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하게 호로록 넘기는 묵밥 한 그릇 ‘구직산 묵집’
따듯하게 호로록 넘기는 묵밥 한 그릇 ‘구직산 묵집’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8.02.02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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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밥이라고 하면 자고로 여름철 음식이라 여겼다. 태양 강렬하고 바람 한 점 없어 연신 땀 송골 돋는 여름이면 보드랍게 또는 시원하게 쑥 넘어가는 묵밥이 떠오르곤 했다. 새콤달콤한 김치까지 얹어 휘휘 저어 먹으면 시원함과 함께 저 멀리 사라진 입맛까지 불러들이는 계절 별미다. 그래서인가 겨울에 묵밥은 왠지 낯설었기에 신기한 경험이었다. 은근히 우린 따듯한 멸치육수 넘칠 듯 가득 담긴 보드라운 묵을 호로록 넘기는 맛은 새로웠다.

직산읍에 자리한 ‘구직산 묵집’은 토박이들에게는 너무나 잘 알려진 곳이다. 50여년의 전통을 지닌 곳으로, 2대째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 메뉴는 세 가지. 도토리묵무침 도토리전 그리고 묵밥(냉묵밥 온묵밥). 이 단출한 메뉴만으로도 긴 시간 인근 사람들은 물론, 외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아왔다.

사람들을 잡아끄는 맛의 비법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탱글탱글 잘 쑤어낸 도토리묵과 깊은 맛 머금게 잘 우려낸 멸치육수가 전부다. 도토리묵과 육수의 조합만으로도 심심하지 않고 맛나다. 그렇게 입맛을 다신 후에는 잘 익혀 송송 썰어낸 김장김치와 양념장으로 맛을 더하면 또 다른 세계. 이어 밥 한 공기 말아 먹으면 속이 든든하다. 한 입 먹고 무슨 신세계라도 펼쳐진 양 호들갑 떨어야 할 것 같은 간이 세고 양념이 강한 음식에 시달린 입맛은 수수한 수저질이 반갑다. 그 단순한 맛이 오히려 감기니 입꼬리 살짝 올리며 미소 짓게 된다.

겨울엔 온묵밥에 도토리전 호호 불며 먹는 상이 어울릴 테고, 여름엔 아무래도 냉묵밥에 도토리묵무침이 또 별미일 게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떠오르는 상차림이 또 한 곳 늘었다.

천안시 서북구 직산읍 성진로 273

041-581-3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