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예방하는 아홉 가지 방법
치매를 예방하는 아홉 가지 방법
  • 권준우
  • 승인 2020.05.20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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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우 천안 두신경과의원 원장 & 네이버 지식iN 건강·의학 위촉상담의

“어떻게 해야 치매를 예방할 수 있나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도대체 어디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일단 ‘치매’라는 것이 참 모호하다. 치매란 ‘뇌 기능의 기질적 손상 결과 지적 능력이 감퇴하거나 소실되어 사회적 또는 직업적 기능장애를 가져오는 질환’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 한 가지 첨언할 것이 있다. 바로 ‘치매’는 그 자체로 진단명이 아니라 이러한 증상들을 만족시키는 다양한 질환이 모인 증후군이라는 것이다. 즉, 한 가지 병이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치매인 알츠하이머 치매가 있고, 그 외에도 혈관성 치매, 레비 소체 치매, 진행핵상마비, 수두증, 알코올 치매 등 수많은 질환이 치매를 일으킬 수 있다.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이 무수한 질환에 관한 이야기를 다 해야 할 텐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니 결국 가장 흔한 치매인 알츠하이머 치매와 혈관성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조차도 너무 광범위하다. 짧은 외래시간 내에 설명하기 위해 내용을 압축해 떠듬떠듬 “혈압약 당뇨약을 잘 드시고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시고 기름기 있는 음식을 피하시고 술 담배 하시지 마시고…….”

이렇게 말하다 보면 이미 환자와 보호자 얼굴에는 실망만 가득하다. 너무나 뻔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앞뒤 다 잘라먹고 중간만 말하니 공감이 가지 않는 것도 이해가 된다.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방법들도 아직까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예방법이 많을 것이다. 치매는 매우 다양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연구하기도 어렵고 결과를 해석하는 것도 쉽지 않다. 아직도 우리는 치매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 결국,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속 시원히 이야기를 해주기 어려운 것이다. 의사도 답답하고 환자도 답답하다.

2018년 의학저널 란셋(The Lancet)에 전체 치매 환자 35%는 아홉 가지 위험요소를 제거함으로써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글이 실렸다. 그 아홉 가지 위험요소는 저학력, 고혈압, 비만, 흡연, 우울증, 운동 부족, 당뇨, 사회적 고립, 난청이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환들이다. 치매의 예방에 있어서 대단히 특별한 것이 있는 게 아니다. 이렇게 사소하고 흔한 질환들이 교정되지 않으면 결국 치매로 이어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뭔가 특별한 것을 원한다. 치매에 좋은 명약이라고 누군가가 이야기하면 너도나도 몰려들어 비싼 돈을 내고 구입해 먹는다. 한동안은 치매를 예방하는 주사나 레이저 시술이 있다며 나에게 같은 시술을 요구하곤 했다. 10만 원짜리 주사를 일주일에 한 번씩 열 번 맞으면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거나, 혈관에 레이저를 쏘면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찾아오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그런 거 모른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환자는 나를 실력 없는 돌팔이 바라보는 눈빛으로 쏘아보고 진료실을 나가곤 했다. 나는 그러한 소문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누가 그런 말을 하는지 알고 싶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 다만, 내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는, 뇌에 영양을 공급하는 정도의 수액 요법은 있을지언정, 치매를 ‘완전히’ 예방하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시술은 없다.

정말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그렇게 좋은 시술이 있다면 치매 환자가 생길 이유가 없지 않을까? 정말 100만원어치 주사를 맞아서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면 아마 나라에서 무료로 놔줄 것이다. 치매 환자에게 들어가는 국가적 재정이 어마어마한데, 한 사람당 100만원이면 정말 헐값에 치매를 예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라에서는 왜 그 주사를 무료로 놓아주지 않는 것일까?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모든 것은 기본이 중요하다.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가장 확실하게 효과를 얻을 방법, 그것은 꾸준히 관리하는 것뿐이다.

기저질환을 잘 관리하고, 끊임없이 지인들과 교류하고,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즐기는 것이 치매를 예방하는 길이다. 쉬운 길이 아니라 옳은 길을 걸어가야 하기에 치매 예방이 힘든 것이다. 하지만 열심히 관리하면 발병을 늦추는 것은 가능하니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