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운명이라 말해도 좋을 우연이 맺어준 인연
감히 운명이라 말해도 좋을 우연이 맺어준 인연
  • 박희영 기자
  • 승인 2020.05.21 2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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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수·이선명’, 이 부부가 사는 법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인연은 인도 바라나시에서 시작됐다. 첫 만남은 평범했다. 여행지에서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이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만날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고, 이름도 모른 채 인파에 휩쓸려 헤어졌던 둘은 재회한다.
 
전직 디자이너 김택수(48)와 전직 고등학교 교사 이선명(44), 두 사람이 들려주는 부부 이야기 지금 시작한다.
 
 
결혼 10차 부부, 김택수&이선명

#운명적 #결혼 10년 #하트 뿅뿅 

이들을 보고 있자니 결혼 10년 차라는 세월이 무색할 정도다. 눈에선 하트가 쏟아져나오고, 어찌나 사이가 좋은지 고소한 냄새 진동이다.

바라나시에서 보트 체험 후 별다른 기약 없이 헤어진 이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천안역 근처 인도 음식 전문점에서 만나 여행 당시 찍은 사진을 보며 이야기 나누다 보니 어색함은 잠시. 이때부터 ‘이런 게 운명 아닐까?’라는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고.

부인이 볼 때 남편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화려하거나 언변이 뛰어나진 않지만 사고가 깊고 통찰력이 뛰어나다.

“그때 오빠가 앨범을 들고 나왔는데, 내가 찍은 무미건조한 사진과 달리 남루한 인도 풍경에서 생명력이 느껴졌어요. 또,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따뜻한 시선이 좋았어요.”

전자제품 디자이너로 서울에서 생활하다 천안으로 내려와 휴식기를 보내고 있던 택수씨에게 선명씨는 설렘 그 자체였다.

“지적인 여자를 좋아했어요(큰 웃음). 농담이고, 나와 다른 삶을 산 그녀의 삶이 좋았지요.”

본인과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온 것이 존경스러웠고, 무엇을 해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였다. 평소 찾아 헤매던 지적인 매력까지 겸비한 이성이었으니 자석처럼 끌릴 수밖에.
 
 

내 생각 강요는 No, 상대방 마음 헤아리기 Yes 

둘은 부부이자 카페 ‘오월의 숲’을 함께 운영하는 사업 동반자기도 하다. 2011년 안서동에 본점 오픈, 2017년 성정동 공장점 문을 열며 (주)메이포레스트를 창립했다.

거의 모든 일정을 함께하는 부부에게 경의의 눈빛으로 물었다. 공사 구분 없는 생활이 불편하진 않은지.

그러자 “불편한 건 잘 모르겠다. 집에서도 일 얘기를 하니까 직장과 가정의 경계가 모호하긴 하다. 오래 살다 보면 부부간에 할 말이 없기도 하다는데, 오히려 같이 일하니까 공통의 주제로 대화가 더욱 풍부해진다”라고 입 모아 말했다.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면 마찰이 생기기 마련인데, 둘은 다투는 일도 거의 없다.

“웬만해선 안 싸우는 편이에요. 싸웠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결국엔 마음이 상해서였죠. 한쪽의 생각을 관철하는 건 부부관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요. 부부로 행복하게 살려면 싸움에서 이기고 지는 것보다 서로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해요.”
 
 

늘 지금처럼, 언제나 행복한 부부이길… 

택수씨는 본인뿐 아니라 선명씨 역시 집안일에 연연하지 않길 바란다. 어린 시절 3남매를 뒷바라지하느라 자신의 인생을 즐기지 못한 어머니를 보면서 대한민국에서 여성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 알았기에 부인만큼은 청소, 빨래, 요리 따위로부터 자유롭길 꿈꿨다.

“여자 남자를 떠나 부인이 이런 일 하는 걸 원치 않아요. 한국 사회에 아직 가부장적인 관습이 남아있지만, 우리끼리는 그런 걸 따지고 싶지 않아요. 나와 동등하게. 난 이런 게 부부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지금도 신혼처럼 살 수 있는지 궁금해하니 서로에게 공을 돌린다. 그러면서 선명씨는 특히 남편의 힘이 훨씬 크다며 칭찬 일색이다.

“오빠는 여전히 다정하고 따뜻해요.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엔 반드시 상의하죠 의견이 다를 때 서로 생각을 주고받으며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의견을 존중하게 돼요.”

최대한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싶은 둘은 취미 생활도 같이한다. 부인 선명씨는 남편 택수씨가 좋아하는 스쿠버 다이빙을 함께 하기 위해 기꺼이 물 공포증을 극복하고 자격증을 취득했다.

남편은 부인에게 “하고 싶을 것을 하라” 하고, 부인은 “남편이 원하는 것이라면 노력해본다”라고 말한다. 결혼 10년 차에도 깨를 볶는 닭살 부부여! 부디 10년이 아니라 30년, 50년 후에도 영원히 행복하길.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
 
 
짧게는 2년 길게는 10년을 함께하고 있는 오월의 숲 가족들과 함께

좋은 커피의 새로운 기준 ‘오월의 숲’

카페 ‘오월의 숲’에 가면 이곳만의 시그니처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이름하여 ‘어느 멋진 날’ ‘셸 위 댄스’ ‘다크 나이트’. 산지가 다른 특징의 커피를 섞어 블렌딩 한 것인데, 블렌드가 나타내는 맛을 영화 이미지와 매치해 어울리는 이름을 찾은 것이다. 또, 전 세계 산지에서 공수해 온 커피콩을 직접 볶아 사용해 신선한 원두의 풍미를 느끼기에 제격이다.
 
(주)메이포레스트 이선명 대표는 어느 멋진 날에 대해 “영화를 보면 일상이 꼬여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다. 운이 없는 것 같지만 나중에 큰 행운이 다가온다”라며 “이 커피엔 익숙한 단맛에 산미를 가미했다. 마시고 기분이 좋아져 하루가 바뀌길 바라며 지은 이름이다”라고 설명했다.

원두 정기배송 서비스인 ‘가가호호(家家戶戶)’를 이용하면 집이나 회사에서 원두, 드립백, 티백을 받아볼 수 있다. 이외 원두 구매, 창업 멘토링, 홈바리스타 세미나 등도 진행한다. 기타 궁금한 점은 홈페이지(www.mayforest.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위치 : 천안시 서북구 세관길 78 (공장점), 천안시 동남구 각원사길 167 (본점)
문의 : 041-571-1003
 
생커피콩 공수를 위해 커피 산지에 방문한 이선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