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에 둥지 튼 ‘충남폭력피해이주여성 상담소’
천안에 둥지 튼 ‘충남폭력피해이주여성 상담소’
  • 박희영 기자
  • 승인 2020.07.08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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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에 상담·의료·법률 등 복지서비스 제공

지난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베트남 여성 피해 사건이 있었다. 2019년 7월 남편 A씨(당시 36세)가 부인 B씨(당시 30세)를 폭행하는 영상이 SNS를 통해 퍼지자 이를 본 누리꾼들은 분노를 참지 못했고 급기야 전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이르렀다.

2018년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국내에 거주하다 이혼하거나 별거 상태에 놓은 외국인 여성 가운데 10.2%는 학대와 폭력 때문이라고 답했다.

수면 위로 드러난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 이주여성의 피해 상황은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고,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 충남폭력피해이주여성 상담소 김정아 소장의 설명이다. 

이주여성 피해, 사회 곳곳에서 발생 

김 소장은 이주여성 보호 쉼터에서 만났던 한 여성을 떠올리며 “남편의 정신병력을 모른 채 결혼해 살다 나중에야 그걸 알게 됐다. 치료를 위해 남편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에서 시부모와 갈등이 심해져 결국엔 가정폭력으로까지 사태가 발전했다”라면서 “당시 상해를 가한 남편의 형은 여자분의 목을 묶어 나무에 매달기까지 했는데 겨우 벌금형으로 사건이 종결됐다”라고 성토했다.

피해는 가정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한국으로 공부하러 온 유학생이 사실혼 관계에서 임신했으나 책임을 회피하는 남성들로 인한 피해가 있는가 하면, 일손이 부족한 농촌이나 생산직에 근무하는 이주여성을 상대로 한 성폭행 피해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동남아 마사지 업소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한국으로 유입돼 성매매에 종사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대학생 수가 줄면서 각 대학에서 유학생들을 많이 받고 있는데, 이런 유학생 중 비자 만료 후 불법으로 남아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경우가 있다. 고용주는 이점을 악용해 인력을 싸게 쓰고, 이주여성은 한국에 남기 위해 하라는 대로 한다. 이러니 상황은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피해자 중심의 사회복지서비스 지원할 것 

지난 6월 18일(목) 충남상담소가 개소식을 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상담소는 전국에서 여섯 번째로 충남에 설치됐다. 

사회복지법인 세종충남가톨릭사회복지회가 운영하는 상담소에는 중국어 베트남어 등 통·번역이 가능한 지원 활동가 20여 명이 배치돼 있으며, 이주여성이 겪는 가정폭력, 성폭력, 부부갈등, 여러 폭력과 피해 상황에 대해 전문적인 상담과 통·번역, 의료·법률 등의 서비스를 지원한다.

충남도 내 유일 폭력피해 이주여성 상담소인 만큼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충남 이주여성 실태조사, 연구정책제안 캠페인, 피해 이주여성의 사후관리와 더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 강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김 소장은 “이주여성들이 서비스받고 혜택받는 수혜자로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볼 때 지역사회 리더로 성장하길 바란다. 스스로 역량개발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펼칠 계획”이라고 전했다. 

충남상담소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 해바라기센터 등 관련 시설과 지역 연계를 구축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피해자 중심의 사회복지서비스가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서로 돕고 연대하며 성장하는 시대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에도 복지 사각지대가 넘쳐나는데 외국에서 온 이주여성들한테까지 예산을 쏟아부어야 하느냐”하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다. 

충남상담소 김정아 소장은 “이주여성들의 피해 사례는 계속해서 양산되고 있다. 이는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이주여성들이 많다는 얘기다. 이주여성에 대한 지원은 내국인 여성과 다르다. 우선 말이 안 통하니 전문 통·번역가가 있어야 하고, 체류나 법적인 부분까지 더해져 일반 상담과는 다르게 진행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리고는 “어느 한쪽에 퍼붓는다고 해서 그쪽이 완벽해지지 않는다. 함께 살고 있으니 같이 나가는 게 맞는다고 본다. 그리고 지금은 서로 도움받고 연대하면서 성장하는 시대다”라고 덧붙였다.

폭력피해 이주여성을 찾아가는 충남상담소에선 현장상담, 사례관리와 더불어 폭력피해 이주여성 보호시설인 쉼터나 그룹홈과 연계해 안전한 보호부터 상담, 치료회복, 자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진행한다. 그 밖에도 가정폭력으로 인해 정상적인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이 어렵거나 긴급 보호가 있어야 하는 폭력피해 이주여성에게 숙식 지원, 임시 보호 등 이주여성의 한국생활 적응과 인권 보호에 관한 상담을 제공한다. 법률지원단과 의료지원단도 운영한다.

이주여성과 관련한 폭력이나 피해는 경찰서(112)나 충남폭력피해이주여성 상담소(041-566-1366)로 연락하면 도움받을 수 있다.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