보냈다. 

대면 예배 중단을 알린 천안 안서교회 안내문이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세상의 질타, 교회는 겸허히 수용해야 

기자는 1일 오후 이 교회를 찾았다. 고태진 담임목사는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고 목사는 안내문이 이렇게 큰 파장을 미칠지 몰랐다며 겸손해했다. 

"코로나19가 급속 확산하던 지난 2월에도 우리 교회는 똑같이 안내문을 붙이고 대면 예배를 중단했다. 다른 이유는 없다. 예배의 본질은 하나님과 이웃에 사랑을 선포하는 것이다. 그리고 외줄 타기나 외발자전거가 아닌, 양발 자전거처럼 움직이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모두가 고 목사에 찬사를 보내는 건 아니다.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없지 않았다고 고 목사는 털어놓았다. 

"문자 메시지 등 여러 경로를 통해 협박성 메시지가 오곤 한다. 회개하라, 혹은 어렵게 대면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물타기 한다며 비난하는 메시지 일색이다. 교회가 참 말을 안 듣는다. 대면 예배를 고집하는 이들은 예배가 생명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모이면 (코로나19에) 확진되고, 전파된다. 감염병의 온상이 된다면 예배를 하지 말아야 한다. 이웃들의 생명은 무엇이란 말인가?"

인터뷰를 마치면서 고 목사는 정부의 방역지침에 충실히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예배의 목적과 방법이 뒤바뀌었다며, 교회가 세상의 질타를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목사의 말이다. 

"일부에선 예배가 생명이라고 주장하지만, 목적과 방법이 뒤바뀌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원래 예배는 흩어지기 위해 모인다. 흩어지기 위해 존재하는 게 예배라는 말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코로나19로 어렵고 힘들어한다. 이 시기 그리스도인은 흩어져 우는 자들과 함께 울고 아파해야 한다. 모여야만 구원을 확신할 수 있다면 그 교회는 문을 닫아야 한다. 

또 하나 지금 세상은 교회를 혐오하는 수준이다. 그만큼 반감이 강하다는 말이다. 교회는 이 같은 질타를 달게 받아야 한다. 교회가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고 교리만을 앞세워 고집불통이 된 것에 대해 성찰하고 회개해야 한다. 성경의 언어를 빌어서 말하면, 세상의 돌들이 외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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