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바이오매스, 지구 온난화 막는 에너지 될 것"
"산림바이오매스, 지구 온난화 막는 에너지 될 것"
  • 노준희 기자
  • 승인 2020.03.17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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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나무와 에너지' 대표가 말하는 기후위기 벗어날 에너지

1999년 그가 독일에 간 이유는 사회학을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우연히 한 박람회에서 목재 펠릿이 연료로 쓰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신기했다. 그는 2005년부터 아예 환경규제대응사업과 본격적인 산림바이오매스 연구에 뛰어들었고, 임업 강국인 독일에서 공부하면 할수록 나무 에너지의 매력을 끊임없이 발견했다. 국내 최고 산림바이오매스 전문가가 된 '나무와 에너지' 이승재 대표는 그렇게 나무와 인연을 맺었다.
 
"독일은 버려지는 나무를 에너지로 사용해요. 나무 에너지 관련 회사의 생산시설을 둘러보며 이렇게 장점이 많은 산림바이오매스는 나무가 많은 우리나라에 꼭 필요하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독일에서 2008년부터 카페 '우드 펠릿'(cafe.naver.com/pellet)을 운영했다. 당시 대통령이 산림청장에게 녹생성장 정책 기조로 산림청이 할 만한 사업이냐고 묻고, 산림청장이 목재 펠릿 이야기를 꺼냈다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이후 산림청이 목재펠릿 지원사업을 마련하면서 카페 회원 수가 급증했고 문의가 쇄도했다.
 
당시만 해도 산림바이오매스 전문연구자가 국내에 전무했다. 산림바이오매스에 관심 있는 지방 군수와 산림 전문가들이 그를 찾아 독일에 드나들었고 그 역시 한국을 자주 찾았다. 국내 산림바이오매스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던 그는 그렇게 독일에서 연구한 업적과 비결을 들고 국내 산림바이오매스 산업을 부양하러 2017년 한국에 돌아왔다.
 
이승재 대표

산림바이오매스는 재생에너지로 쓸 수 있는 산림자원

- 산림바이오매스란 무엇인가?

"태양열을 흡수해서 자란 나무나 초본식물, 이것들을 먹는 육식동물과 사람이 먹고 배출하는 과정에서 생긴 탄소화합물의 생태총량을 의미한다. 모든 유기체는 다 바이오매스다. 산림바이오매스는 재생에너지로 쓸 수 있는 산림자원 중 초본계를 제외한 목본계를 뜻한다."
 
- 산림바이오매스 산업을 가치 있게 보는 이유는

"인류는 오래 전부터 나무를 에너지로 사용해왔다. 300년 전 증기기관을 발명하면서 산업혁명이 일어나 석탄이 인류의 메인 에너지가 됐고 다시 석유로 대체됐다. 그런데도 지구 전체로 볼 때 나무를 주에너지로 사용하는 인구는 아직도 많다.
 
석탄에서 가스로 넘어오는 과정은 인류가 편하고 깨끗한 에너지 추구과정이었지만 이산화탄소 발생을 유발해 인류는 지구온난화, 기후위기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화석연료의 탄소배출 문제, 온실가스를 줄이는 능동적인 방안은 뭘까? 플러그 빼는 것만으로 안 된다. 첫째는 나무를 심는 거고 둘째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거다. 산림바이오매스는 재생에너지로 편리하고 깨끗하고 안전하게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나무와 에너지’를 설립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바이오매스를 더 안전하고 편리하고 깨끗하게 보급하고 싶다. 그래서 회사 명함에 '바이오에너지 마을 기술파트너'라고 이름을 붙였다. 바이오매스를 더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솔루션과 설비를 제공한다."
 
‘나무와 에너지’에 보관 전시 중인 목재칩 종류. 산림바이오매스 나무 연료는 크게 장작, 펠릿, 목재칩, 목탄으로 나눈다.

"목재 자급률 15%... 사용해야 할 시기에 와 있어"

- 우리나라 산에 자라는 나무의 경제림 가치는 높은가

"우리나라 산림자원은 계속 증가했음에도 아직도 목재 자급률은 15%다. 1960~70년대 집중녹화사업으로 우리나라 산림 63%가 숲이며 600만 헥타르 정도 규모가 됐다. 산림청 임업 통계에 따르면 1헥타르에 150㎥의 숲을 갖고 있다. 조림이 가장 잘 되었다는 독일이 1헥타르당 340㎥다. 거기에 비해 적지 않다.
 
하지만 1960년대까지는 땔감으로 쓰기 위해 빨리 자라는 나무인 아까시나무, 리기다소나무 등을 주로 심었다. 상당수가 경제림과 상관없는 에너지림이다. 사용해야 할 시기에 와 있다. 산에서 나무가 썩거나 방치되면 비용을 들여 처리해야 한다. 제재목으로도 사용이 어렵다. 버려진 나무들은 봄에는 산불이 원인이 되고 여름엔 홍수에 떠내려가 댐을 막기도 한다.
 
이러한 나무 부산물에는 간벌한 나무, 나뭇가지와 이파리, 톱밥 대팻밥 등이 있다. 간벌한 나무나 부러진 나뭇가지 등 전국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 자원만 연간 400만 톤에 이른다. 모두 에너지로 쓸 수 있는 자원이다."
 
- 산림바이오매스, 어떤 장점이 있나

"나무를 에너지로 이용하면 화석연료보다 훨씬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다. 나무가 자라면서 흡수한 탄소 배출량과 썩을 때 나오는 탄소 배출량, 나무를 연료로 사용했을 때 나오는 탄소 배출량이 똑같다. 그래서 연료로 사용한대도 탄소 배출량이 늘지 않는 것이다.
 
독일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연료로 사용 시 천연가스에 비해서도 나무의 탄소 배출량이 10분의 1이다. 등유나 석탄의 경우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기후변화협약(UNFCCC)이나 유엔 산하 국제에너지기구(IPCC)는 나무가 탄소 중립 연료임을 밝히고 화석연료 대체에너지로 권고하고 있다. 그래서 산림바이오매스를 '숲에서 자라는 에너지'라고 한다.
 
지구는 탄소 배출량 증가 때문에 기후위기를 겪고 있다. 우리가 그 지구에 산다. 탄소 배출을 가장 많이 줄이고 기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가 나무 에너지다. 또 임업은 기본적으로 나무를 심고 가꿔 판매하는 일인데 우리나라는 꿀 잣 등 임산소득을 올리는 일에 집중해 있다. 그동안 나무를 통해 소득 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산주에게 소득이 돌아가야 임업이다. 바이오매스가 그 해답이다."
 
출처 : 산림청

산림바이오매스를 둘러싼 오해

-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산림바이오매스가 활성화되지 못했나

"우리나라에서는 나무 에너지로 대표되는 화목보일러를 주로 농산촌에서 사용했다. 농산촌에서는 목재 펠릿을 주 연료로 쓰는데 간혹 비용을 아끼려고 아무 나무나 보일러에 집어넣는 경우가 있었다. 젖은 나무든, 오염된 나무든, 화학물질을 섞어 가공한 나무든 마구 사용하면 유해물질이 배출되고 효율도 떨어진다. 여기에 설비의 잦은 고장, 원활하지 않은 연료 공급, 사용 불편 등으로 사용자들의 만족도가 낮았다.
 
실제 진행상의 문제도 있다. 현재 시점에서 목재 펠릿은 나무를 베어서 생산하는 데다 우리나라는 목재 펠릿의 96%를 수입한다. 품질도 장담하기 어렵다. 또 현재 구조상 목재 펠릿 난방은 경제적으로 큰 혜택을 주기 어렵다. 나무를 끌어내는 비용과 에너지로 만드는 비용 등을 종합하면 화석연료보다 저렴하다고 보기 쉽지 않고 설비 문제도 있다. 목재 펠릿은 균일한 열량을 공급하지만 운반으로 인한 탄소 배출과 편리성, 가격을 생각하면 목재 펠릿을 시골에 보급한 건 실패한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정부가 2012년부터 대형 화력발전소에 펠릿을 섞어 태우는 혼합연소발전에도 REC(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 가중치를 부여하면서 해외에서 막대한 양의 저품질 목재 펠릿을 수입했다. 이로 인한 환경적, 비용적 문제가 커지면서 목재 펠릿을 대형 화력발전 연료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폐기물을 섞어 만드는 Bio SRF(폐목재 고형연료)를 연료로 사용하는 대형 바이오매스 발전소들이 우후죽순 인허가를 받으면서 전국 곳곳에서 주민들이 '바이오매스 발전소 반대'를 외쳤다.
 
그렇다 보니 산림바이오매스에 대한 오해가 많았다. 산림바이오매스 산업은 산에 버려진 나무를 사용하자는 것이고 지역에서 나는 산림을 지역에서 활용하자는 것이지, 무분별하게 나무를 베거나 수입에 의존하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독일에서는 목재칩을 4단계로 등급을 나누어 사용한다. 맨 왼쪽 밝은색의 목재칩이 순도가 높아 가정용으로 사용한다.

- 목재 펠릿을 대신할 산림바이오매스 자원은 없나

"대안이 있다. 목재를 파쇄해서 목재칩으로 만들어 건조해 사용하면 여러 가지 장점이 많다. 목재칩은 펠릿보다 제조비용이 절반이다. 칼로리당 비용도 등유가 100원이라면 목재칩은 40원 정도로 매우 경제적이다. 농산촌 난방방식은 지금의 펠릿이 아니라 목재칩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가정용으로는 집마다 집진시설을 갖출 수 없기 때문에 순도가 높은 목재칩을 연료로 사용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목재칩을 순도에 따라 4단계로 구분해 사용하게 하며 가정용은 가장 순도가 높은 목재칩을 사용해서 유해물질 배출이 없게 했다. 품질이 떨어지거나 순도가 낮은 나무일수록 집진 시설을 갖춘 대형 산림 바이오매스 센터 등에서 사용해야 유해물질 배출을 최소화하고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나무는 수분 함유량이 적을수록 발열량이 높다. 그래서 연료용 목재칩은 함수율 25% 미만으로 건조하고 저장한다. 함수율을 낮추는 게 관건이다."
 
- 임업선진국 독일을 지켜본 경우는 어떠한가

"독일의 '슈바르츠발트'라는 도시를 예로 들겠다. 산림이 울창해 '검은 숲'이라는 별명을 가진 숲 관광도시다. 이곳에서는 버려지는 나무와 나뭇가지를 모아 목재칩으로 분쇄해 마을의 난방 연료로 사용한다. 일부 영업장에는 전력을 공급하기도 한다.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원칙(생태적 다양성을 허용 수준 이상으로 훼손하지 않고 유지하며, 산림의 다양한 경제적, 환경적 가치를 이용하는 경영 방식)에 따라 지역에서 수집한 산림자원을 지역에서 사용하므로 이동에 따른 탄소 배출량도 줄고 탄소중립 연료인 나무는 온실가스 수치도 높이지 않아 숲과 마을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남쪽의 '그로스클라인'이라는 마을의 나무보일러실과 연료저장고. 마을 인근의 숲과 제재소에서 나온 자투리 나무를 파쇄해 저장해 두었다가 마을 공용보일러를 이용해 연소시켜 온수를 생산하고 40개 건물에 공급하는 곳이다.
산림청 공모 '산림에너지자립마을 조성사업'에 선정된 횡성군과 완주군에 이와 비슷한 시설이 들어갈 예정이다.

"지구온난화 막는 최선의 에너지로 자리매김할 것"

- 우리나라엔 산림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대형 시설이 있나

"전북 완주군 고산자연휴양림 산림바이오매스 센터가 대표적이다. 완주군은 로컬푸드 협동조합으로 성공한 곳인데 에너지 자립도시로도 한발 앞서갔다. 완주군이 전국 최초 산림바이오매스홍보타운조성사업을 진행한 2013년부터 컨설팅을 진행했다. 당시 완주군수가 독일을 방문했을 때 나를 찾아왔었다. 에너지자립마을을 조성할 건데 완성도 높은 기술을 들여와 짓고 싶다고 했다.
 
고산자연휴양림에는 2016년 12월부터 400kW급 산림바이오매스 목재칩 보일러를 가동 중이다. 연간 약 450톤 가량 목재칩을 사용해 85도 온수를 생산하고 휴양림 전체에 난방과 급탕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완주군은 휴양림 계곡을 따라 총 1.5km 열배관을 매설했고 건물마다 열교환기를 설치했다.
 
바이오매스 보일러에서 생산한 온수는 각 건물에 필요한 온도로 변환 사용된다. 이 방식으로 겨울철에는 거의 19시간씩 보일러를 가동하는데 그동안 생산한 온수량은 2500MWh 이상을 기록했다. 산소 공급 센서가 실시간으로 화실에 산소 공급을 조절하므로 완전연소를 통해 배출가스 중 미세먼지가 기준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편리성과 환경적 효율은 물론 그동안 전기 패널 난방에서 온수난방으로 바뀌면서 사용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증가했다고 완주군 공무원들은 말한다." 
 
전라북도 완주군 고산자연휴양림의 목재칩 보일러. 400kW급 목재칩 보일러와 1만5000리터 단열축열조를 갖추고 있다.

- 정부 차원에서 산림바이오매스 시설을 추진하는 곳이 있다면

"산림청이 '산림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을 공모한 결과, 얼마 전 전국에서 2곳이 선정됐다.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과 전라북도 완주군 화산면이다. 이 두 곳에 내년 말까지 국비와 지방비 약 45억씩을 투자해서 지역의 나무를 사용해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설비를 짓는다.
 
산림바이오매스 목재칩을 주연료로 하는 열병합발전시설인 '바이오매스열공급사업'은 연료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고 재생에너지 중에서도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가 가장 높은 방법이다. 지역에서 에너지를 생산해 지역에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법이 알려지면서 유럽에 셀 수 없이 많은 마을이 사용하고 있다.
 
버려지는 나무를 활용한 농산촌 중앙난방시범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시범사업이 성공하면 마을 단위 바이오매스 난방 지원제도와 법규를 제정할 수 있고 온실가스 감축에 비중이 큰, 나무를 활용한 바이오 에너지 마을을 만들 수 있다. 또 지역 주민 일자리도 창출된된다다. 산림바이오매스는 기후변화에 능동대응해 지구온난화를 막는 최선의 에너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