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먹을지 고민이라면, 여기 어때요?”
“오늘 뭐 먹을지 고민이라면, 여기 어때요?”
  • 박희영 기자
  • 승인 2020.02.13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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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고른 맛집 BEST 3
얼마 전 TV 드라마에서 검사들이 점심 메뉴를 놓고 고민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 남 일 같지 않아 꽤 인상적이었다. 매번 반복되는 메뉴에 염증을 느끼며 좀 더 참신하고, 새로운 메뉴를 찾아 헤매는 직장인들의 애환 아닌 애환.
 
식도락의 재미를 못 느끼는 사람들이 간혹 “알약 하나만 먹고살고 싶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으나, 어떻게 먹는 기쁨을 알약 따위에 비교할 수 있단 말인가.

이번 호에선 기자가 가본 식당 중 다소 주관적이고 개인적 관점에서 맛집이라 부르는 그러나 제법 오랜 시간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그런 식당 3곳을 엄선해 보았다. 내 마음속의 맛집으로 안내한다. 지금 출발!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
 
 
구수한 청국장, 할머니 손맛이 일품인 ‘고향식당’ 
 

이름부터 정겨운 ‘고향식당’은 85세 어르신이 15년째 운영하는 식당이다. 가게 안 메뉴판엔 청국장 김치찌개 외 몇 가지가 더 적혀있지만, 실상 메뉴는 청국장 하나다.

혹시나 김치찌개가 되는지 여쭈니 “어제까지는 있었는데 오늘은 없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저게 진짠지 농담으로 한 말인지는 지금도 헷갈린다. 청국장 4인분을 주문하니 “할머니가 숭늉 끓여놨어. 따라서들 마셔”라고 당부하고는 주방으로 모습을 감추는 어르신이다.

이 숭늉은 진짜 ‘찐’ 숭늉이다. 어렸을 때 할머니가 해주시던 그 맛이라며 일행들의 수다가 시작됐다. 가게 안 인테리어(?)도 시골 할머니 댁에 온 듯 정겹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 됐으니 가져가”라며 “혼자 오면 세 번은 와야 하니 셋이 와야 혀”라는 어르신의 외침이 들려온다. 어르신 허리가 불편해 주문한 메뉴를 손수 가져다 먹는 재미가 있다.

자주색 꽃이 그려진 둥그런 은빛 쟁반 위엔 주부 9단 고수의 솜씨가 고스란히 담긴 각종 나물 반찬과 김치, 생채, 깻잎장아찌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달걀부침이 올라가 있다. 큼지막한 뚝배기에 담긴 청국장은 보글보글 소리를 내며 여전히 끓고 있고, 시골 할머니표 고봉밥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우와’ 소리를 자아내기 충분하다. 할머니 손맛 가득한 밥상을 받아 든 일행은 이게 정말 ‘시골밥상’이라며 어린 시절 추억을 하나씩 풀어놓는다.

공깃밥 한 그릇에 구수하고 담백한 청국장 듬뿍 넣고 쓱쓱 비벼 먹으니 임금님 수라상이 안 부럽고, 뜨끈한 숭늉에 밥 한 숟갈 말아 깻잎장아찌 얹어 먹으니 산해진미가 따로 없구나!

할머니표 청국장찌개 가격은 단돈 5000원. 직접 띄운 청국장 1kg을 1만 원에 판매한다.
 
위치 :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성진로 729
문의 : 041-587-6688

 

 

메뉴 많고, 빨리 나오는데 맛도 좋은 ‘대림기사식당’ 
 

토요일 오후 3시, 이른 저녁인지 늦은 점심인지 모호한 시간이다. 어른은 배가 안 고파 한 끼 거르려는데,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성화다. 어디를 갈까 망설이다 오랜만에 성정동 5단지 시장 근처 ‘대림기사식당’을 찾았다.

예전부터 기사 식당 하면 운전을 업으로 삼은 이들이 즐겨 찾는 식당으로 음식 가짓수가 많고, 맛도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대림기사식당’ 역시 여느 기사 식당과 마찬가지로 각종 찌개부터 생선조림, 생선구이, 오리 백숙까지 메뉴가 다양한 데다 오후 2시까지 조식, 중식 백반은 6000원에 판매한다. 음식 맛 또한 정갈하다. 거기다 주문 후 음식이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15분 남짓이니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라 할 수 있겠다.

메뉴가 너무 많아 고민하던 아이들이 역시 점심으로는 ‘고기’가 진리(?)라며 제육볶음을 고른다. 제육볶음 2인분에 해물순두부찌개를 주문해 보았다.

밑반찬으로 김치, 숙주나물, 시래기 무침, 고추 장아찌, 멸치볶음과 마늘, 상추가 세팅되고, 곧이어 붉게 물들어 영롱한 자태를 뽐내는 제육볶음과 보기만 해도 얼큰 시원해 보이는 꽃게 품은 해물순두부찌개 대령이다. 뚝배기에 나오는 순두부찌개는 혼자 먹기엔 양이 많은 편이다. 살이 실하게 오른 꽃게가 들어가 국물이 시원해 해장용으로 그만이다.

불그스름한 제육볶음이 제법 매워 보이는데 작은 녀석이 상추에 고기 한 점, 쌈장 얹고 그 위에 배추김치까지 올리더니 야무지게 싸서 맛있게도 먹는다. 누가 보면 한동안 고기 그림자도 못 본 사람처럼 몇 번 쌈을 싸 먹고 나서야 배가 찼는지 “엄마는 왜 안 드시냐?”라고 묻는다. 아! 고기 앞에서 어미도 몰라보는 이 녀석을 어찌해야 할까.
 
문의 : 천안시 서북구 양지10길 41
위치 : 041-573-7187
 

 

고기 이렇게 많이 들어간 김치찌개 또 있어? ‘대안식당’ 

성정동 6단지 근처에 있다 선경아파트 부근으로 자리를 옮긴 ‘대안식당’은 천안 김치찌개 맛집으로 이미 유명한 곳이다. 워낙 장사가 잘되는 곳이라 점심시간에 가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정육점과 같이 운영해 쫄깃한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대안식당만의 매력이다. 점심때가 조금 지나 방문했지만, 여전히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메뉴야 다들 알다시피 김치찌개 단일메뉴로 입구에 들어서면서 몇 인분인지만 얘기하면, 거짓말 조금 보태서 앉자마자 김치찌개가 나온다.

곁들이로 나오는 반찬은 숙주, 무말랭이, 시금치, 취나물, 고추 절임 다섯 가지로 단출하지만 맛깔스럽다. 허기진 상태여서 그랬는지 이날 따라 유달리 찌개 냄새가 침샘을 자극한다. 가스레인지 위 냄비 속 먹음직스러운 국물이 격렬하게 보글거리며 거품을 일으킨다. 그리고는 어서 한 국자 떠가라며 하얀 김을 내뿜기 시작한다. 신 김치 냄새 가득한 유혹을 이기지 못해 마음은 이미 김치찌개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마치 의식이라도 치르듯 불을 줄이고, 드디어 앞접시 한가득 담긴 김치찌개. 지금부터 말은 필요 없다. 그저 먹는 것에 집중할 뿐, 본격적인 먹방 시작이다. 밥 한 숟갈에 찌개 한 숟가락, 밥 두 숟갈에 김치 한 젓가락, 밥 세 숟갈엔 돼지고기 한 점. 이렇게 먹다 보니 어느새 바닥을 보인다. 이쯤 됐으니 자작하게 졸인 국물에 밥을 비벼 먹어보자. 언제나 그렇듯 거의 다 먹고 난 후에 긁어먹는 국물은 진리 불변이다.

한국 토종입맛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신김치 팍팍 넣고 끓인 김치찌개에 돼지고기마저 이토록 아낌없이 넣어주니 이건 뭐 언제 먹어도 밥도둑일 수밖에.
 
위치 : 천안시 서북구 도원7길 17
문의 : 041-575-4185