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을 이어주는 공간에서 만나는 사람 그리고 책!
책과 사람을 이어주는 공간에서 만나는 사람 그리고 책!
  • 박희영 기자
  • 승인 2020.05.07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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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어른을 위한 인문학 책방 ‘가문비나무 아래’
가문비나무 아래에 방문한 것이 처음이라는 불당동 거주자 김민희(가명 30대)씨는 “우선 여기 사장님이 너무 좋아 보이시고요(웃음). 얼마 전부터 새로 생긴 취미가 독립서점 찾아다니는 건데 싱그러운 화분이 많고, 책방 내부가 아기자기한 것이 제 취향이랑 비슷해 앞으로 단골 될 거 같은데요”라고 말한다.
 
밖이 훤히 내다보이는 큼지막한 창, 책방을 가득 채우는 햇살, 쉼 없이 지저귀는 앵무새 덕분에 마치 숲속 한가운데에 와 있는 듯 착각이 들 정도다.

두어 달 전 문을 연 불당동 지문사 근처 ‘가문비나무 아래’는 인문학 책방으로 책방지기 벗들이 추천하는 책들을 소개하는 특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동네 책방이다 보니 대형서점에 비하면 책의 수가 조촐하다. 하지만 저마다 다른 이유로 의미 있다 여겨지는 책들을 만날 수 있으니 이것만으로도 이곳을 다시 찾을 이유는 충분하다.
 

“나무에 미안하지 않을 책을 소개합니다” 

‘가문비나무’는 크리스마스트리로 많이 쓰이는 나무다. 살아선 숲을 내어주고 생이 다해선 자신을 살을 발라내어 활자를 받아낸다. 책방 이름이 가문비나무 아래인 건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 대한 고마움을 알리고 싶은 책방지기의 마음이다.

“요즘 책들이 정말 많이 나오고 있어요. 책 중에 나쁜 책은 없다고 하지만 전 좀 다르게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책을 만드는 행위는 자연을 훼손하는 거거든요. 저희 책방에선 나무의 살을 깎아 만든 것이 아깝지 않다고 자부할 만한 책들을 갖추고 있고. 또 그런 책들을 추천해주고 있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으로 처음 계획했던 프로그램 대부분이 미뤄진 가운데 독서에 대한 열의가 가득한 회원들 덕분에 매주 월요일 7시, 주 한차례 독서모임이 진행된다.

모임에서 선정한 책은 ‘녹색평론’. 이 책을 첫 도서로 고른 이유는 매우 명쾌하다. 책방지기 지론에 의하면 나무에 전혀 미안해하지 않는 책을 고르라면 주저하지 않고 녹색평론을 꼽을 것이라고.
 
 

다독보다는 정독, 혼자보다는 여럿이 

천안 복자여고에서 16년간 국어교사로 재임했던 그는 교직 생활 당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 저>이란 책으로 10번 이상 독서모임을 가졌을 때를 떠올리며, 그때마다 나오는 학생들의 의견이 달랐다고 기억했다.

“책을 읽는다는 건 단순히 활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하는 얘길 들어주며 교감하는 시간이기도 해요. 생각의 폭을 넓히고,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더 나아가 독서를 통해 발전하는 삶,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책을 읽고 의견 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어요.”

박진숙 책방지기 설명에 따르면 책을 읽는 것이 읽지 않는 것보다 낫지만, 나이가 어리거나 독서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조력자가 필요하다.

또, 책을 많이 읽는다고 좋기만 한 것도 아니다. 혼자보다는 여럿이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어야 한다. 모든 책은 질문의 소산(所産)이다. 질문 자체가 책인 책도 있다. 저자의 질문에 공감하며 책을 읽다 보면 어떤 부분은 해결이 되고 어떤 부분은 더 궁금해지기도 한다. 결국, 독서는 스스로 갈급함에서 시작해야 끝까지 갈 수 있는 것.
 
 

전 국어교사이자 현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책은 

책방지기는 제법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특히 ‘책’에 관해 설명할 때면 유달리 빛나는 눈빛을 보였다. 이토록 책을 사랑하는 이유는 문자기호를 의미 있는 삶으로 바꾸는 작업은 오로지 독서를 통해 가능하다고 여기는 신념 덕분이다.

그런 그에게 부모와 아이가 읽으면 좋은 책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하니 망설임 없이 ‘꽃들에게 희망을’<트리나 폴러스 저>을 고른다. 책 속엔 서로를 짓밟으며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꼭대기를 향해 오르던 애벌레가 결국 그 정상이라는 곳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 애벌레로서의 삶을 버리고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나비가 되는 삶을 선택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추천 이유는 그가 살고 싶은 삶이자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오로지 출세나 성공만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그 꼭대기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애벌레 삶을 통해 전하는 혁명의 이야기, 보잘것없는 미물이라 여기던 애벌레의 현명한 선택 덕분에 이 세상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소통창구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책방지기는 질 떨어지는 책들이 무작위로 쏟아지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그리고는 “출판 시장 활성화를 위해 더 많은 분이 책을 사 주길 바란다”라는 당부를 전했다. 이어 파블로 네루다의 말을 빌려 애정과 땀과 넘치는 걸음으로 만들어진 책에 대해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도 했다.

한편, 가문비나무 아래에선 지금 진행하고 있는 ‘녹색평론’ 독서모임 외 청소년 독서모임, 작가와의 만남, 시인 초대, 동네 어르신들의 인생 이야기, 북 콘서트, 세월호 추모제 등 동네 주민들과 소통할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책방지기 박진숙은 이곳 동네 책방이 동네 우물이자 동네 사랑방이 되길 바란다. 독서모임은 언제든지 환영이다. 책방 이용에 궁금한 점은 책방지기 휴대전화나 가문비나무 아래 네이버 블로그 또는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하면 된다.
 
문의 : 책방지기 박진숙 010-3415-0108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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