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진의 절묘한 만남, ‘디카시’
시와 사진의 절묘한 만남, ‘디카시’
  • 노준희 기자
  • 승인 2020.06.29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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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영상의 새로운 컬래버레이션, 현대인의 문화 향유방식으로 떠오르다 

‘디카시’, 낯선 단어로 보이는 이 용어가 우리나라 문학에 새로운 장르를 펼치고 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디카시는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영상을 포착하여 찍은 사진과 함께 문자로 표현한 시’라고 되어있다. 또한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학 장르로 언어예술이라는 기존 시의 범주를 확장하여 영상과 문자를 하나의 텍스트로 결합한 멀티 언어예술’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디카시를 소개하고 확산해온 인물은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인 이상옥 전 교수다. 그는 2004년부터 디카시를 사람들에게 알려왔다. SNS를 활용하는 시대적 추이와 잘 맞은 디카시는 경남 고성을 중심으로 지역문예운동으로 확산했으며 2016년에는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 ‘다카시’라는 용어가 문학용어로 등재되었고 2018년부터는 중고등 국어 교과서에 디카시가 수록되기 시작했다. 

이상옥 대표는 “디카시는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영감을 받아 다섯 줄 이내로 짤막하게 써서 SNS를 통해 바로 소통하는 장르”라며 “순간 포착한 장면을 순간 언술(言述)해 순간 소통하는 극순간 멀티언어예술로 누구나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생활 속에서 실현하는 생활문학”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디카시에 천안의 시인들이 최근 유의미한 결과들을 보여주었다. 현대인의 문학 감성 코드, 디카시 영역에서 이정록 시인과 김미희 작가의 눈길 끄는 성과들을 전한다. 

<당신이 오신다기에 - 이정록>

저는 둥근 방을 좋아하지만
아이들까지 온다기에 꾸며봤어요.
우리 사랑, 더 샆.

이정록 시인, 국제디카시페스티벌 제6회 디카시 작품상 선정 

이정록 시인은 천안을 대표하는 시인 중 한 명으로 윤동주문학대상 김수영문학상 등 이미 유수의 문학상을 두루 수상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보란 듯이 지난달 열린 ‘2020년 제13회 경남 고성 국제디카시페스티벌 제6회 디카시 작품상’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수상했다. 

그가 출품한 작품명은 <당신이 오신다기에>. 사진을 들여다보며 시를 읽으면 가슴에 확 퍼지는 감동과 감사가 느껴지는 시다. 그는 수상소감에서 “태초에 빛이 생긴 까닭은 들키고 싶어서다. 디지털카메라도, 시도, 영원의 두께를 순간 포착하는 예술이다. 비의(秘義)를 일순에 낚아챈다는 면에서 둘 다 빛의 종족”이라며 디카시의 매력을 표현했다.

제6회 디카시작품상 시상식은 7월 11일(토) 오전 10시 경남 고성 마암면 장산숲에서 열리며 작품상 수상자에겐 상금 300만원을 시상한다. 제3회 중국 대학생 디카시 공모전 시상식 등도 함께 열리며 약 한 달 정도 수상작 야외전시도 진행한다. 

김미희 작가, <폰카 - 시가 되다> 출간 

200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로 등단한 김미희 작가가 최근 <폰카 - 시가 되다>라는 새 시집을 출간했다. 김 작가의 새 시집에는 일상의 순간을 담은 사진과 어우러지는 간결하고 짧은 시와 함께 그 시를 적게 된 배경이나 이해를 돕는 그 날의 풍경을 함께 수록했다. 디카시 영역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도 친근함과 잔잔한 감동이 쑤욱 다가오는 사랑스러운 언어의 꾸러미다. 

<감 씨 숟가락 - 김미희>

감이 감춰둔 숟가락 싹
숟가락 싹이 피어
숟가락을 낳고
또 숟가락을 낳으며
나누는 법을 가르치지요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지요

작가는 “폰카라고 이름한 건 디카시 하시는 분들이 능력이 출중하셔서 비견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좀 더 친근하게 손안의 폰으로 할 수 있다는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 거 같아서”라고 말했다. 

김미희 작가는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천안 쌍용도서관 상주 작가로 선정돼 아동문학의 매력을 전하며 성인을 위한 ‘동시 감상 & 창작반’을 운영하는 등 문학 큐레이터로서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해녀의 명품백 - 김미희>

해녀가 일터에 메고 가는 가방
사선(死線)에서 얻은 열매를 넣는 곳
생명을 살게 하는 곳간
구멍이 숭숭 난 명품 가방

또한 이번에 쌍용도서관에서 ‘폰카로 시 쓰기’라는 실시간 온라인 강의를 개설한다. 줌(ZOOM)을 이용한 쌍방향 영상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글 쓰는 이야기를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전화신청만 받고 있으며 성인 10명을 선착순 모집한다. 7월 2일부터 시작하며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12시 9월 3일까지 10회 진행한다. 

문의 : 쌍용도서관 041-521-3876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