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빵집에서 열리는 멋진 전시회, 늘 만날 수 있어 좋아요”
“동네빵집에서 열리는 멋진 전시회, 늘 만날 수 있어 좋아요”
  • 노준희 기자
  • 승인 2020.07.02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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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없이 갔다가 만족스러운 그림 만나는 ‘쁘띠빠리’


‘쁘띠빠리’는 백석동 동네 한 모퉁이에 있는, 우리밀과 유기농 밀로 빵을 만드는 동네빵집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공간 전체를 전시를 위한 갤러리로 기획한 데다 전액 무료로 공간을 대여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무료 대여라고 해도 보통의 갤러리에서는 그림이 팔리면 갤러리와 작가가 정한 비율대로 나눈다. 하지만 쁘띠빠리는 그림이 팔려도 전혀 이익을 취하지 않고 전액 그대로 작가에게 온전히 돌아가게 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들에게 기존 관행과 다른 동네빵집의 계산 없는 선행은 고마움을 넘어 크나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좋은 그림 보러 오는 주민들 많아 제가 더 좋아요” 

쁘띠빠리는 김혜진 대표가 동네빵집이라고 불리길 원하는 것에 비하면 꽤 넓은 공간이다. 그런데도 2층 테라스까지 이어진 넓은 공간 곳곳에 그림을 걸 수 있게 레일을 설치했다. 

“아버지가 그림을 좋아해 그리고 계셔서 아버지 그림을 걸어드리고 싶었어요. 도와주신 정상숙 작가님까지 두 분 그림만 전시했었다가 정 작가님이 지역에 훌륭한 역량을 가진 작가들이 전시공간이 없는 부분을 말씀해주셔서 이렇게 지역 작가님들의 그림을 걸게 되었지요.”

공간을 선뜻 내어주고도 김 대표는 작가들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좋은 그림이 걸려 있어 사람들이 오가며 관람하고 좋아해 주어 제가 더 좋다”고 화답했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한해숙 작가도 쁘띠빠리 공간에 꽤 만족했다. 
“동네빵집이라고 해서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 밖으로 조명과 레일이 갖춰져 있고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고 다양한 연령대에 노출이 많아서 전시공간으로 안성맞춤이었어요.”

갤러리는 일부러 찾아가야 그림을 볼 수 있다면 빵집은 실생활에 필요한 빵을 사러 가서는 자연스럽게 그림을 감상하게 된다. 쁘띠빠리는 생활 속 예술의 즐거움을 주민들에게 선사하고 있었다. 

 

8세 아이의 마음에도 쏙 든 그림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발견하는 일은 매우 만족스럽다. 전시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 일은 실제 일어났다. 엄마랑 빵 사러 온 8세 아이가 한 작가의 작품에 그만 마음을 빼앗기고 만 것. 아이는 엄마에게 그림이 좋다며 사달라고 말했고 엄마는 흔쾌히 아이가 원하는 그림, ‘엄마의 낮잠’을 샀다. 

한 작가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판매금액을 낮추긴 했는데 아이가 제 그림을 사달라고 할 정도로 마음에 들어 할진 몰랐다. 그림을 사주신 엄마와 제 그림을 알아본 아이에게 정말 고맙고 매우 흐뭇하다”며 기쁜 마음을 나타냈다. 

2층 테라스

쁘띠빠리에서 전시 기획을 맡은 정상숙 작가는 천안에서 어반 스케치 강사로 일찍부터 활동해왔다. 특히 발달장애인 그림 모임 ‘그리다방 네모’에서 오래도록 재능기부로 그림을 가르치며 발달장애인들도 예술에 참여하고 작품활동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 인물이다. 

정 작가는 “지역에는 역량 있는 숨은 작가들이 많다. 쁘띠빠리 김혜진 대표님 덕분에 그런 작가들이 전시할 공간이 생겨 저도 작가들도 매우 기쁘고 고맙다. 김 대표는 그리다방 네모에 매주 1회, 아침 일찍 신선한 빵을 구워 4년째 정기 후원하고 있는 고마운 분인데도 자신을 선행을 알리지 않았다. 이 자리를 빌려 한 번 더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쁘띠빠리에서 전시할 작가들 라인업은 이미 약 1년 치가 확정돼있다. 그 첫 번째 전시로 한해숙 작가의 작품을 8월 31일(월)까지 전시한다. 한 작가는 일상의 단상들을 사랑스럽고 독특한 매력을 풍기는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주로 해왔다. 2012년에는 ‘단상고양이’라는 캐릭터를 등록했으며 최근엔 동명의 책을 발간할 정도로 그는 단상고양이에 애정을 품고 있으며 이번이 10번째 개인전이다.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