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불에 금이 있으면 치매에 걸리나요?
귓불에 금이 있으면 치매에 걸리나요?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0.05.0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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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우 천안 두신경과의원 원장 & 네이버 지식iN 건강·의학 위촉상담의


“제가 귀에 금이 있거든요.”

꽤 오래전의 일이다.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와서는 대뜸 귓불을 내밀었다. 당황해 환자 귓불만 멍하니 바라보며 ‘도대체 나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하고 마음속으로 고민했다. 지금까지 읽은 신경과 전공서적에는 귓불에 금이 간 것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귀에 금이 있으면 치매에 잘 걸린다는데, 맞나요? 그게 걱정돼서 왔어요.”
 
TV의 몇몇 프로그램에서 ‘귓불에 주름이 있으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내용의 방송이 나왔다는 것이다. 과연 귓불에 주름이 있으면 치매에 잘 걸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귓불에는 주름이 없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귓불을 가로지르며 사선으로 금이 그어져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귓불 주름을 '프랭크 징후'라고 부른다. 1973년에 프랭크(Sanders T. Frank)가 발표한 연구로부터 유래되었는데, 20명의 환자 케이스를 통해 귓불 주름과 심혈관질환의 연관성을 제시하는 내용이었다. 이후 몇몇 연구가 이어졌다.

2017년 한 논문에서는 귓불 주름이 있으면 뇌졸중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내용이 실렸다. 급성 뇌경색으로 내원한 18세 이상의 환자 241명을 대상으로 하며 귓불 주름을 확인해본 결과 일과성 뇌 허혈 환자의 73.2%에서, 뇌경색 환자의 88.6%에서 귓불 주름이 발견됐다.

국내에서 진행된 연구도 있다. 경희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서 정상인 243명 및 인지장애 환자 47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귓불에 주름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보다 치매 위험이 약 2배 높았다. 또한 인지장애 환자의 약 60%에서 귓불 주름이 관찰됐다.

왜 귓불 주름이 치매 및 뇌혈관질환의 예측 인자가 되는 것일까? 몇 가지 가설이 제시되었는데, 귓불의 혈액순환 장애로부터 뇌 혈류 장애를 유추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탄력섬유의 변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귓불 주름이 있는 사람은 대뇌 백질변성이 정상인에 비해 심했으며, 알츠하이머치매의 원인인 베타아밀로이드 양성률 또한 높았다.

귓불에 주름이 있다고 해서 모두 뇌혈관질환, 심혈관질환,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니겠지만, 미리미리 조심할 필요가 있다. 치매의 증상엔 여러가지가 있지만 다음과 같은 5가지 증상이 흔하다. 기억력 저하, 언어 장애, 시공간 능력 저하, 성격 변화, 계산능력 저하다.
 
① 기억력 저하
알츠하이머치매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으로, 최근 있었던 일들을 잊어버린다. 며칠 전에 했던 약속을 잊거나 물건을 둔 곳을 찾지 못하는 일이 생기며, 방금 전에 했던 일을 잊어버려 같은 질문을 계속 반복하게 된다.
 
② 언어 장애
물건이나 사물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단어 기억력 저하가 발생한다. 처음에는 고유명사 즉 지인의 이름이나 연예인 이름, 산 이름 등을 기억하지 못하다가 점점 일반적인 단어까지 기억을 못 하게 되며, 적당한 단어를 떠올리느라 말을 중간에 멈추거나 더듬게 된다. 말하다 말고 말끝을 흐리기도 하고 ‘그거’라고 에둘러 말하기도 한다.
 
③ 시공간 능력 저하
두정후두엽의 기능 저하가 있는 경우 시공간 능력이 떨어지게 되는데, 방향감각이 떨어져 길을 잃거나 좌우 구분을 못 하거나 차를 주차하기 어려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사람의 얼굴을 잘 구분하지 못하고 옷을 입거나 식탁을 차리는 데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④ 성격 변화
평소 얌전하고 온화했던 분이 점점 짜증을 잘 내고 화를 내게 된다. 욕을 하거나 화를 내고 불안 및 초조 증상을 보이기도 하며, 누군가 자신의 물건을 훔쳐 갔다거나 아내가 바람을 피운다고 생각하는 등의 망상이 생긴다. 이유 없이 밖에 나가 배회를 하기도 하고 평소 활발하던 사람이 점점 말이 없어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하기도 한다.
 
⑤ 계산능력 저하
예전에는 잘하던 계산을 실수하게 되고, 돈 관리를 잘 못 하게 되거나 장사를 할 때 거스름돈을 실수하는 경우가 생긴다. 평소 버릇처럼 잘하던 일(운전이나 취미생활 등)을 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 때는 미리 검사해서 인지 저하나 치매 여부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