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흥하고 망하고 정확한 데이터에 달렸다”
“식당, 흥하고 망하고 정확한 데이터에 달렸다”
  • 노준희 기자
  • 승인 2020.08.06 12: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 위기 극복하는 식당 성공비법 발간한 박노진 ‘마실’ 대표

 비용관리, 대표상품 개발 등 데이터 기반 운영 노하우 전수…컨설팅만 100여 곳 


천안 서북구 쌍용동엔 천안 사람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유명한 식당이 있다. 식당 면적만 한 주차장을 3곳이나 갖췄을 정도로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곳은 바로 한국 최초 퓨전한정식전문점 ‘숟가락반상 마실’이다. 

누가 봐도 잘 되는 식당으로 보이는 마실. 그러나 박노진 마실 대표도 마실을 운영하기 전 크나큰 실패를 경험했다. 청수동에서 2500여 평의 고깃집을 운영했으나 소위 폭망했다. 

“그땐 왜 망했는지 몰랐어요. 이유는 모르겠고 화만 났어요. 그러다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구본형 선생을 만나 글쓰기를 하면서부터 정리가 되기 시작했죠. 그렇게 2년 정도 지나니 응어리가 풀리면서 어떻게 하면 망하지 않겠는지 알게 됐고 2005년부터 마실을 운영하며 책을 쓰기 시작했어요.”

<박노진의 식당공부>에 담긴 키워드 

그동안 박노진 대표가 낸 책은 5권. 모두 식당 운영에 도움을 주기 위해 썼다. 2007년 마실 운영 경험을 살려 <음식보다 마음을 팔아라>라는 책을 처음 냈다. 2010년 <공부하는 식당만이 살아남는다>는 1만 부 이상 판매됐으며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13년 <식당공신>과 2016년 <성공하는 식당에는 이유가 있다>는 현장전문가와 학문전문가와 공저한 책이다. 

그리고 이번에 낸 책이 <박노진의 식당공부>인데 교보문고에서 전자책을 내자는 제안까지 받았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추천사에서 “박노진 같은 사람을 곁에 두면 지옥 같은 한국 외식업계에서 조그만 승리를 얻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노진 대표가 이번 책에 담고 싶었던 건 ‘데이터’. 데이터는 수치를 확실히 보여줌으로써 부족한 것과 지나친 것을 한눈에 알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또 그는 근거를 찾고 싶었다. 비슷한 외식업이어도 어느 식당은 되고 어느 식당은 왜 안되는지 3C분석은 물론 적용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기록하고 분석했다. 수치로 보여주는 결과는 정확하다. 또 어떤 것을 추구해야 할지 길을 알려준다. 

“실상은 내가 적자인지 아닌지조차 모르고 장사하는 분들이 많아요. 내가 어느 수준인지 아는 게 중요해요. 소비자에게 나의 식당이 어떻게 인식됐는지, 가게를 대표하는 상품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없다면 데이터 기반으로 철저히 준비해야 손익프레임을 관리할 수 있어요.” 

이번 저서에서 그는 매출의 황금비율을 찾는 법, 고객 단가 증가 전략, 비용관리와 식당 메뉴 재발견, 뒤로 밑지는 장사에서 벗어나는 법 등 간과하기 쉬우나 매우 중요한 것들을 수치와 자료로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마실이 선택한 코로나 시대 대비 전략  

코로나19는 마실에게도 위기로 다가왔다. 특히 한정식 업종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마실은 여성과 가족 단위로 많이 오는 식당이에요. 코로나19로 힘들어진 사람들은 술집은 찾아도 한정식집은 잘 찾지 않아요.” 

박 대표는 매출 폭락이 지속하자 월요일 휴무를 없애고 돌아가며 일하는 것으로 대신했으며 하반기 경기도 지금과 같을 거라고 생각해 메뉴를 재구성하고 가격을 낮췄다. 또한 틈새 공략을 시도했다. 도시락상품을 개발한 것이다. 마실의 깔끔하고 맛깔스러운 음식을 정갈하게 담은 도시락은 마실 음식을 먹고 싶어도 식당에 나오기 여의치 않은 사람들이나 고급스러운 도시락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효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비대면 시대에 발맞춰 온라인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박 대표가 시도한 스마트스토어 ‘미미상회’는 100% 우리쌀로 만든 면으로 제조한 냉면류를 판매한다. 육수도 조미료로 맛을 낸 게 아닌 원료 그대로를 첨가해 맛을 냈다. 이 시도는 와디즈 펀딩에서 목표금액을 4000% 이상 달성하며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돕는 솔루션 담은 박노진의 책과 컨설팅 

그는 자신의 식당 위기대책을 꾸릴 뿐만 아니라 컨설팅과 강의를 지속하며 식당 운영의 노하우가 필요한 이들에게 비법을 전수하고 있다. 박 대표의 컨설팅을 받은 식당만 100여 곳. 그의 컨설팅은 의욕으로 시작한 식당 창업 새내기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고 운영에 자신을 잃은 식당 사장들에게는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 세심하게 알려주었다. 

그래서일까. 박노진 대표가 지난달 28일(화) 오후 7시 불당동 ‘가문비나무 아래’ 책방에서 출판 기념 강연을 열었을 때 그를 아는 많은 사람이 좌석을 메웠으며 그에게서 컨설팅받은 식당 대표들도 먼길을 마다 않고 달려와 축하해주었다. 그들은 말만 하지 않고 방법을 알려준 사람, 지금까지 지속해서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박노진을 표현했다. 

불당동 카페거리에서 ‘바닷가에서’를 운영하는 서일목 대표는 “내가 고집 피워 해물을 하겠다고 했는데 갈비를 넣은 메뉴를 제안해줬고 확실히 박노진 대표가 제안한 메뉴들이 잘 나간다. 1월 초에 오픈해 코로나19로 많이 힘들었는데 가성비까지 좋아서인지 지금은 매출이 많이 회복됐다”며 박 대표에게 감사를 전했다. 

또한 박 대표는 2008년경부터 ‘마실 해피데이’를 통해 매월 지역의 어려운 단체에 당일 매출의 절반을 기부해왔다. 원치 않게 중단한 적도 있지만 지난해 다시 시작했고 당일 매출의 수익 전체를 기부하는 것으로 패턴을 바꿨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다시 멈춰야 했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외식업 종사자들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살아날 방법을 찾아낼 생각이다. 
“외식업 종사자들이 제 책을 읽고 힘을 얻었다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도 적용 가능한 실천전략이 그 안에 들어있어요. 코로나 시대에도 살아남는 방법을 꼭 잡으셔서 손해 보지 않고 다 같이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