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반대냐 찬성이냐, 주민들 손에 달린 일봉산의 운명!
개발 반대냐 찬성이냐, 주민들 손에 달린 일봉산의 운명!
  • 박희영 기자
  • 승인 2020.06.1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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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봉산 주민투표, 참여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일봉 도시공원 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 주민투표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일봉산 지키기 주민대책 위원회(이하 대책위)’에선 자연환경·문화재 보존과 더불어 인근 주민들의 행복권·생활권·주거권 침해를 우려하며 개발을 반대하고 있다. 반면, ‘일봉산 민간공원 특례사업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에선 그동안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며, 일봉산 개발이 공원을 지킬 기회라는 입장이다. 

대책위에선 지난 2년간 시민문화제, 1인 시위, 고공 단식농성 등을 펼치며 개발 반대를 주장했고, 일부 토지주와 개발을 찬성하는 추진위에선 일봉산 초입을 현수막으로 봉쇄하는 등 입장을 굽히지 않고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추진해왔다. 천안시 역시 행정절차와 재정적 여건을 이유로 일봉산 매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번복할 뿐 어떤 합의점도 도출해내지 못했다.

이에 박상돈 천안시장은 5월 25일(월) 일봉산 개발 관련 주민투표실시에 대해 직권상정을 발의, 지난 3일(수) 천안시의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가결돼 전국최초로 민간공원 특례사업 주민투표가 진행된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찬성 그리고 반대 

일봉산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한 주민은 “산이 공원으로 묶여 있어 어떠한 활동도 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그간 재산세는 꼬박꼬박 냈는데 작은 집도 못 짓고 있다”라고 강하게 성토한다.

또 추진위는 기자회견을 열어 “박상돈 천안시장의 주민투표 직권상정 발의는 시장의 역할을 포기한 직무유기”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이어 “행정은 종종 이해관계의 충돌을 불러온다. 이를 조정하는 것이 시장의 역할”이라며 “50년 넘게 재산권 행사를 못 하고 있던 토지주에게 어떠한 협의나 설득작업도 없었다.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막대한 손해가 예상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 책임은 천안시의 재정으로 부담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주민투표를 앞두고 개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대책위 심학수 위원장은 “일봉산 개발은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니라 민과 관의 갈등이다. 토지주는 산을 아파트로 개발하든 공원으로 남겨놓든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시에서 공시지가로 산을 매입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감정평가 금액이 나와 있으니 그 금액으로 시에서 매입하는 것도 한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개발을 반대하는 대책위에선 선거운동을 통해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반면, 개발을 찬성하는 추진위는 투표 불참이 일봉산을 지키는 방법이라며 투표 불참을 권하고 있다. 찬반 양측은 18일(목)~19일(금) 이틀에 걸쳐 선관위 개최로 열리는 토론회에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토론회는 SK브로드밴드 중부방송과 KBS를 통해 중계된다. 

 

문화적 자연적 보존가치 뛰어난 도심의 허파 

일봉산은 도심 허파 역할뿐 아니라 산책로이자 쉼터로 지역주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일봉산 내에 있는 조선 시대 실학자 홍양호 선생의 묘는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13호로 보존가치가 뛰어나다. 

11일(목)엔 일봉산 일대에서 멸종위기 2급 맹꽁이 소리가 관찰됐다. 서식 여부를 확인해보니 같은 날 저녁 맹꽁이 암컷 한 마리를 시작으로 총 4마리의 맹꽁이와 맹꽁이가 서식하는 굴을 발견했다. 맹꽁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장소도 3곳을 확인했다. 청음 개체 수는 10마리 정도였다.

이에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과 양서류 전문가인 와일드라이프컨설팅 김대호 연구원은 “짧은 시간 조사로 여러 맹꽁이 무리를 확인한 것은 이 지역에 많은 맹꽁이 개체군이 살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따라서 일봉산 일대에 대한 멸종위기 2급 맹꽁이의 정밀조사가 필요하다”라며 “개체군 규모가 확인되면 보호 방안이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천안에서 도시공원 일몰제를 앞둔 공원은 일봉·청룡·노태·청수·백석공원 5곳이다. 이중 일봉산과 노태산 2곳이 민간공원 특례사업 추진 대상이며, 나머지 3곳은 자연해제 될 것으로 보인다. 민간공원 조성사업은 관련 법률에 따라 민간사업자가 공원 전체를 매입해 70% 이상은 공원시설, 30% 미만은 비공원 시설을 조성할 수 있다.

주민투표에 투표인 수 33% 이상 참여해야 개표 

일봉 도시공원 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 주민투표는 26일(금) 오전 6시~오후 8시 진행된다. 21일(일)~22일(월)에는 오전 6시~오후 6시 사전투표가 치러진다. 

이번 주민투표 투표인 수는 13만496명이다. 시에 따르면 주민투표 실시구역인 동남구 지역(중앙동, 봉명동, 일봉동, 신방동, 청룡동) 11만8245명, 서북구 지역(쌍용1동) 1만2251명으로 등재됐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영주의 체류자격을 취득한 외국인 투표인 수는 376명이다. 

투표권이 있는 유권자라도 투표인명부에 등재되지 않으면 투표할 수 없다. 투표인명부는 주민투표 실시구역인 6개 동 19세 이상 주민투표권자라면 누구든지 거주지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거나 시청 누리집(홈페이지)에서 열람하면 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일봉산의 운명이 결정지어질 주민투표가 며칠 남지 않았다. 투표 장소는 각 행정동 주민자치센터다. 주민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해야 하고, 유효투표 과반수 득표해야 결과가 확정된다. 3분의 1 미만 투표 시에는 개표하지 않는다.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