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덕분에 찾은 활력, “인생은 아름다워”
보드게임 덕분에 찾은 활력, “인생은 아름다워”
  • 박희영 기자
  • 승인 2020.05.14 2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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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소통을 한번에 ‘라온누리 보드게임’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어르신들의 보드게임 동아리 ‘라온누리 보드게임’을 찾았다. 코로나 19 여파로 한동안 조용했던 라온누리 보드게임 카페에 다시 생기가 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 종료 후 조심스럽게 재개된 동아리 모임 덕분이다.
 
모임에 나온 어르신들은 “보드게임 하면서 일상이 즐거워지기까지 했다”라고 한다. 갈 곳이 생겨 즐겁고, 일자리가 생기니 행복하다. 또, 좋은 친구들을 만나 근심 걱정 내려놓고 하하 호호 웃을 수 있으니 인생이 아름답다.

“손주들 재롱 아니면 웃을 일이 없는데, 여기 오면 배꼽 빠지게 웃고 가지. 여긴 젊어지는 공간이야. 자기 마음이 즐거워야 모든 게 즐겁고, 그래야 남에게도 너그러워져. 혼자 있으면 웃을 일이 있나?”

동네 사랑방에 모인 듯 같이 어울리며, 손뼉 치고 깔깔 웃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정말이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오늘은 내가 살아있는 날의 가장 젊은 날! 보드게임으로 인생의 활력을 찾은 어르신들의 이야기, 지금 시작한다.
 
보드게임에 참여한 어르신들

‘보드게임’ 취미가 직업으로 

2011년 1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보드게임 동아리 구성원은 40여 명, 모임 참석하는 인원은 15명 내외다. 정기 모임은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전 주 2회,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진행된다.

게임 규칙을 설명해주는 (주)라온누리 보드게임 송정윤 대표를 바라보는 어르신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13일(수) 오늘의 보드게임은 ‘라온’ 시리즈. 한글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보드게임으로 주어진 규칙에 따라 낱말 카드를 이용해 단어를 조합하는 방식이다.

규칙을 숙지하고, 드디어 시작된 선의의(?) 경쟁. 언뜻 보기엔 쉬워 보이지만, 게임 방법에 따라 규칙이 다르다 보니 혼선이 생기기 마련. 그럴 때면 머리를 맞대고 아이들과 할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궁리한다.

게임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궁리하는 이유는 취미 삼아 시작한 보드게임이 업(業)이 되었기 때문. 어르신들은 보드게임을 단순한 놀이에서 그치지 않고 지역아동센터, 어린이집, 유치원, 돌봄센터, 복지관에서 강사로 활동하며 교육 기부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송 대표는 “나이를 먹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지. 이 사회는 나이 먹으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는데, 여기에 오면 보드게임 배우고, 친구 사귀고, 직업도 가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낱말 카드를 조합해 만든 단어 ‘혓바닥’

 

‘라온’ 시리즈 중 1개

아이들과 시간 보내는 게 행복해 

어르신들이 강사로 활동하는 건 금전적인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손주 또래의 아이들을 만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최재술(70 성성동) 어르신은 5년째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보드게임을 가르치고 있다. 어르신 설명에 의하면 처음엔 쭈뼛거리던 아이들도 보드게임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친해지기 마련이다. 시간이 반복되고 만남이 잦아지자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달려와 안기고, 수업 시간이 끝나면 못내 아쉬워하는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보드게임이 재미있어 보여서 배웠는데 직접 해보니 다른 사람들한테 소개해줄 만큼 재미있더라. 지금은 어디를 가도 작은 보드게임 하나는 꼭 들고 간다니까. 또, 집에만 있으면 나태해지는데, 나가서 일할 곳도 있고 얼마나 좋아!”
 
(주)라온누리 보드게임 송정윤 대표

두뇌발달에 좋고, 치매 예방에도 효과적 

송정윤 대표는 노인주간 보호센터에서 봉사 활동 다니던 때 당시 경증 치매를 앓던 노인이 기억을 찾은 때를 떠올리며, “그분이 꾸준히 보드게임을 하셨는데, 가사가 기억나지 않아 못 부르던 노래를 어느 날엔 가사 하나 틀리지 않고 끝까지 불러 주변에서 놀랐던 적이 있었다”라고 기억했다.

보드게임은 소근육을 많이 움직여 두뇌발달이 좋아지고, 생각을 많이 해 자연스럽게 공부가 된다. 해마와 전두엽을 자극해 학습력, 기억력, 사고력, 추리력, 문제해결 능력이 좋아지고,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덜어주기까지 한다. 이런 이유로 보드게임을 이용한 심리치료 또한 주목받고 있다.

보드게임의 매력은 무궁무진해 재미, 정보, 소통, 정서 교감 등 다양한 교류 활동의 창구로 활용하기에 더없이 훌륭한 놀잇감이다. 또, 보드게임을 하다 보면 성취감이 생겨 연령대 상관없이 누구나 즐기기에 좋고, 노인 치매 예방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드게임으로 빼곡하게 채워진 한쪽 벽면

65세 이상 무료 수강 가능해요! 

라온누리 보드게임 카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카페에 보유하고 있는 보드게임 수는 500여 종, 개수로는 2000개에 달한다. 대여도 가능하다. 보증금과 임대료를 내고, 사용 후 반납하면 보증금은 돌려받는다.

김종화(69 쌍용동) 어르신은 “처음엔 게임이라고 해서 사행성이라고 생각해 사실 별로 안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직접 배워보니 너무 재미있어. 보드게임은 소통이다. 남녀노소가 없다. 윷놀이와 똑같다고 보면 된다”라고 전했다.

(주)라온누리 보드게임에선 보드게임 관련 자격증 과정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65세 이상은 무료 수강이 가능하다.

송정윤 대표는 “동아리 활동은 취미나 자격증 과정 상관없이 활동할 수 있다. 나이는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보드게임 한판이면 식구들과 지루할 틈 없이 신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위치 : 천안시 서북구 쌍용18길 15, 2층
문의 : 010-3423-2000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