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고 방관하는 우리는 모두 공범!
침묵하고 방관하는 우리는 모두 공범!
  • 박희영 기자
  • 승인 2020.07.1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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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있슈(Issue) - 섬, 사라진 사람들(2016)

2014년 전남 신안군 한 염전에서 장애인 2명이 임금체불과 감금으로 혹사당하다 구출된 사건으로 세간이 떠들썩했었다.

구출된 장애인 중 한 명인 K씨가 인근 파출소로 가지 않고 우체국으로 가 미리 써둔 편지를 보낸 덕분에 이들은 구출될 수 있었다. 왜 파출소가 아닌 우체국으로 간 것일까? 순경들도 한패였기 때문이다. 또 동네 주민들도 이 둘에게 가해지는 가혹 행위를 몰랐을 리 없다. 이들이 구출된 그 섬마을은 누구네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 알고 지낼 정도로 작은 동네이기 때문이다. 알면서도 방관한 것이다. 

며칠 전 이와 비슷한 일이 또 발생했다. 지적장애인 A씨는 잘 보살펴 주겠다는 이웃 주민을 따라 무려 19년 동안 양식장에서 일했지만 돌아오는 건 폭언과 폭행뿐이었다.

통영의 한 양식장에서 일을 시작한 A씨는 화장실도 없는 좁은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며, 매일 새벽 배를 타고 양식장에 나갔다. 하지만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업주는 A씨가 받는 장애인 수당도 가로챈 것으로 전해졌다.

‘섬, 사라진 사람들’은 2014년 있었던 염전 노예 사건을 모티브 삼은 작품이다. 영화는 사건을 제보받은 2명의 기자가 한 섬마을에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다큐멘터리 촬영으로 위장해 섬사람들에게 접근해보지만, 주민들은 쉽게 입을 열지 않는다. 취재 도중 섬에서 일어난 집단 살인 사건에 얽힌 혜리(박효주)는 혼수상태에 빠지고, 염전주인과 아들, 인부 상호(배성우)는 행방불명이다. 과연, 그 작은 섬마을에선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어쩌면 지금도 어디에선가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직접 가해를 하거나 피해를 준 게 아니라도, 침묵하고 방관한다면 우리 역시 공범 아닐까.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